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8일 수요일

엔젤 전설 - 진정 악마와 같은 천사

 

구작을 소개한다고 했는데 이 작품이 빠진다면 말도 안 된다. 이미 작품이 고전이라고 말해도 좋을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수많은 사람의 입에서 화자되고 있는 작품. 엔젤 전설이다.

사실 이런 포스팅으로 굳이 다시 소개할 필요도 없을 만큼 대부분의 만화책 독자들이라면 알고 있을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작품을 보지 못했을 여러 사람들, 특히 최근의 과격하고 자극적인 만화들에 물들어있는 코코마 제군들에게 꼭 이 만화를 추천하고자 이런 포스팅을 쓰게 되었다.

악마의 외모를 가진 천사 기타노와 그 주변의 인물들에 의해 일어나는 소동을 소개한다.

 

엔젤 전설. 표지가 이 만화의 내용을 잘 꿰뚫고 있다.

사실 이 작품은 약간 비운의 작품이기도 하다. 만화책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애니메이션으로의 확장에 고배를 맛본 사건이 있다. 사실 애니화도 잘 결정 나서 실제로 제작까지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감독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 이후 원작자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른 감독이 뒤를 이어가는 것 또한 거부되어, 2편까지밖에 출시되지 못하고 프로젝트가 중지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후에 누군가가 이어받는다는 루머가 떠돌았지만, 루머는 루머로 그치고 현재까지 제대로 된 애니화는 실현되지 못했다. 여담으로 본인이 직접 그 방영되었던 작품을 보지 못해서 뭐라고 할만한 입장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던 걸로 봐서, 애니메이션화 된 작품도 그다지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베스트 에니메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지만,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외적인 이야기는 이제 제쳐두고 내용에 대해서 조금 소개를 할 까 한다.

유난히 작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그리고 무시무시한 눈매가 마치 마약중독자나 살인마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가진 기타노. 하지만 그 내면은 화단에 물 주는 것을 잊지 않고,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자 노력하는 천사와도 같은 심성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새로운 학교에 전학 오게 되면서 무시무시한 외모에 의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변에 들끓는 친구들이라고는 여차저차 하여 그에게 쓰러진 불량배들뿐인 그에게 코이소류 고무술 도장의 외동딸인 료코가 그 진면목을 알아보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주변의 오해를 풀며 친구들을 사귀게 되는 의외로 잔잔한 학원 로맨스 스토리가 바로 이 작품이다.

 

알고 보면 러브 코미디

 

요렇게만 말하면 사실 별거 아닌 러브 코미디가 되겠지만, 그림체를 본다면 그게 그렇지 않다. 기타노의 얼굴은 정말로 악마같이 생긴 것은 물론, 주변에서는 그들의 연애를 방해만 하는 인물들로 가득 차 있을 뿐더러, 주요 에피소드는 악마로 공인된 기타노를 퇴학 내지 퇴치 하기 위한 사람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

이래서야 러브라인은커녕 매 권마다 격투신이 등장하는 것이 당연시 되는 여타의 학원폭력물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이 만화는 오히려 폭력물 보다는 개그물에 가깝다. 액션 자체는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지만, 기타노의 사랑스런 독백과 상대방의 극한(!)의 긴장, 그리고 그 상황에서 터지는 기타노의 괴성은 만화를 보는 내내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정상적인 듯 보여도 모두들 나사 한 두 가지쯤 빠져있거나, 기타노에 대해 결정적인 오해를 가지고 코미디를 연출하는 모습이 끊이지를 않기에, 이 만화는 전혀 지루함 없이, 아니 그보다는 웃음을 멈출 일이 없이 진행된다.

 

이게 알고 보면 웃겨 죽을 장면이다.

 

솔직히 그림체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잘 그린 그림은 아니다. 특히 초반에 한 두 권은 당시 쏟아져 나오는 학원폭력물에 비해서도 떨어진다고 할 만큼 그다지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권수가 거듭하면서 선처리나 명암연출이 점점 좋아지더니, 중간중간 데생 연습 같은 느낌의 그림이 지나치고는 갑작스레 그림체가 좋아진다. 나중에는 거칠면서도 엷은 선이 나름의 개성을 가지면서 고유의 그림체로 발전하여 후속작으로 나오는 클레이모어에 이어지게 되는데, 이전에 포스팅했던 오! 나의 여신님의 작가처럼 자기 계발에 매진하는 모습이 연상되어 흐뭇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오른쪽도 아름답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왼쪽에 비하면 훨 낫다. 게다가 다른 캐릭터는 예쁘기까지 하다.

 

엔젤 전설은 90년대에 손꼽히는 학원물 작품이었다. 학원물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면 이 작품 정도는 봐두는 것이 좋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격과 겉모습에서 주는 괴리를 소재로 세상은 외모가 전부가 아니라는 메세지를 던진다고 말한다면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품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단순한 개그만화로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의도되었건 그렇지 않건 분명 세상에 대해 반영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 정도는 현물로 소장하여 가지고 있어도 충분한 가치를 지닐 것이라 생각한다.

 

 

※ 도서정보를 넣고 싶지만, 전권이 절판되었습니다.

댓글 5개:

  1. 다음뷰에 베스트에 올라간데다 인기이슈 메인까지! 오늘은 경사가 끊이지 않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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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주인공 부모님의 외모도 범상치 않죠

    사람의 외모가 다가 아니라는걸 말해주던 만화였죠 ㅎㅎ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엔딩을 못본거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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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ls - 2010/04/29 01:28
    핸딩은 참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지요. 스포일링을 피하고자 언급은 못하지만, 결국은 외모때문에 고생하더라도 마지막은 좋았습니다 ~_~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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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정말 재밌게 봤던 엔젤전설이네요.. 웃다가 쓰려져 죽는줄 알았던.. 주인공의 두손바닥 밀치기는 거의 장풍급이었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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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치베이 - 2010/05/05 13:06
    게다가 유전이죠 그게... 아버지의 장풍은 또 이것이 대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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