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5일 월요일

게임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게임은 이미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20년 전만해도 게임이라고 한다면 보통 스포츠 같은 것을 의미했지만, 언제부터인가 게임이라는 말은 컴퓨터 혹은 콘솔기기에서 플레이 하는 전자오락을 말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인터넷이라는 광활한 매체 속에서 온라인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고, 좋든 싫든 인터넷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얼마간에 시간에 걸쳐 여러 가지의 게임에 접하게 된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처음 사람들에게 알려진 시기에는 대부분이 퍼즐, 스포츠, 보드게임 등이 그 소재였다. 그 당시에는 사람의 지적 유희나 가벼운 긴장감을 주어 재미를 느끼게 함을 그 목적으로 두고 수많은 게임들이 만들어 지고 있었다.

게임이라 함은 잠시간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는 용도로 사람들은 사용하게 되었으며, 그 이상의 의미는 크게 가지지 않고 있었던 시기였다. 사람들은 특별히 게임에 열광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특별히 게임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도 않았다. 그 당시의 게임을 고르는 기준은 그저 잠시간의 시간을 보내기에 즐거운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내 기억이 맞는다면 대략 10여 년 전 쯤부터였던 것 같다.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은 게임이라면 당연히 그래픽이 좋아야 한다는 이상한 선입견을 갖기 시작했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이 게임은 어떤 그래픽 기술을 사용하여 어떻게 보이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컴퓨터 수준이 아니면 플레이 하기 힘들다 라는 말이 함께 따라다녔다. 그리고 사람들은 새로운 게임의 새로운 그래픽에 놀라워하고 게임의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처럼 받들기 시작했다.

 

방금 언급한 10년 전. 그 맘때부터 다양한 3d게임들이 게임 그래픽의 신기원이 어쩌고 하는 말을 하며 게임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해도 좋은지 모르겠지만)을 제시했다는 데에는 아무도 큰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전에는 어땠을까? 그때도 그래픽이 게임의 가치를 재는 척도였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래픽은 게임의 기준이 아니었다.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에서부터, 게임을 즐기는 기준은 그저 재미였다. 굳이 전자기기의 범주에 구애 받지 않더라도, 세상에 즐거움을 주는 대상에 아름다움이나 현실성을 그 가치의 기준으로 삼은 예는 없다. 보통 그런 식으로 분류가 되는 것들은 예술, 혹은 문화라고 표현하지, 게임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연아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지만, 누구도 연아에게 한 게임 뛰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이전부터 게임의 절대적 가치는 어디까지나 재미 그 자체였다. 조금 전에 언급한 10년 전, 그 이전의 시기를 보면 그것은 명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기에 재미있는 게임을 살펴보면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다음과 같은 게임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영웅전설
FIFA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프로토코스
스트리트 파이터
심시티
삼국지
X-COM
파이널 판타지
바람의 나라
파랜드 택틱스
그란투리스모
퀘이크
대항해시대
스타크래프트

더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중에 한 두 가지는 자신의 취향과 겹칠 것이라 생각하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위에 언급한 게임들중에서 과연 그래픽의 비중이 큰 게임이 있을까? 물론 있다. FIFA 시리즈의 후기작은 그래픽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파이널 판타지도 마찬가지다.

(그란투리스모는 게임성 보다는 처음부터 리얼리티를 추구했기 때문에 약간 논외로 보고, 심시티는 그래픽의 뛰어남보다는 시뮬레이션을 위한 CPU연산 때문에 사양을 탔으므로 해당사항이 없다.)

그럼 그 게임들이 과연 게임의 그래픽으로 게임성을 커버하였는가 하면 그게 또 그렇지 않다. FIFA의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축구와 최대한 가까운 느낌의 게임을 만들기 위한 즉, 리얼리티적인 재미만이 주요 목표였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여타 RPG게임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다양한 방면의 새로운 설정을 시도하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유명한 점이다.

 

다른게임들은 어떠한가? 그래픽? 그딴 거 없다. 그저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했고, 해서 후회하지 않았다. 한번 게임을 하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흡입력이 있었고, 당시 게임의 가격 약 3만원 정도는 별로 아까울 것이 없는 작품들이었다. 굳이 그래픽이 좋지 않아도 말이다.

 

1363766266 a0005021_15275115 ed5

눈물 좀 그만 빼, 망할 2D게임들아 ㅠㅠ….

