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일 금요일

위자드 클라이머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정통 육성게임

정통 육성게임이라 함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보통의 경우 프린세스 메이커와 비슷한 게임을 말한다. 프린세스 메이커는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다양성을 부여하였다 해도, 기본적으로 능력 없는 부모가 딸내미를 부려먹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그 라인이 잡혀있다. 근본적으로 멀티 엔딩이 전제되어있는 장르이기도 하면서 이벤트의 다양함이 즐거움의 원천이 되는 그러한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위자드 클라이머는 바로 이러한 장르의 특성과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재미요소가 한곳에 섞인 작품이다. 다양한 이벤트는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특징인 방대한 스크립트와 만나 일상적인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수많은 엔딩은 많이 줄었지만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분할되는 엔딩의 특성들은 또 다른 재미를 가져다 준다.

 

이렇듯 재미요소가 만발한 이 게임, 오늘은 바로 위자드 클라이머를 소개할까 한다.

 

 

위자드 클라이머. 사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배경의 탑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라즈록 알트혼. 퀸즈벨 왕국의 로리아 도시에 있는 마법협회에서도 꽤나 중요한 인물로 치부되는 사람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이다. 어느 날인가 찬거리를 사러 마을에 나갔다가 한 명의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재능이 없어 마법학교에서 쫓겨나고도 어떻게든 마법을 배우고자 지나다니는 마법사를 붙잡고 늘어지기 위해서 그 자리에 서있었다고 한다. 라즈록은 잘 타일러서 그것이 불가능함을 가르치려 하지만 배고픔에 쓰러지고 마는 소녀. 어찌됐든 집으로 데리고 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게 되는데….

소녀의 이름은 세리스티네 로코코(세리스라 부른다). 로코코집안은 유명한 마법사의 집안인데, 세리스의 아버지가 죽으면서 차기 당주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하지만 세리스에게는 마법의 재능이 없는 상태이므로, 다른 친척을 데려와 당주로 세운 상황. 그 당주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세리스는 어떻게든 마법사가 되겠다는 의지만으로 로리아에 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게임은 야겜. 주인공은 자신이라면 마법사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면서, 그 조건으로 세리스의 몸(!)을 요구한다. 세리스는 그 조건을 흔쾌히(?) 수락하여 라즈록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는데….

 

네 몸을 내어 놓는다면 내가 여자로마법사로 만들어주마…. 쿠헬헬….

 

이런 막장 스토리로 시작하는 게임이지만, 게임성 하나만은 소프트하우스 캬라 답게 기가막히다.

이 게임의 흐름은 프린세스 메이커와 거의 유사하다. 애를 받은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교육, 아르바이트, 실전수행 등의 행동 중에서 골라 1주일을 보내고, 그러한 행동을 3년간 반복하여 최종적으로는 그류스델 마법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마법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마법협회에서는 세리스의 집안 문제에 대해서 인정하고 세리스의 당주 복귀를 지지하겠다는 것이 조건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단순히 교육이나 아르바이트로 오르는 수치가 능력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행동을 통해 모인 수치를 일정량 소모하여 파라미터에 해당하는 일종의 스킬을 찍는 행동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얻는 수치들은 대부분 전투에 관계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체력, 마력에 관련한 스킬들은 패시브에 해당하는 능력치 증가가 주된 성격이고, 무기수행이나 속성교육은 실제 액티브 스킬들을 추가하는 성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외에도 모험지식이나 일반지식등이 있어, 여러 가지 부가적인 능력치나 몇 가지 이벤트의 조건이 되기도 한다.

프린세스 메이커와는 비슷한 듯 미묘하게 다르지만, 결국 흐름 자체는 거의 같다고 말할 수 있다.

  

행동 –> 능력치 분배. 약간 UI가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신기한 시스템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을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작품 중 둥지 짓는 드래곤 다음으로 최고의 명작으로 꼽는다. 그 이유는 바로 방대한 야리코미요소에 있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 진정한 최종적인 목표는 탑을 정복하는 것이다. 게임에는 다양한 던전이나 탑이 존재하고 각 탑은 한 층마다 몇몇 몬스터가 배치되어 있다. 몬스터를 모두 쓰러뜨리면 약간의 체력과 마력이 회복되어 다음 층으로 진행되고 한 층마다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횟수는 제한되어 있지만, 다음 층으로 진행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마력이 허락하는 한은 무한히 마법을 쓸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게 한 층 한 층 진행하면 중간중간 적들이 강력한 층이 있어 공략 난이도를 높이기도 하면서 정복시의 성취도를 높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탑이나 던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게임 내에서 공략 가능한 던전은 대략 8개정도로(정확하지 않다. 오래 전에 클리어해봐서…) 이것들을 다 클리어 하는 게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다. 가장 낮은 시련의 탑이 10층인데, 나중에는 100층짜리 탑도 있고 해서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그런데 이 탑과 던전을 모두 클리어 했다고 또 이게 끝이 아니다. 오마케 화면에 들어가면 영웅의 탑에 도전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게임의 엔딩을 볼 때 저장한 세리스의 데이터를 가지고 그 탑에 도전하는 것이다. 탑의 높이는 내 기억이 맞는다면 150이던가 200이던가 그렇고, 난이도는 중간중간 엄청나게 어려운 층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1주차나 2주차… 아니, 정정해서 5주차나 6주차에 이 탑을 클리어하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탑을 공략하면 파라미터가 대량으로 상승하므로 효율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면도 있다.

