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 화요일

오! 나의 여신님 - 러브코미디가 소년만화를 거쳐 치유계만화로

 

이전 포스팅에서 치유계와 점프계등의 장르 구분에 대해서 언급을 했었다. (애니메이션의 장르 구분은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라이트 노벨에 대해 언급했던 포스팅에서처럼(라이트 노벨의 공통점을 꼽아 본다면?) 결론적으로 장르 구분은 큰 의미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장르를 구분하는 자체가 힘든 만화도 많다.

오늘 소개할 만화는 그 중에서도 장르를 여러번 갈아탄 작품이다.

여신님이 소원을 들어주러 찾아온다는 소재로 현재까지 무려 22년, 권수로는 40여권이 나온 이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이다.

 

20년째 이어진 역사에 남을 작품

 

앞에서 말했듯 이 만화는 장르가 여러 번 바뀐다. 초창기에는 여신님이 같이 산다는 단순한 러브코미디로 시작했던 이 만화는 5권을 전후해서 공포의 대왕을 쓰러뜨리는 소년만화적 구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공포의 대왕 그까이꺼 쓰러뜨리고 나니까 이번에는 다시 러브코미디로 변신,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재미요소를 풍부하게 만들어 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양한 설정과 신비감을 조성하면서 치유계의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뭐 거의 치유계가 다 되어 버린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장르는 바뀌었지만, 베르단디와 케이는 여전히 순애물의 주인공 마냥 순진하기 그지없고, 타력본원사는 평화에 가득 차 있다.

 

언제나 평화로운 타력본원사

 

이 만화는 그림체에도 역사가 있다. 작가인 후지시마 코스케는 데뷔 후 3번째 작품인 ‘체포하겠어!’를 시작으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면서 1988년 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는데, 이 당시의 그림체는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지저분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당시의 트렌드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눈동자라던가 체형같은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후 4권정도가 되면 머리카락 모양이 크게 바뀐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같은 머리카락에서 여신님 특유의 더듬이+가닥머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 7권정도가 되면 눈의 크기가 약간 작아지면서 안정에 접어든다. 여기서 15권 내외가 되면 선이 점점 엷어지고 그림체에 세련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25권 정도가 되면서 눈동자는 조금씩 커지고 턱선이 매끄러워지면서 현대적인 트렌드를 따라가기 시작하고, 이후 35권이 되면 눈의 크기로 보나 턱선, 체형을 보나 현대적인 느낌의 우아한 그림체가 되어간다.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에서 작가의 역사가 느껴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20년이면 강산이 두번 바뀔 기간 아닌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그림체. 머리카락, 눈동자, 얼굴선 등을 중점적으로 보자.

 

내용은 앞에도 말했듯 이리 튀다 저리 튀다 하지만, 됐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치유계의 느낌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터인 20권 이후이다.

이 때부터 만화는 점점 삼천포로 빠지지만, 그에 반해 치유계로서의 느낌은 점점 강해진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은 점점 깔끔하게 확립되면서, 그 캐릭터의 깊은 감성을 꺼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때때로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신기한 소재가 너무 그리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완전히 새로운 설정을 끌어들여(여신님이라는 이유로 다차원에 대해 관대하다) 신비감도 조성하고는 한다. 그렇게 한 단락 한 단락씩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은 순수히 치유계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사실 기획 자체가 러브코메디로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의 그 장르는 코메디나 서비스 컷 양산형 장르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그 당시의 러브코메디는 오렌지로드 등의 작품들을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치유계에 가까운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에 트렌드가 바뀌어 치유계라는 장르가 확립되어가면서 이 만화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편입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머쉬너즈. 세계를 다른축에서 바라보았을때 발견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생명체 라고 한다.

 

작가는 이 만화에 여러가지로 애착이 많은 것 같다. 체포하지마! 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대표작은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런 부분이 작가의 애착을 만들었다고 본다면,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작가는 이 작품에 사심을 담아 그리는 경우가 많아 미소를 짓게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일본 위키피디아 언제나 그렇듯 자신 있는 사람만 확인하자) 그는 주위에서도 알아주는 바이크 매니아로, 주인공인 케이가 공대생으로 시작해 휠윈드에서 근무하는 과정이 바로 그의 이런 취미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종종(아니 자주)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단행본에는 자신이 타는 사진을 실어 두기도 하는 등 취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내용도 절대 사심만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요소와 소재들을 첨가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잘 포장한 단락들은 그의 바이크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대부분 상쇄시켜준다.

 

쏟아져 나오는 신 캐릭터들. 이중에는 일회 캐릭터도 있고, 뒤에 계속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다.

 

만화가 25권정도에 이르면 새로운 캐릭터가 쏟아져 나온다. 여자아이형 안드로이드나 전투형 여신, 차원의 문 등 여러가지 소재가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쯤부터 만화가 지루해진다는 의견이 많은데,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평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만화의 장르가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분위기가 본인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기존의 러브코메디라는 장르는 당시 시작되는 러브코메디의 과격화에 따라 좀더 역동적인(이라고 쓰고 야한 이라고 읽는다) 스타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이 작품을 보던 분들이라면 오히려 잔잔하게 가라앉아가는(혹은 치유계로 변모해가는) 분위기에 당연히 실망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작품이 가지는 브랜드감각에 대한 기대에 대한 배신감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상을 역전해서, 이 만화는 원래 이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혹은 아예 새로운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변화를 무시하면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충분히 부드럽고 아름답다.

 

6권 쯤에는 이렇게 액션도 등장하고 그랬드랬다.

 

뭐 좋다. 22년이나 된 만화책이다. 굴렁쇠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그 소년이 청년이 되어 1박 2일에 출연해 깜짝 인터뷰를 할 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다.

기존의 느낌이니 새로운 변화니 다 무시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이 만화를 다시 한 번 손에 들어본다면, 여신님의 아름다움과 고요히 흐르는 감성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오! 나의 여신님 40 - 10점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댓글 2개:

  1. @전율의신 - 2010/04/23 00:56
    뒤로갈수록 삼천포로 빠지지만 그게 또 재미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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