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7일 화요일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 웃는 사람은 덕심이 있다.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1월 신작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라 여러가지 평가를 받은 이 작품.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를 소개하게 되었다. 라이트 노벨 원작이고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절반의 실망과 절반의 대단한 성공 이라는 느낌으로 감상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어쨌든 상당히 인기를 모은 것은 사실이고 조기에 국내에 판권까지 들어왔으니 이 정도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물론 실제 감상 중에도 상당히 (배꼽 빠지게) 즐거웠음은 물론이고, 설정이나 구성도 상당히 우수하였다. 더불어서 이 작품에서 신보 아키유키 이후 새로 체크해야 할 감독이 생겼다는 사실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제목으로 모든걸 알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키워드는 다 나왔다.

 

제일먼저 마지막에 언급했던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오오누마 신(大沼心) –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다. 이 정보만 보더라도 어이쿠야 하면 당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팬이라고 말해도 좋다. 2006년 네기마!?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이다. 2007~2008년의 ef시리즈. 이 역시 감독은 오오누마 신이지만 신보 아키유키가 고문으로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바로 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이다. 이정도 되면 오오누마 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제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속 스테프로 시작하여 도움을 받아 성공작 하나를 낸 후 드디어 독립된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뭐, 그런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 작품에서는 여러가지 화면구성에서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음영이라던가 화면 전환, 평면 구성 등의 신보 아키유키적인 특징들이 자주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를 좇아 감독을 확인한 결과 위와 같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어이쿠야 누가 아니랄까봐…

 

감독은 오오누마 신! 체크해야 할 감독이 늘었다! 가운데는 바보.

그래서 신보 아키유키적으로 그냥 비슷한 느낌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신보 아키유키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한가지가 러브코미디 불능(!?)이라는 점인데, 이 부분은 정말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뭐 이렇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 중에 알아줄만한 러브 코미디 물이라고 한다면 네기마!?와 절망선생 정도, 넓은 의미로 보면 마리아 홀릭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며,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따져도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와 나츠노 아라시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러브라인이 그려졌는가 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면 YES라고 말하겠는가? 콧방귀나 뀌지 않으면 다행이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들(포스팅 한것)

그에 반해서 이 오오누마 신 감독은 상당히 그부분에 기합이 들어가 있다. 러브 코미디로서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수라장의 묘사나(수라장에 대한 설명은 하나마루 유치원 포스팅에 간략히 나와있다.) 그런 수라장을 헤쳐나가기 위한 여자아이들의 고뇌, 주인공의 수난 같은 부분이 정석적으로 그려져 있다. 더불어서 신보아키유키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패러디들이 만발하면서 즐거움을 더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한 줄 요약하면, 신보 아키유키랑은 다른 맛이 좋다! 라는 것이다.

 

 

잘 보면 구석 쪽에 병치혼합 스타일의 음영 연출이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더라도 장면 자체에서도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학원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에다가 특별한 학교라는 소재가 더하는 것 만으로 이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그 특별한 점이 정말로 특징적이기에 이 소설 및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력을 가시적으로 구현한 소환수로 다른 클래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싸움의 결과는 학교의 기재의 사용권한. A클래스는 스낵, 드링크바의 무제한 제공, 안락한 교실, 최고급 기자재가 제공되며, F클래스에는 낡은 다다미방, 다리가 부러지는 밥상, 닫히지 않는 유리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공된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몸소 느껴지는 배경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을 포함한 F클래스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더 좋은 기재를 얻기 위해 다른 반과 싸운다는 소재를 통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에피소드는 단지 소년만화적인 전투만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적인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학력이 과연 세상의 전부인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은 옳은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단지 웃기는 만화로 치부하기에는 제시하는 질문의 무게가 생각보다는 묵직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런 무게를 주인공은 ‘바보’라는 설정으로 더 좋은 점수를 치르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그것을 통해 ‘소환수’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년만화적인 감각을 잊지 않게 해준다.

 

 

이건 뭐 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귀여우니 OK

이 만화에서 주된 즐길 거리는 물론 에피소드를 꿰뚫는 작은 웃음들도 있겠지만, 덕심 가득한 분들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큰 웃음 거리들이 사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이부분이 웃음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등장인물들이 여자애들을 보고 코피를 흘리는 부분이라던가, BL코드, 백합 코드 등이 서슴없이 등장하면서 웃음을 주는 부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목 아프고 등 아프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웃을 수 있다.

더불어서 시험소환전쟁이라는 이름의 싸움이 시작되면 각종 소환수가 캐릭터의 SD로 등장하여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더불어 전투는 마치 게임처럼 진행되는 모습 등은 간혹 지루해 질 수 있는 이야기 진행에 조미료가 되어 주기도 하는 부분 등은 감독의 연출력에 점수를 주게 된다.

 

백합코드가 노골적이라 불쾌감이 들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그냥 웃기다.

 

 

츤데레, 얀데레, 야오이, BL, 백합, 어느 하나 초보자에게는 버거운 키워드 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즐길만한 구성과 에피소드가 이 작품에는 잘 담겨있다.

연출, 구성, 스토리, 그리고 작품을 꿰뚫는 메세지 등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은 이 작품은 1월 신작들에서도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PS. 국내 판권이 걸려있는 작품이라 포스팅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보자고 하는 글인데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한다. 다섯 시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스샷 그까짓 열 장도 안 되는 거 찍었다고 고소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더불어서 내리라고 하면 내릴 테니 제발 고소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나 돈 없는 학생이다.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6 - 10점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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