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6일 월요일

하나마루 유치원 - 치유계일까 러브코미디일까

 

사실 신작을 소개하는 것은 개인적인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다. 신작이야 뭐 내가 소개 안 해도 어차피 볼 사람은 볼 것이고, 내가 글을 쓴다고 안 볼 사람이 볼 것도 아니므로 포스팅에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블로그의 트렌드라던가 최근 올렸던 포스트의 반응같은것을 보자면 이거 그렇다고 너무 고집하다가는 도태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하여 한가지 신념을 살짝 굽혔다. 사실 굽혔다기보다는 방향성을 약간 틀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작 구작 관계없이 재미있는걸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작품은 그런 취지를 가져온 첫 번째, 1월 신작이었던 하나마루 유치원을 소개할까 한다.

 

하나마루 유치원! 하나마루는 왼쪽에 있는 꽃 모양의 동그라미를 말한다. 참 잘했어요 같은 의미.

 

치유계에 대해서는 이전에 길게 길게 설명한 포스팅이 있으니 그쪽을 참고하시길 바란다.(치유계에 대한 포스팅) 러브 코미디라는 것이 하나의 별것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여러명의 여성이 들러붙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전 몇몇 포스팅에서 했었고, 관련 작품들도 여럿 포스팅 한 바가 있다.

과거 포스팅했던 러브 코미디 장르의 작품들

이 작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게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된다. 하나마루 유치원이라는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아니라면 학부형과 선생님들이 고작. 주인공이 유치원 유일의 남자 선생님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떠오르기에는 설정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이 상태로는 아이들을 보면서 치유 받는 느낌의, 넓은 의미의 치유계 정도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걸 보고 치유 받으면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도 마음만큼은 깨끗해 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러브 코미디의 느낌이 강하다. 수라장(修羅場 : 슈라바 라고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수라장이라는 말로 난장판을 이야기하지만, 일본어로는 사랑을 원인으로 하는 아수라장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을 만드는 캐릭터가 주로 유치원생(……)이라는 점을 잠시 잊고 보면, 네 명의 여자와 주인공 사이에서 여러 가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이 작품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주인공은 유치원생(2명)이나 여동생(…)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고, 동료 선생님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범죄의 영역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하튼 그런 부분을 두고 본다면 이 만화는 넓은 의미에서 러브 코미디의 느낌을 받는다. 하기사 온갖 종류의 러브코미디가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유치원생이 얽히는 수라장 쯤이야 뭐 그냥 애교로 봐줘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도록 하자.

이런 것이 바로 수라장이다! 아아아… 이 뒤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질투와 굴욕의 싸움뿐…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여 유치원 교사를 시작한 신참 선생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지각, 급히 출근하는 와중에 꼬마아이를 만나게 된다. 꼬마아이는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이 꼬셨다(난파라는 일본어다. 헌팅이라고 보통 번역한다)고 소문을 내더니 급기야는 선생님의 신부가 되겠다고 나서기 시작한다. 한편 주인공은 동료 교사인 야마모토선생님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어택을 시작하는데…

6편쯤 지나게 되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역시 유치원생인 히나기쿠로, 지역 야쿠자의 외동딸이다. 신발끈이 끊어진 히나기쿠를 주인공이 도와줬다는 이유인 모양이다. 또 한 명은 여동생. 원체 아이를 좋아하는(별로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는데, 아이들에게 오빠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질투 같은 걸로 시작한다.

여하튼 이렇게 주요 네 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을 두고 수라장을 만들어 간다.

 

일이 점점 커지네! 랄까 부럽기는 해 좀.

 

요렇게만 말하면 그냥 러브코미디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사실 이 만화는 치유계의 성향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편이다.

소극적이면서도 착하고 상냥한 코우메, 유치원 최고의 척척박사인 히이라기, 엄마를 쏙 닮아 추진력 하나는 기네스북 수준의 안즈가 벌이는 이야기와 소동들은 정말로 아이들의 시점에서 벌어나는 사건들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면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해준다.

캐릭터가 한 명 씩 등장하면서 풍부해지는 이야기들도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잊혀지지 않는 인상이 남는다. 히나기쿠의 야쿠자들은 무려 지역밀착활동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겁준다던가, 출판사의 아르바이트인 야마모토 선생님의 동생이 담당하는 만화가 하나마루 선생님의 이야기 등은 자극적인 러브 코미디 보다는 잔잔한 치유계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멋있는 거보다… 귀여운 게… 강해.

 

이 애니의 특징 중 하나를 더 꼽자면, 엔딩 클립의 베리에이션이다. 조만간 OST라던가 보컬 시리즈 앨범같은 게 나올런지는 몰라도, 엔딩은 모든 캐릭터의 캐릭터 송 개념의 노래가 한번씩 등장한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은 화면구성과 음악은 솔직히 좋은 수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 쫌 상술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느낌이 잘 묻어나는 엔딩 클립을 보고 있자면, 여러가지 의미로 치유 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 문득 넋을 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넋 놓고 보다가는 1분 30초가 훅 간다.

요즘의, 특히 올해의 애니메이션들은 치유계가 많지 않다.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08~09년 노출이 줄어 들어 나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는 갑작스레 노출이 늘고 대상연령이 높아지는 애니메이션들에는 눈살이 조금 찌푸리게 되는 면이 없지 않다.

하나마루 유치원은 (시각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 작품이지만^^;)이런 세태에서는 상당히 건전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좋은 작품이다. 유치원생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보면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이런 작품이 적격이다.



하나마루 유치원 5 - 10점
Yuto 지음/서울문화사(만화)

댓글 6개:

  1. 전 히이라기가 너무 좋더군요. 그 초점없는 눈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 웃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주인공 남자가 히이라기에게 위로 받을 때 ....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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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도도새 - 2010/04/27 00:27
    역시 어른스럽다는 말은 나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는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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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뷰 베스트에 올랐습니다. 선정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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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만화랄까요.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더군요. 결국 원작도 사서 보는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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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율의신 - 2010/04/28 22:26
    근래에 나온 애니중에서는 정말 손꼽히는 수작이더라구요. 3월에 완결된걸 아직까지 안본것이 후회될 정도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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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trackback from: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1화 제작비화
    1화의 방영이 지난주 목요일 노이타미나 12시45분부터 시작되었다. 일단 반응은 좋은편이라 제작을 같이 한 사람으로서 왠지 뿌듯한 느낌...^^ 게다가 유아사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애니메이션이 일반인들에게도 충분히 재미를 전달해줄수 있는 상상력 가득한 세계라는 것 그리고, 그 현장에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지금도 앞으로도 애니메이션을 하고자 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편의상 요죠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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