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2일 월요일

그린스발의 숲속 - 그 숲에는 신기한 학교가 있었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은 이미 다수 소개해 왔고 그것들은 항상 독특한 장르의 게임이면서도 확실한 게임성을 지닌 특징으로 가득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 또한 그러한 노선에 벗어나지 않는, 재미있으면서도 여타의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과 다른 스타일의 게임으로, 경영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재조명한 재미있는 게임이다.

 

인재 양성의 메카, 그린스발의 숲속.

 

대륙의 구석탱이에 위치한 약소국 그린스발. 어느 날 왕은 큰 결단을 내린다. 타국에서 그린스발을 공격하면 언제든지 점령당할 수 있고, 단지 타국이 그들의 사정상 자신들을 봐주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는 왕은 이러한 잠재적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국력의 증대를 대신들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그러한 방법으로는 인재양성, 인재양성이라고 하면 확실한 교육만이 해결책으로 생각한 왕은, 대규모의 학교를 건설할 것을 주장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다.

옛 은사에게 학원장으로 추천된 주인공은, 당시의 동창인 비비안과 함께 인재양성이라는 국가적 임무를 띄고 학교를 건설하기 위해 그린스발에 오게 되어, 그린스발 숲이라고 명명된 울창한 숲 속에서 학교를 설립하게 된다. 숲의 정령의 딸인 학교의 정령(?)을 받아 학교를 확장시키고 최고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그린스발의 숲속은 이런 스토리로 시작된다. 다행히 주인공과 비비안은 장수족 이라는 인간이 아닌 종족의 일원으로 무한에 가까운 수명이 있어 수백년간 학교를 운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정이 들어있어 일반적인 1주회 플레이시간인 100년이라는 기간에 약간의 설득력을 가미한다. 더불어서 등장하는 소녀들은 각기 학교의 정령, 신족, 마족, 수인족 등으로 역시 시간에 구애 받지 않는 종족들이므로 여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임을 소개하기 전부터 다양한 설정을 나열하게 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뭐든지 괜찮은 설정이니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뭐든지 괜찮다! 섣부른 의문을 품으면 다칠 수 있으니 주의

 

게임의 흐름은 당연하지만 1년이라는 기간의 반복이다. 턴이 시작하면 입학생이 집계되고, 학교에 대한 활동을 선택한 뒤 졸업생에 대한 진로 제시해 주고 최종적으로 인재 양성 결과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도움이 되는 수치를 ‘자원’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게임에서 그러한 수치가 되는 것은 두 가지다. 돈과 교사. 게임 내에서 자원은 소모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오로지 건설 뿐인데, 건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두 가지가 동시에 소모된다. 따라서 진로를 지도 할 때 어느 정도 학교에 교사로 남으라는 선택을 해두지 않으면 돈이 있어도 건물을 더 이상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닥쳐오게 된다. 보통은 그러한 상황이 매우 잦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한 턴이 끝났을 때 집계되는 양성결과의 수지집계 부분을 보면, 결론적으로 몇 가지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게 나누면 입학/등록금, 학교 내부 수익, 국가 지원금, 기타 기부금, 그 외 잡다. 정도로 나뉜다. 등록금은 어차피 학생수가 늘어나면서 어느 늘어나기는 해도, 결론적으로 그다지 큰 돈이 아니기 때문에 논외로 친다.(건물 하나에 1000만B정도인데 보통 1년에 300만 넘기기가 쉽지 않다) 내부 수익은 교내에 설치된 다양한 교육시설이나 부설기관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오히려 등록금 보다는 이쪽이 메인 수입이라 할 수 있다. 기부금은 비정기적으로 졸업생이나 몇몇 단체들이 보내주는 기금으로, 많은 편은 아니라도 등록금보다는 도움이 되는 편이며, 그 외에는 뭐, 국가의 요구를 수행해서 받는 국가 지원금, 누군가에게 투자를 하거나 해서 갑자기 들어오는 금액 등,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 한마디로 말하면, 돈과 교사는 항상 부족하다.

