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목요일

마호라바 -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러브코메디

 
러브코메디라고 한다면, 90년대 이후에 인기를 얻은 장르다. 예전의 들었던 모 네티즌의 말을 인용하자면, 병신 같은 남자주인공 주위에 여자들이 꼬여서 일어나는 막장이야기.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뭐 서비스 컷이 등장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한 명의 여성에게 한마음으로 유지되는 주인공이라던가, 여자는 많아도 결국 모두 각자 커플링이 잘 되어있는 이야기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쪽보다 푸른’(국내 제목 : 천생연분)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양쪽 다 포함되는 작품으로는 바로 이 작품. 마호라바를 꼽을 수 있겠다.
 
   
국내에는 완결까지 연재되지 않은것 같다.
 
마호라바는 2001년 즈음 연재가 시작된 작품으로, 지금으로 친다면 약간 시대가 뒤떨어진 만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브코미디라는 장르가 현재의 그런 ‘야하고 웃긴’ 장르로 정착되려고 하던 무렵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여전히 감동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중의 하나이기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가치를 논할 만 하다.
2006년 연재가 종료되어 약 5년간 12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어쩌면 정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이라거나 꿈을 좇는 주인공이 좋아 같은 소재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정석이라고 할 만큼 오랜 기간 검증되어온 소재인 만큼, 이 만화에서도 보통 내지 그 이상의 감동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추억과 꿈이라는 소재가 적어도 수 백년 동안 인간의 눈물을 뽑아낸 사실은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기억하지 못하는건 예의
 
이 만화는 나루타키장이라는 하숙집 비슷한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화풍으로 지어진 소담한 건물인 나루타키장은 히로인인 아오바 코즈에가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곳으로 수십년 이상 이어져 온 곳이다.
주인공인 시라토리 류우시는 그림책 작가를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생으로 얼굴도 이쁘장, 여자같은 성(시라토리는 백조의 일본어와 발음이 동일), 처녀자리 출생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청년으로 너무나도 먼 학교에 통학을 문제로 도쿄에 상경하게 된다. 어머니의 사촌이 운영한다는 하숙집(작품에서는 아파트로 표현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상 하숙집에 가깝다)에 소개를 받은 류우시는 그곳에서 코즈에를 만나고, 나루타키장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루타키장의 생활이 평화롭게 이어질 거라는 예상을 깨고 소란스러운 동거인들과 함께 코즈에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다중인격이라는 게 참 무섭다.
 
나루타키장에 사는 사람은 모두 7명으로, 관리인인 코즈에를 비롯하여 남자 2명과 여자 5명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느 러브코미디마냥 주인공에게 몰려다니는 짓은 잘 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명은 코즈에 한마음, 한명은 이미 남자친구 있음, 두명은 엄마와 딸이므로 남녀관계와 상관 없음 등, 친하게 지내는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최근의 러브코미디를 읊어보자면, 로자리오와 뱀파이어라던가, 카노콘, 투러브 트러블(toLoveる)같은 작품들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런 작품들과는 정말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이 마호라바라는 만화가 나루타키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러브코미디 특유의 싸구려틱한 느낌을 지워주는 것이다.
 
자신의 추억을 간직하는 캐릭터들. 모 만화처럼 주인공에게 들러붙지 않는 게 참 좋다.
 
사실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러브코미디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주는 내용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나마 러브코미디중에서는 감동의 코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러브코미디는 좋아하지만 봇물처럼 흘러 넘치는 최근의 러브코미디물 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는 쉬어가는 분위기로 한번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마호라바 Mahoraba 4 - 8점
코지마 아키라 지음/시공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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