 

이 게임의 독특한 점을 하나 더 꼽자면 전승시스템을 꼽을 수 있겠다. 이 게임의 전승시스템은 다른 소프트하우스캬라보다도 좀 더 막강한 점이 있는데, 바로 능력치의 전승이다. 1주차 만에 진 엔딩을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그류스델 마법대회의 난이도가 높은 만큼 능력치의 전승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또 신기한 점이 있다.

전승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면, 한번 엔딩을 보고 났을 때 모든 능력치가 저장이 된다. 이때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이 능력치의 30%와 종료시의 돈을 들고 시작하게 된다. 전승치를 가지고 다시 엔딩을 보면 또다시 능력치가 저장되는데, 이때 기존에 저장된 능력치와 비교해서 더 높은 점수를 얻은 수치만 덮어 쓰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어떤 능력치든 역대 최고치만 계산된다는 말이다. 다양한 엔딩을 보거나 몇가지 성취요소를 완료하면 전승되는 능력치의 비율이 상승한다. 이를테면 캐릭터 엔딩당 10%라던가, 퀴즈를 다 맞추면 10%라는 식으로 능력치 전승비율이 추가되는 것이다.

약간의 팁을 공개하자면, 한 주차에 한가지 능력만 집중적으로 올리면 궁극적으로는 모든 능력치의 최고치를 전승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렇게 몇 주차가 지나면 세리스는 시작부터 괴물급의 능력치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시작부터 체력 괴물. 이 정도는 사실 약한 수준이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의 특징 중에 이전의 소개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았던 요소가 한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방대한 양의 스크립트이다. 물론 일반적인 비쥬얼 노벨이나 미연시 게임 수준의 스크립트는 아니지만, 장르를 생각했을때 그다지 많을것 같지 않은 이러한 육성 게임에서도 캐릭터 대화 스크립트는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어떤 타이밍에 스크립트를 볼 수 있느냐가 의문으로 남는다.

이 게임에서는 거의 모든 타이밍에 스크립트가 나타난다. 한 턴을 기준으로 보면, 턴을 시작할때 계절이나 다양한 이벤트에 대한 스크립트 한번, 어떤 교육을 실행할 때 그 교육의 실행단계에 따른 스크립트가 한번, 교육을 끝냈을 때 성취 정도에 따른 스크립트가 한번, 캐릭터의 스킬을 올릴 때, 스킬 관련 스크립트가 한번, 턴 마무리의 스크립트가 한번. 이렇게 다섯 번 정도의 대화창을 볼 기회가 있다.

매번 모든 타이밍에 대화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턴 시작 시의 스크립트가 수십 회, 교육 종류마다 십 수회, 능력치 종류마다 수회, 그 외에 일반 캐릭터 스크립트가 수 백 회 정도가 된다.

 

이런걸 전부 읽어보면 재미도 재미지만, 퀴즈코너에서의 출제소재가 되기도 하니, 가능하면 자세히 보자.

 

오늘의 소개는 굉장히 길었다. 위자드 클라이머는 소개할 요소가 너무나도 많아서 이정도 만으로도 부족할 정도이다. 가끔가다가 마법협회에서 받는 의뢰로 임시 전투가 벌어진다던가, 모험 아르바이트에서 떨어져 나와 불의의 던전 탐사 이벤트가 생기거나, 캐릭터들의 일상 스크립트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은 이 게임을 도저히 놓지 못하게 만든다.

매번 소개할 때마다 한글판이 아니라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지만, 일본어를 공부한다는 의미로 이런 게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적어도, 글자와 음성이 나오니 듣기, 읽기 연습은 되는 것이 아닌가!?

여타저타 할 말도 필요 없이 단언컨대, 이 게임은 매우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단지 야겜이라는 이유만으로 소외 받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안타까움일 뿐이다.

댓글 5개:

  1. 하지만 마법사로 만드는것보다 격투가로 만드는게 게임상에 효율로써는 최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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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4/03 03:10
    그렇죠! 그것도 채찍을 쓰는게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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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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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공격+90짜리 검 명도를 먹고 날아다녔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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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진리의별 - 2010/05/12 11:19
    검으로는 공격횟수에서 한계가 있지요. 강한 기술들은 mp도 먹고 해서 결국은 채찍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단기전일때는 단연 맨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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