 

땅이 많은데 자원이 없다니. 학교가 고자가 된다 그런 말인가?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여러 게임들의 일반적인 흐름과는 달리 이 게임은 전승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모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면 새로운 초기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정도가 고작. 당연히 주차를 거듭하기 위한 모티베이션이 매우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과연 이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있는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걸 무시하더라도 이 게임은 꽤 재미있다.

이전 위자드 클라이머를 소개할 때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방대한 이벤트이다. 사실 그러한 특징은, 둥드에서 보다 이 게임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둥지짓는 드래곤의 게임의 흐름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와 ‘대화’를 지정하거나, 특별한 건물을 지어 주지 않는 한 단순한 대화 자체는 그다지 많지 않다.(H신은 제외. 무지하게 많다) 이 게임에서는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 이벤트가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특징으로 자리잡은 본격적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건물은 그 건물이 지어지는 순간, 건물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여러번에 걸친 단순 이벤트가 존재하며, 한 주차에서는 절대로 반복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 턴 끊임없는 이벤트를 보여준다. 건물의 종류 또한 매우 다양한 편으로, 기본 교육시설 5가지(게임을 해서 확인하자) 외에도 학생회, 자치구역, 동아리연합, 상점가, 공장 등등 그 모든 건물에 대한 이벤트가 존재한다.

행여나 건물을 동시에 지어서 볼 수 없었다면? 턴 진행 메뉴 하단의 학교의 상태를 확인하면 보지 못한 이벤트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것으로 보지 않았다면 아예 다른 턴에 미뤄놨다가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주차에 최대 300년임을 감안하면, 300년 내내 이벤트를 본다 해도 결방(!)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물론 (편차는 있지만)충분히 보고 즐길만한 이벤트로 말이다.

 

단순이벤트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퀴즈에 나올지도 모른다.

 

주차를 거듭하는 동안 게임의 목표는 최초에 선택한 모드에 따라 다르다. 말이 경영이지, 결국 이 게임도 야겜인 이상 한 명을 골라잡고 붕가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 궁극적인 목표는 주인공과 동족이자 학창시절의 친구인 비비안과 맺어지는 것이다.

약간의 스포일링이 있지만 조금만 이야기 하자면, 언젠가 주인공이 비비안에게 고백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주인공을 매몰차게 차버렸다. 그 이유는 양쪽 다 장수족이기 때문인데, 주인공의 연구에 의하면, 장수족은 신이 만든 최초의 인간으로, 세계의 활기를 불어넣기에는 장수라는 요소가 그들을 지나치게 느긋하게 만들어, 장수족을 봉인한 후 지금의 인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봉인이라 함은 장수족간의 결합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도록 한 것.

주인공은 고대의 숲의 정령에게 해결방법을 듣고 과연 비비안과의 붕가를 허락 받을 수 있을까!? 라는 것이다.

주차를 거듭하면 할 수록 이러한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비비안과의 해피엔딩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 부분은 게임 전체로 치면 그다지 대단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최종모드까지 클리어 하는 순간 이 엔딩을 보면 나름의 감동이 밀려온다.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게임을 반복하기 위한 목적에 작은 양념으로서는 충분하다.

 

결혼해줘! 비비! – 뭐라고?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 중에서의 점수를 매기면? 80점 정도를 줄 수 있다. 꽤 재미있지만 모티베이션에서 약간 부족한 면이 보이기 때문이다.(둥드라면 95점 이상, 위자드 클라이머라면 90점 이상이다. 왕적도 90점 정도)

하지만 경영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던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면 상당한 완성도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실제로 졸업생들을 키우는 재미는 쏠쏠하고, 중간중간 이벤트들도 상당히 재미있는 편이다.

이를테면,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에 한 두 시간을 투자하여 꾸준히 할 게임으로서는 얼마든지 추천할 만한 게임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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