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9일 목요일

센타로의 일기 - 토끼를 보고 치유 받자!

 

얼마 전 치유계 어쩌고 하는 포스팅을 쓴 이후로 치유계 작품들을 포스팅하는 일이 잦아졌다. 사실 이런 장르 구분 같은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넓게 보면 얼마든지 장르가 중첩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딱 부러지게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기에는 어려운 작품들도 다수 있으며, 하물며 그런걸 굳이 구분 지어서 논쟁거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사실 치유계같은 말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치유계에 포함되는 작품들은 다수 있었고, 그런 작품들은 굳이 치유계라는 범주 없이도 얼마든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 소개할 작품이 바로 그렇다.

94년부터 연재가 되어 무려 15년이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이 담긴 만화. 센타로의 일기를 소개한다.

 

센타로의 일기! 자세히 보면 94년 출판이라고 구석에 써있다.


센타로의 일기는 그림체만 살짝 보면 순정 만화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림체의 인상이라는 게 이야기를 좌우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이를테면 유리가면처럼) 본인이 어렸을 적에는 순정만화 그림체는 여자애들 보는 만화라고 멀리했던 기억이 조금 남아있다. 사실 순정만화는 뭐 대부분이 그렇듯 소녀의, 소녀를 위한, 소녀에 의한 만화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 경우 장르 구분을 하자면 뭐 보통 러브코미디는 러브코미디인데 내가 말하는 러브코미디랑은 라인이 조금 다른 뭐 그런 종류가 보통이다.(이를테면 오란고교 호스트부처럼) 하지만 이 만화는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없다. 소녀의 이야기도 아니며 소녀를 위한 이야기… 는 뭐 별로 차별하지 않을 것 같고, 소녀에 의한… 인지는 작가 이름이 츠바사라서 판단하기 힘들다. 뭐 잡설은 관두고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토끼이며, 귀여운 동물이 나왔는데 러브코미디 일리도 순정만화일 리도 당연히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단언하건대, 이 만화는 치유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pre-치유계 만화이다.

(거창하게 썼지만, 요는 오래된 치유계라는 말이다.)

 

   

이런걸 보고 마음이 치유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냉혈한이거나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주인공인 센타로의 주인 바쿠씨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혼자 생활하는 남성이다. 어느 날 여자친구와 헤어진 뒤 홧김에 사버린 토끼를 키우게 된 바쿠는 어찌어찌 하다가 몸 약한 토끼가 죽게 되는 사고에 이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토끼를 다시 얻어 이번에야말로 진정 사랑해주겠다는 다짐으로 주인공 센타로와 함께 생활하게 되는 것. 뭐 내용은 이게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언급한 게 1권내용뿐이기는 한데, 만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캐릭터(동물)들을 살짝 배제하고 나면 순전히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되며, 전후의 연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치유계라는 게 그렇듯, 우연히 한편을 보게 되어도 얼마든지 치유받을 수 있을 뿐더러, 그까짓 새 동물 나온다고 이해 못 할 내용이 담겨있는 것도 아니니 중간부터 봐도 아무런 문제는 없다. (랄까, 그까짓 새 동물 나올 때마다 하악하악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도 책임질 수 없다.)

 

초대 센타로가 이렇게 가고… 바쿠씨는 2대 센타로를 맞이한다.

 

예전부터 동물, 아이, 아.. 하나가 뭔지 까먹었는데, 아무튼 그 세가지 소재가 등장하는 작품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 만화는 강렬하게 인기를 끌었던 적은 없지만, 적어도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요인중에 하나가 바로 동물이라는 소재가 아닐까 싶다. 사실 센타로가 바쿠의 주변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는걸 보고 있노라면 넋 놓고 열 권 정도는 보게 되는데, 그렇게 잠시 잠깐 넋을 놓으면 3~4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딱히 어떤 흡입력이나 강렬한 인상이 남는 작품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놓을 수 없는 것은, 치유받고 있는 내 몸이 이 만화를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확실히 센타로와 야옹이(첫번째로 등장하는 다른 동물)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내가 변태라서는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귀여우니까 모든 게 용서된다. 물론 내 앞에서 그러면 패서 가르치겠지만.


사실 본인은 애완동물을 기를 형편이 못 된다. 게으른 성격에 밥 주는 것도 자주 잊어버릴 것 같고, 이래저리 뒤처리 하는 것도 귀찮아 할 것 같다. 하지만 동물들은 매우 좋아해서 기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그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 바로 이 센타로의 일기다. 이 작품에서는 토끼를 기르는 주인에게 흔히 겪을 수 있는 경험담이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이런 특징은, 실제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에게도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애완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즐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게 된다.

 

진짜 애완동물 기르면 이런 걸로 고민하게 될 것 같은 내용이다.


이번 포스팅은 내용도 부실하고 약간 짧아 날로 먹는 느낌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만화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만화는 많은 말이 필요 없이 독자가 한번 읽고 나면 그 모든 느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좋아하고, 치유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이 작품을 꼭 보도록 하자.



센타로의 일기 34 - 10점
누노우라 츠바사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댓글 1개:

  1. 다음 뷰 베스트 선정 감사합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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