2010년 4월 16일 금요일

호문쿨루스 - 무의식을 발견하는 이야기.

 

예전부터 포스팅을 하고 싶었던 작품이 세가지가 있다. 오늘은 드디어 그 첫 번째 작품. 호문쿨루스를 포스팅하게 되었다.

조심스럽다.

인간에 대해 직면하고 그것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위에서 자신과 인간, 그것에 대한 동일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링크, 고뇌, 의심, 떨칠 수 없는 자아에 대한 성찰은 과연 나의 글재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가져온다.

고작 만화 정도로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에서 나온 과거의 잔재에서 오는 호문쿨루스의 형상처럼, 적어도 나에게는 이 만화가 인간을 파헤치는 호문쿨루스처럼 보였다.

인간 그리고 자신에게 직면할 준비를 마치고, 호문쿨루스를 소개한다.

 

왼쪽 눈을 통해 자신과 마주한다.

위키피디아에서 호문쿨루스를 검색하면 라틴어로 작은 인간을 의미하 는 단어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찾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 호문쿨루스) 그리고 이 말은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인간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자세한 사항은 위키피디아를 참조하도록 하자.

이 정도의 간략한 설명으로도 호문쿨루스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돕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호문쿨루스는 그러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정확히 작품에서 표현하는 내용을 언급하자면,

 

인간이 경험하여 축적된 기억의 지도,

그것이 입체화 된 것이 바로 호문쿨루스

라고 정의한다.

 

괴물이란 바로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비추어진 그림자. 그것이 형상화 된 것에 불과하다.

 

주인공의 이름은 나코시 스스무, 일류 호텔과 노숙자들의 공원 사이에 차를 세우고는 양복을 입은 채로 카 홈리스를 하고 있는 미묘한 인간이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에게 다가온 것은 이토 마나부라는 의대생. 그는 가발과 피어싱, 문신에 다수의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나코시를 찾아온다. 그는 트래퍼네이션이라고 말하는 개공술 혹은 천공술을 나코시에게 시술할 것을 제의한다. 실험적인 시술에 참여하는 것의 보수로 70만 엔을 제시하는 그는 나코시와의 신경전으로 어찌어찌 시술하는 것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천공술을 시술한 이후부터 나코시는 오른 눈을 가린 채 왼쪽 눈을 통해서 이상한 것을 보기 시작한다. 마른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사람, 다리가 일곱 개인 사람, 로봇 속에 가려진 아이, 투명인간… 그는 시술을 제의 받을 때 이야기 들었던 육감에 대해서 떠올리고 자신이 보는 것이 진실인지 혹은 환각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수많은 괴물들이 거리를 걷고 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뿐. 그들의 모습의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코시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호문쿨루스라는 것을 마나부에게 듣고, 자신이 보고 있는 호문쿨루스와 적극적으로 마주서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있는 호문쿨루스라는 것이, 사실은 바로 자기 자신의 과거와 투영되는 그림자임을 알게 된다. 한 명 씩 타인의 과거를 들추어 내면서 호문쿨루스는 점점 자신에게 옮겨 오고, 남의 과오를 격려할 지언정 자신은 점점 과거에 붙잡히는 모습은, 인간이라는 것의 본질과 겉모습은 얼마나 괴리감이 있으며, 그 속에 들어있는 자아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또한 그렇게 자신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서는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 고뇌와 더러움에 얽매여 왔는지를 성찰하게 되는 계기도 함께 제공해 준다.

 

호문쿨루스가 가지고 있는 과오는 바로 자신의 과오였다.

 

이 이야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가의 손을 통해 그려졌는지는 아마도 작가 본인에게 묻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혹은 우리는 이 작품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느낄 수는 있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은 얽매여 있는 과거의 잔재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마음의 상처가 되어 어느 한 대상에 집착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어떤 일정한 행동 속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호문쿨루스는 이러한 무의식 밑에서 잠자고 있는 ‘잔재’를 겉모습으로 표출시켜주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것은 과거의 한 사건과 자신의 내면을 재료로 모습을 형상화 하고, 그 잔재와 마주하는 자신의 감정을 기반으로 나코시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코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은 것으로 인간의 본질을 치유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과거와 항상 마주해야 한다는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자기 자신과 마주한 결과는 결국 상처를 되새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만화의 겉햝기식 소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매 소개마다 단골이었던 구성이니 그림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굳이 언급을 하자면, 그림체는 1권에서 완벽하지 않았던 부분이 뒤로 갈수록 매끄러워 진다는 정도. 하지만 원래의 그림 스타일이 이미 구도나 데생 등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듯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트집잡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 면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행이 약간 느리다는 점이다. 물론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다음 장을 탐닉하는 자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좀더 빠르게 진행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아니, 어쩌면, 연재 좀 빨리 해달라는 욕구일 뿐일지도 모르겠다.(실제로 엄청 느리다. 2005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현재까지 고작 10권 미만, 잘 봐줘야 1년에 두 권 내는 꼴인데 이건 뭐 감질나서 미칠 것 같다)

 

소개하기 부끄러운 옛날 그림체. 잇힝~

 

좀 더 극적으로 소개를 하고 싶었지만, 나의 필력은 이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나의 어중간한 글 솜씨로는 도저히 이 만화에서 얻을 수 있는 숨막히는 자신과의 대면을 어필할 자신이 없다.

이 만화는 지금껏 내가 봐온 만화들 중에, 인간과 그 무의식이라는 소재를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간섭을 시도하고 나코시라는 어중간한 존재를 통해 우리에게 투영시키는, 매우 자극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만일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거나, 무언가 삶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성인이시라면, 이 만화를 보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호문쿨루스 11 - 10점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댓글 4개:

  1. trackback from: 호문쿨루스 - 무의식을 발견하는 이야기.
    http://primaryc.textcube.com/45 그런데 이렇게 링크식으로 연결해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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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 주인공에게 머리 뚫어주는 게이가 참 마음에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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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율의신 - 2010/04/17 00:27
    뒤로 가면갈수록 좀 바보캐릭터가 되는것 같아요 =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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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trackback from: YAMAMOTO Hideo '호문쿨루스'
    '호문쿨루스' 생소한 단어. <출처: http://c.ask.nate.com/imgs/knsi.tsp/1140971/1/1.jpg> 내가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건 만 화책 '호문쿨루스' 다. 노숙자 나코시는 70만엔을 받는 댓가로 목적을 알 수 없는 수술(트리퍼네이션) 을 받는다. 만화책의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제대로 시작한다. 사람의 5감(촉각,미각,시각,후각,청각) 에 감각을 하나 더 추가한 6감을 갖기 위해.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뚫는 수술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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