 

 

게임의 기준은 고금을 막론하고 그것이 재미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재미의 기준에 그래픽의 비중이 높아져만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다시 그전에 언급했던 10년 전. 이번에는 그 이후를 살펴보자. 이때에 재미있다고 알려진 게임들을 살펴보면,

(뭐 굳이 표로 그리지는 않도록 하겠다.) 둠3, 파 크라이, 메달 오브 아너 같은 FPS라던가, 온라인게임의 붐이 일면서 리니지2, 와우, 뮤온라인 등, RPG게임 쪽은 원체 많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로테스크한 서양식 발더스게이트 같은 녀석들과, 아기자기한 일본식 쯔바이, 구루밍, 멋있는 쪽의 파판 시리즈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스타의 성공 이후로 시뮬레이션 게임이 다수 나왔는데 C&C 후반시리즈나 뭐 그 외 잡다 많은데 꼽기가 좀 귀찮다.

 

모두 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지만, 굳이 이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FPS의 약진이다. 그 이전에 FPS가 없었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적은 건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온라인화 되는 추세도 주목할 만 하다. 뭐 이렇다 저렇다 논하는 건 내가 전문가도 아니니까 뭐라고 할 건덕지는 아닌 듯 하다. 하지만 일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이야기해 본다 하더라도 이상한 점은 분명히 있다.

 

FPS라는 장르는 분명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장르의 특성상 그래픽이 재미의 요소를 어느 정도 좌우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 불평 불만을 토로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문제는 그것에서 이어지는 무언가 이상한 추세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FPS라는 장르가 일종의 신드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서든 어택과 카운터스트라이크에 모이면서,(물론 레인보우 식스 시리즈나, 파 크라이 같은 패키지게임들을 포함한다) 어느 사이엔가 게임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게임의 권장사양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이 게임사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은 부정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언가 사람들의 인식마저 이러한 방향성에 치우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점점 게임 전체의 인식으로 변화하면서 이상한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요즘 게임은 그래픽이 좋아야 재미있지…?

 

주변에 대한 인식에 눈을 뜰 3살 무렵부터 게임을 해온 나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일 뿐이다.

막말로 ‘니가 게임을 뭘 알아?’ 라고 묻고 싶어질 정도의 발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몇 년 전 영화 스타쉽트루퍼스가 게임화 되어 FPS 장르로 출시 된 적이 있었다. 여러 말을 할 필요도 없이 결론적으로 완전히 망한 게임이었다. 그래픽은 ‘상당히’ 좋았지만, 게임성이 병맛 넘쳤기 때문이다.

세계 3대 게임 거장인 윌라이트의 최근작 ‘스포어’는 고도의 그래픽 ‘기술’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그래픽 수준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엄청난 대 히트를 쳤다.

이런 예는 유독 저 두 가지 게임만이 아니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병맛 나는 그래픽이라도 엄청난 인기를 차지하는 것이고, 반대로 재미가 없으면 그래픽카드를 SLI로 250GTX 두개를 꽂아도 버벅이는 게임이라도 인기를 끌기 힘들다는 점이 중요하다.

 

좀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볼 수 있다.

최근에 상당한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괴혼~굴려라 왕자님의 경우 그 그래픽 수준은 3D치고는 굉장히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중독성의 궁극이라고 할만한 슈퍼파워2에는 고도의 그래픽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반대로 한 해에 출시되는 FPS게임은 수 십여 가지임에도, 실제로 게이머의 기억 속에 남는 FPS는 한 해에 5가지가 될까 말까 한다. 이것이 바로 게임 그래픽의 허와 실이다.

 

같은 RPG라도 다양한 재미요소를 가질 수 있다. 스토리도 요소가 될 수 있고, 세계관과 소재도 한가지 요소가 될 수 있으며, 그래픽 또한 한가지 요소로 충분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스 시리즈에 비해 베네티카라는 이름도 아무도 모르는 고 퀄리티 그래픽의 게임이 더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식 약어로 취존이라는 말이 있다. ‘취향이니까 존중해주세요’라는 말의 약자이다.

누구에게나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존재한다. 그래픽이 좋아야 게임을 하겠다는 사람도 분명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과연 게임이 그래픽에 그 가치를 좌우 당할 만큼 단순한 것일까?

이 글을 보고 ‘그래픽이 좋은 게임만 해본 세대’는 물론 그래도 어느 정도의 그래픽은 기본적인 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여러 가지 소재의 역사에 대해 가르쳐 주고 싶다. 누군가가 쌓아 올리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현재에 대해서 말이다. 게임에서의 역사의 중심에는 그래픽이란 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