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3일 금요일

Q.E.D.~증명종료~ 추리만화의 일면

 

추리만화라고 한다면 당장 떠오르는 작품은 김전일이나 코난 정도다. 김전일은 대체적으로 하나의 사건을 1권 내외의 분량으로 다루면서 사건의 트릭과 정황을 깊이 있게 다루는 편이고, 코난은 그 반대로 한 사건이 길어야 연재분량 서너편을 넘지 않으면서 가볍고 접근성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방금 언급한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추리만화이다. 하지만 코난이나 김전일에 비하면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언급할 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검색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통해서라도 이 만화의 인지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은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만화라고 해서 그다지 재미가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지면 흡입력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는데, 사실 그냥 재미로 본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 이 작품의 숨겨진 가치와 다른 추리만화에 비해 부족한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이와 같이 앞의 명제를 처음 조건에 따라 증명하였다. Q.E.D.

 

 

추리만화는 사실 추리소설 팬들에게는 그다지 어필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추리소설에 비해서 독자에게 돌아가는 단서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말하자면, 추리만화들은 대체로 독자들이 혼자서 추리할 수 있을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전일은 위에 말한 작품들에 비해서 이 부분은 상당히 강한 편이다. 실제 추리 소설의 분위기에 가까울뿐더러 이야기를 깊게 다루는 만큼 노출되지 않은 면이라 할지라도 독자들이 유추할만한 ‘시간’을 제공한다.(여기서 말하는 시간은 단행본을 읽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포함되지만, 연재주기에 의해 연장되는 시간까지 말한다.) 따라서 굳이 일반 독자들이 외면할지라도 추리소설 팬들에게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비교적 이지만….

그에 비해서 명탐정 코난은 정 반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건 자체에서 얻는 사고유희는 그다지 크지 않은 대신 분위기에서 오는 가벼운 긴장감,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변화하는 코난의 주변상황 등에서 추리보다는 오히려 소년만화적인 재미를 끌어내는 데에 중점적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추리를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추리물을 본다는 느낌을 주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성을 통해서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죽을 사람은 모두, 죽었어!!(좌) 저 손가락에 여러 사람 자살했다.(우)

 

Q.E.D.는 사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코난쪽에 가깝다. 이야기는 옴니버스 구성이면서 사건은 연재분 1~2편의 길이를 크게 넘지 않는다. 이야기는 특별한 주인공과 여고생을 등장시켜 접근성을 추구하였으며, 사건을 다루는 방법도 그다지 깊이 있는 편이 아니다. 어찌 보면 코난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구성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코난은 대중적으로 성공했지만, Q.E.D.는 그렇지 못했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소년만화적인 재미가 부족한 점을 꼽고 싶다. Q.E.D.는 전적으로 옴니버스의 구성을 따르고 있다. 연재분량 한편 정도에 해당하는 한가지 사건이 지나고 새로운 사건이 시작될 때, 전혀 차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에 추가되는 캐릭터는 있지만 그들을 둘러싼 커다란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코난에서는 검은 코트의 사나이들과 대립구도를 펼치며 때때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바로 이점이 일반적인 흡입력을 지니지 못하는 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몇 권을 보기 시작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한다면, 이 만화는 꽤나 재미있다. 김전일에 비해서는 훨씬 가벼운 그림체가 사용되었을 뿐더러, 때때로 등장하는 개그요소는 만화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데에 얼마든지 기여한다. 한번 1권을 들었다면 일단 주위에 있는 뒷 권 들은 얼마든지 계속해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 1권을 보고 2권을 보든 20권을 보든 그 느낌의 차이가 없는 것이 결정적으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보면 재미있지만 굳이 연재되는 분량을 기다릴 이유는 없는 그런 만화인 셈이다.

하지만 이 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장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사실 추리라는 장르는 기획단계에서 다른 만화보다 훨씬 어려우리라는 사실은 쉬이 짐작이 된다. 따라서 연재속도가 만족스러우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김전일의 경우에는 한가지 이야기가 끝나려면 최소 6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이고, 코난은 검은 코트가 흘깃 책장을 스치기만 해도 한숨을 쉬게 된다. 이야기의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완결된 다음에 보는 것이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Q.E.D.는 그 점에서는 강하다. 언제든지 생각이 날 때 책을 들면 언제든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독자를 반기는 것이다. 굳이 기다리지 않고 다른 만화를 보다가 문득 얼마나 연재가 됐는지 궁금할 때 2~3권을 읽는다면 충분한 것이다. 뒤가 어떻게 될지 조마조마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굳이 변하는 게 있다면, 여주인공인 가나가 주인공인 토마를 점점 좋아하게 되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것도 추측이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요정도? 그 외에는 다 똑같혀~

 

Q.E.D.의 장점 중에서 또 한가지를 꼽자면, 방대한 양의 교양지식이 담겨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다른 만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접근성과 양에서 이 작품은 좀더 우수하다. 주인공이 MIT에 다닌 수학과의 학생이었다는 설정을 활용한 이를테면 오일러의 공식 (e^πi = –1 : 수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 자세한 건 네이버과학을 보자.)같은 부분도 그렇지만, 다양한 형태의 문화, 사회, 과학적인 상식들이 이 만화에서는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형태로 등장한다. 물론 이 만화를 통해서 올바른 지식을 확실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지면관계상 무리가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지식을 보고 요즘 같은 세상에 검색 한번만 날리면 얼마든지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청소년들의 교양 함양을 위해서 권장하고 싶을 정도이다.

 

범행 동기는 바로 이 수식이었다.

 

추리만화는 사실 그렇게 인기 있는 장르가 아니다. 만화의 역사가 몇 년인데 추리만화가 고작 방금 언급한 세가지 작품밖에 없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김전일의 작가의 후속편인 탐정학원Q는 잠시 논외로 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작품들이 사장된 이유는 추리만화라는 장르와 매체가 그다지 잘 매치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는 상당히 재미있고, 생각보다는 꽤나 가치 있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이 만화는 3명만으로 일본의 전 인구를 사살할 수 있다는 일본 3대 사신 중 두 명인 김전일과 코난(한 명은 라이토) 에 비하면 사람이 잘 죽지 않는 편이기에 거부감이 들 이유도 없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분실, 속임수, 혹은 과거에 죽었던 사람에 대한 재조명 같은 소재가 사용된다. 물론 살인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에 비하면 2~3할 정도의 낮은 숫자이다.

이렇게 가볍고 부드러운 추리물이라면 코난의 연재가 지겨운 독자 분들에게 얼마든지 쉼터를 제공해줄 것이다.

 

Q.E.D 큐이디 35 - 10점
카토우 모토히로 지음/학산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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