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들- 음악과 목소리 -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들은 오프닝과 엔딩이 하나같이 독특하다.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린다는 점은 두말할 것 없고, 단순히 노래가 나오고 애니와 관련된 그림이 등장하는 오프닝, 엔딩화면은 아예 거부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애니메이션의 도입부인 1편에는 아예 오프닝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초반 서너 편은 정상적이지 않은 오프닝을 보여주지 않거나, 편이 거듭하면서 오프닝이 변화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오프닝마다 가사가 다르거나, 2쿨에 3가지 버젼 따위의 미묘한 구성도 보여주고는 한다.

첨언하자면, 가사가 다른건 둘째치고 뭔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속 안녕 절망선생의 오프닝. 편마다 오프닝이 조금씩 다른데, 최종판에서 완성된 오프닝을 볼 수 있다.

 

만화 등의 작품이 애니화가 결정되는 경우 많은 사람들이 원작과의 괴리감에 걱정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들에도 그런 우려가 많다. 이 부분에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데,

 

샤프트(신보아키유키)가 애니를 만들면 원작은 포기

 

혹은

 

신보아키유키라면 믿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두 가지 의견으로 팽팽히 맞서게 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작품마다 큰 편차가 있다. 극단적인 예로 네기마와 파니포니를 들 수 있다.

네기마의 경우는 더할 나위 없이 원작 파괴. 처음부터 원작과는 다른 노선으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시작한 이상, 원작 재현 같은 것은 기대할 수가 없었다. 어찌 보면 긍정적인 부분도 있는데, 원작유지라는 가치를 떼어놓고 보면, 네기마의 ‘무분별한(!)’ 러브코메디 노선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 해도, 네기마!?라면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파니포니는 조금 경우가 다르다.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라 개인적인 의견이 되겠지만, 파니포니의 원작 만화책은 좀 거시기하다. 그림체도 어수선할 뿐더러 내용은 조금 정신 사나운 편이다. 이것이 애니화 되면서 많은 것이 변한다. 내용이 정신 사나운 것이야 뭐, 원래 그런 개그물 이니까 그렇다 쳐도, 어수선한 그림체가 정적이면서 포인트가 눈에 띄는 신보감독의 스타일로 승화된 것이다. 이 정도면 원작에서 개선됐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원작과의 괴리라는 문제를 잦아들게 만들 요소가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에는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OST이다. (저작권문제로 OST를 직접 올릴 수 없는 게 아쉽다)

오프닝, 엔딩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살리는 양념이라 할 수 있는 OST는 신보 아키유키(혹은 그와 함께하는 음악감독)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어찌 보면 눈에도 띄지 않고, 별달리 특이할 게 없는 음악선정이지만, 사실 ‘특이할 게 없는 점이 대단한 것’이다. 특이할 것이 없다는 말은 곧, 위화감이 없다는 말이니까.

다양한 장르와 독특한 비트의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파고들어 화면의 영상미를 돋보이게 하는 모습들은, 그의 애니메이션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하는 한 축이다.

 

 

또 한가지 부분은 바로 성우다. 사실 월영에서는 성우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이후의 애니메이션들에 따라다닐 사이토 치와(하즈키 역)와 무기 히토(류헤이 할아버지 역)가 이곳에서 등장하기 시작한 정도? 파니포니에서부터는 모에(!)한 목소리의 노나카 아이가 신보 아키유키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고, 호리에 유이, 스기타 토모카즈 등 거물급 성우가 대거 캐스팅 되기 시작한다.(작화에서 아낀 돈 여기다 다 쓰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들의 목소리는 물론 ‘잘 어울린다’ 라는 말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이야기는 이곳에서 하고 싶지 않다. 신보 아키유키의 캐스팅은 ‘어? 이 목소리가 이렇게 잘 어울려?’ 라는 말이 나오는 캐스팅이다.

파니포니에서 특히 그런데, 약간 천연계인 노나카 아이의 목소리가 미스터리 캐릭터인 이치죠상이 된다던가, 소녀풍의 귀여운 호리에 유이의 목소리가 히스테리컬 공부벌레인 미야코가 된다던가 하는 부분은 그저 할 말이 없다.

파니포니에서 한가지 첨언하자면, 그 황당한 3가지 오프닝이, 주연급 성우인 오리카사 후미코(노란 바캉스), 노나카 아이(룰렛 룰렛), 호리에 유이(소녀Q)가 불러, 의미가 요상한 오프닝의 느낌을 잘 살려주는 것이 매우 인상 깊다.

관심이 있으신분은 오프닝 클립이 아닌, 실제 싱글앨범에 수록된 풀 오프닝을 들어보기를 권장하겠다.

그 이외에도 신보 아키유키의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작품들에서 활약하는 고토 유우코, 신타니 료코, 사와시로 미유키 등 알만한 사람은 알고 있는 다채로운 성우들이 언제나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을 두드러지게 해준다.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에 볼거리는 이것 말고도 많다. 다양하게 삽입된 패러디들이나, 교묘하게 끼어있는 개그 캐릭터 등, 분리를 할 수 없어서 그렇지 정리하려면 아직도 많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직접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발견하시기를 권하고 싶다. 감상평이라는 것이 원체 주관적인 부분이다 보니 블로그의 포스팅도 조심스러울 판에 이러쿵저러쿵 감놔라 배놔라 할 형편이 아닌 듯 싶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 신보 아키유키의 특징들을 꼽아보았다. 사실 포스트를 나눌 이유가 없었는데…. 하루에 1 포스팅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과 글쓰기 귀찮음이 맞아 떨어져 포스트를 둘로 나누게 되었다 = ㅁ=;;

부족하게 채운 포스팅이라도 읽어주신 분들에게 심심한 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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