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4일 수요일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 - 춤추자! 흡혈귀들아!

 

이 애니를 본 계기는 단지 하나, 신보 아키유키였다. 하지만 애니를 보고는 한번에 훅 갔다.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는 신보 아키유키의 연출력이 집결된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색감, 연출력, 때때로 보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작화. 그 어떤 것 하나 기존의 작품들과는 그 완성도에서 궤를 달리한다.

신보 아키유키가 그리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이 포스팅에서 뱀파이어와 춤추는 이 작품을 자세히 소개해 본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 오프닝이 좀 거시기 하지만 17금이라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자.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매우 다양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주제도 다양한 편인데, 이에는 시대에 따른 흐름이 존재한다. 과거의 뱀파이어는 대부분 호러의 소재였다. 어찌 보면 이것이 바로 뱀파이어라는 장르의 시작이고 ‘괴물’의 이미지를 가진 흡혈귀가 호러라는 것은 매우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이후 시대가 지나면 뱀파이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는 주제가 나타난다. 90년대 중반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스타일이 그렇다. 뱀파이어의 길과 인간으로서의 길에 고뇌하고 그것으로 어떤 선택을 강요 받거나, 혹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고뇌하거나… 뭐 그런 흐름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뱀파이어라는 대상에 대한 경외, 혹은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힘과 능력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다. 만화 헬싱이 대표적인 그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도 바로 최근의 유행을 따르는 스타일이다. 뱀파이어의 공언, 그리고 국가의 설립. 이러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라는 작품의 발단이다.

 

어려 보이지만 여왕님.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 작품의 메인 테마는 사실 이종족 간의 사랑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과 뱀파이어가 아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 더불어서 인간이 끼어 삼각관계까지 이루니 놀랍지 아니한가.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정도야 흔하다 싶을 정도다. 근래에 나온 영화 뭐시기? 그 뭐냐, 트와일라잇? 그런 작품들이 바로 이런 것에 속할 것이다. 그런 흔하디 흔한 주제의 뱀파이어 소재의 작품들과는 한 차원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늑대인간 소년 아키라와 뱀파이어의 여왕 미나의 어렸을 적의 약속, 기억을 잃은 소년 아키라와 그를 좋아하는 인간 소녀 유키. 기억을 되찾은 아키라는 미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위해 그녀에게 가지만, 유키는 떠나가는 아키라를 붙잡지 않고 오히려 한발 다가서며 더욱 치열한 삼각관계를 만드는 모습은, 배경과는 관계없이 마치 러브 코메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러한 러브라인과는 별개로 세계 속에서 하나의 국가로 독립하는 뱀파이어의 여왕의 모습은 그녀가 하나의 생명체로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종족의 존립을 위해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결정을 고뇌하는 모습은 어둠을 걸어온 절대자의 단면을 보여주며 작품에 무게를 더한다.

 

여왕의 고뇌는 우리 같은 우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숭고하다.

 

이렇게 무게감 있는 작품에 신보 아키유키가 감독을 맡았다. (바케모노가타리를 제외한) 그의 작품을 둘러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솔직히 그와 맞지 않는 듯 보였다. 호러 액션물인 이 애니가 과연 독특한 개그와 풍자를 선보인 그에게 잘 어울릴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편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정말 신보 아키유키인가 한번 의심을 해 보았다. 비교적 색감이 독특한 편이기는 하지만, 또 상당히 작화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뭐 1편 효과라는 게 있으니까 이 정도로 신보 아키유키의 이름에 걸맞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특유의 평면구성은 거의 없었으며, 색감도 매우 특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편이 거듭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엄청난 프레임을 자랑하는 제스쳐와 꼭 필요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액션은 신보 아키유키의 효율적인 작화에 정확히 부합하는, 오히려 매우 강력해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장면, 얼핏 보아도 초당 24프레임 정도는 쓴 듯 보인다.

 

음향효과는 어떠한가? 연출에 맞추어 나타나는 음향효과는 놀랍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음향효과가 대단하다는 말만 했지 신보 아키유키의 색깔이 어떤 것이다 라고 규정짓기에는 미흡한 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의 음향은 실로 놀랍다고 말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다. 특히 비가 오는 장면에서 빗소리와 대화소리가 교대로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페이드 아웃 되는 사운드는 그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기 위한 숨김 맛이 되어, 그 순간의 긴장감을 서슴없이 끌어내며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지금껏 본적이 없는 신선한 느낌의 음향 연출이라는 점과 함께, 이러한 그의 청각적 자극은 이것이야 말로 신보 아키유키의 색깔임을 충분히 각인시키고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운드는 직접 안보면 모른다.

 

이 애니메이션은 성우진이 굉장히 낯설어서 꽤나 헤맸다. 수많은 캐릭터들의 성우들이 지금까지 신보 아키유키와 함께 일했던 성우들과는 다른 코드로 포진되어 있다. 네기마!?가 본래 마법선생 네기마의 성우를 끌어 왔기 때문에 공유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외하면, 사이토 치와가 여왕님이 아닌 유키에게 배역된걸 포함하여, 마리아 홀릭에서 함께한 카이다 유코, 코바야시 유우 말고는 완전히 그의 코드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괴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런 캐스팅은 신보 아키유키의 성우 배치능력을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는 없다.

 

베스트 애니메에 들어가서 직접 성우들의 출연작을 확인해 보자.

기회가 되면 내가 헛소리 썼다고 댓글에 지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차례 이 애니를 보고 나서 이 애니의 원작이 라노벨이 아닌가 한번 추측을 해 보았다. 스토리의 전개나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다양한 설정들은 라노벨정도 수준의 전문적인 스토리 작가가 아니라면 쉽지 않으리라는 작은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였다.(하지만 확인해보니 이 작품은 만화책 원작이었다) 작품의 무게감, 이야기의 전개, 작화, 연출, 사운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결말이었다. 신보 아키유키의 성향으로 볼 때, 가을 내지 겨울 시즌에는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보며 김칫국 마시는 기분으로 즐겁게 기대해 본다.

댓글 5개:

  1. 섹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

    라고 착각했던 작품이네여

    한국판의 만화책의 원작을 먼저 접했던 저로써는 오히려 괴리감만 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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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4/14 16:00
    샤프트라면 원작은 포기하는게.... 보통 그렇게들 생각하죠 =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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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베스트에 올라갔군요. 선정 감사합니다 =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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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추천 포스트 타고 들어왔습니다~

    볼지 말지 고민하던 작품인데, 꽤나 퀄리티가 높아 보이는군요;;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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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도바토 - 2010/04/15 23:20
    어잌후 이런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능하면 신보 아키유키의 다른 작품들이 취향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보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호불호가 좀 심히 갈리는 편이라 =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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