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7일 수요일

나츠노 아라시(夏のあらし!) - 타임머신 패러독스와 신보아키유키의 만남

 

타임머신 패러독스는 오랫동안 과학자들과 SF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던 논쟁이다. 과연 과거로 돌아가서 나의 부모님의 만남을 방해하면 나는 어떻게 될 것이며, 현재의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논쟁은 아인슈타인이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 어쩌면 상상력이 풍부한 어떤 사람이 이러한 상상을 시작한 그 옛날의 언젠가부터 이어져 온 전통 있는 과학논쟁인 동시에 이야깃거리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 논쟁에 열광하는 동시에 다양한 상상을 제안하면서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학설과 개념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고, 그러한 이야기들은 현재도 계속 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타임머신 SF라 할 수 있는 Back to the Future.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분들 많을 것이다.

 

이 작품, 나츠노 아라시는 일본의 문화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 타임머신 패러독스를 소재로 한 애니이다. 시대적 배경은 현재, 하지만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 다들 그렇듯, 시간은 큰 의미가 없다. 타임 슬립의 메인 타겟은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으로, 전쟁 중에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는 다소 일본 민족주의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애니메이션이기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제안하는 타임 패러독스의 해석은 충분히 흥미롭기에 그다지 소재의 부담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전통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독특한 소재와 만난 신보 아키유키가 보여주는 화면 또한 소재에 지지 않을 만큼 신선하면서도 그의 신념이 묻어나고 있어, 소개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나츠노 아라시. 여름의 폭풍이라고들 번역하시는데, 그 단어로는 뉘앙스를 살리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코바야시 진(小林 尽)이라는 작가를 아시는 분이 과연 몇명이나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화책을 좀 본다는 사람들에게 ‘스쿨럼블’을 알고 있냐고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스쿨럼블은 학원물을 소재로 하는 가벼운 러브코메디장르의 작품으로 개성이 ‘아주’ 넘치는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가 톡톡 튀는 만화이다.(……. 이런 표현 잘 안 하는데 하고 나니 좀 간질간질 하다.)

바로 그 작가, 코바야시 진의 최근작이 바로 이 나츠노 아라시다. 나츠노 아라시는 전작 스쿨럼블에서의 느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고작해야 캐릭터성이 강하다는 정도? 그 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다만 타임 패러독스라는 독특하면서도 깊은 정취가 느껴지는 이 소재를 시도했다는 점만큼은 독특했던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스쿨럼블과는 비슷한 점을 찾을 수 없다.

 

앞서서도 언급했듯, 이 애니의 배경은 현대와 2차 대전 당시의 시간을 오가는 타임머신 장르로, 메인 캐릭터인 사요코와 카야, 그리고 조연급인 야요이와 카나코는 유령이라는 설정이다. 1년에 단 1계절 여름에 한해서 찻집 하코부네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들은 바로 2차대전 당시의 전쟁으로 죽은 인물들로, 매년 여름마다 한번씩 선택되는 파트너의 도움을 받아 타임슬립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타임슬립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르다. 사요코는 자신의 타임슬립 능력을 이용하여 당시에 죽어가던 사람들을 한명씩 살려나가는 것을 자신이 유령으로나마 살아가는 삶의 이유로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타임슬립을 일으키는 데에 반해, 카야는 타임슬립으로 인해 과거의 현상을 바꾸었을 때 일어날 현재의 변화에 우려하여 타임슬립을 하지 않기를 원한다.

자신들의 삶을 과거에 두고 온 그녀들은 애니메이션 매 편마다 아련한 60년의 추억의 편린을 보여주며 한가지씩 비밀을 풀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그마한 에피소드와 감동을 전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스토리와 소재만으로도 매우 좋은 평가를 하기에 충분하다.

 

사람을 살리는 사요코와 타임 패러독스를 우려하는 카야.

 

이런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작품에 신보 아키유키가 감독을 맡았다. 언뜻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독특함이라는 코드에서 미묘한 조화를 일으키는 둘의 만남은 작품이 방영되는 과정에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승화된다.(과장이 좀 섞인 듯 하지만 지나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찻집 하코부네 안에서의 색감은 과연 신보 아키유키라고 할만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고, 보조 캐릭터들의 개성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거기에 타임슬립시의 비쥬얼적인 효과, 하코부네 안에서의 평면구성, 단순화되면서도 화려한 연출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두루 완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짐짓 평면구성이 없으면 신보 아키유키가 아니야! 라는 외침도 해볼 만 하다.

 

게다가 성우진 또한 화려하다. 파니포니 때부터 신보 아키유키와 함께 일해온 노나카 아이의 그 모에넘치는 목소리에 더불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카나코의 성우는 무려 호리에 유이, 타임슬립 때문에 인연을 맺게 된 야마시로씨는 깔끔한 청년 스타일의 스기타 토모카즈가 맡았다.

당찬 여성의 목소리를 주로 맡는 시라이시 료코가 사요코를, 차분한 아가씨역에 잘 어울리는 나즈카 카오리가 카야역을 맡은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요즘 성우 언급을 자주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난 성우덕이 아니다. 조만간 성우관련 포스팅을 할 예정인데, 아마도 그 포스팅에서 공개하는 내용이 나의 모든 밑천이 될 것이 확실하다.)

신보 아키유키가 연출하는 화면과 음악, 거기에 화려한 성우진까지 갖추었으니, 이 얼마나 눈과 귀가 즐겁지 아니한가?

 

성우진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로.) – 출처 : 베스트 애니메

 

독특한 소재, 부드러운 전개, 화려한 색감, 완성도 있는 연출, 거기에 화려한 성우진. 이 정도면 이 작품에 대한 가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이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어폐가 있겠지만, 적어도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섭렵하는 문화인에게 이런 애니는 필수 교양 항목이라고 말한다 해도 결코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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