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6일 화요일

애니메이션의 장르 구분은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르의 구분을 말하자면, 액션이니 드라마니, 느와르니… 다양한 말들이 있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작품 자체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방법과 작품의 소재를 가지고 구분을 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액션이나 스릴러, 드라마, 코미디는 작품 내용 속에서 메인으로 잡고 있는 스토리전개방식을 구분 기준으로 보는 것일 테고, 느와르니, 서부물, 로봇물 등은 작품이 메인 소재로 잡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중심으로 하는 아키바계열 쪽에서는 이들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장르 구분을 하는 일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등장했는데, 이번 포스팅은 그런 것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해 보는 기회를 가질까 한다.

 

(아키바계열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죄송하지만 검색을 부탁 드린다. 설명을 하자니 좀 길고, 포스팅을 하자니 좀 짧아서 보충설명을 할 지면이 없어,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 조만간 이러한 용어에 대해 모아서 한번에 정리하는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지금 언급하는 장르 구분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의 경우 만화, 애니, 그리고 일부 포함이 되는 야겜들이 될 것이다. 아마도 영화 같은 작품들에는 이런 구분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일본에서는 하는지 모르겠다.)

간단히 나열하자면, 치유계(癒し系), 최루계(泣き系) 등이 대표적으로 분류되는 이름들이다.

솔직히 이 말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은 분명히 덕심이 가득하신 분일 것이고, 모른다면 아예 관심도 없는 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말을 설명하는 것도 조금 조심스럽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에서라도 한번 포스팅을 해볼 까 한다.

 

 

치유계(癒し系)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그런 장르를 말한다.

굳이 사전적으로 정의를 해보자면, 갈등이나 기승전결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재로 하여 잔잔하게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분류하는 말 정도일까?

치유계 만화는 방금 언급했듯이 갈등이나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면 있기는 있는데, 만화책에서 느끼는 감성은 그 기승전결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은 최근의 소년만화 등을 통해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까운 점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카페 알파(요코하마 카이다시 기행)

 

카페 알파는 90년대 후반에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로, 치유계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먼 미래, 일본이 바다에 가라앉아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안드로이드 로봇이 구석진 시골의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주인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만화는, 둥글둥글

한 그림체를 바탕으로 잔잔한 구성의 이야기를 펼치며 은은한 감성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보통 글자가 많지 않은 작품(럭….)들의 경우 한 권 보는 데에 1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이 만화는 글자가 많지 않고, 더욱이 책 자체가 매우 얇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읽는 데에 긴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것은 모 만화(럭….)처럼 액션이 다양한 그림이 아닌, 배경에서 풍겨 나오는 아련한 향기를 느끼기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14권으로 완결이 되었으며, 화보집, OVA등으로 멀티 컨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ARIA

 

만화책으로 현재까지 12권, 외전으로서 AQUA라는 제목으로 2권, ARIA the Animation 1쿨, ARIA the Natural 2쿨(미투데이의 보노보노mk2 님의 지적으로 수정), ARIA the Origination 1쿨, ARIA the ARIETTA OVA 시리즈 등 발매된 작품의 다양성만 보아도 엄청난 이 작품은, 치유계 작품의 최대, 최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 사람들이 이주하고 살아가는 근 미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화성 극지방에 있던 얼음이 생각보다 많아서 물의 행성으로 변모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무나도 풍부한 물에 의해 마치 지구의 베네치아와도 같은 문화적 분위기를 갖춘 네오 베네치아.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곤돌라(수상 교통 및 관광 시설, 승무원 1명이 좁게 나 있는 수로를 오가며 관광객을 안내하거나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주는 역할을 한다.)를 태우는 수상안내원이 되고자 하는 주인공 아카리를 중심으로 개성과 감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잔잔한 스토리는 말 그대로 보는 이의 가슴을 치유하고 정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마노 코즈에의 부드럽고 깔끔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특별할 갈등없이 등장인물간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로도 충분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에 충분하다.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대부분 ‘아’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에 어떤 작가의 의도가 있었는지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드린다.

 

(치유계 작품들에 대한 정보는 다음뷰 만화카테고리의 1위 블로거인 아무리님의 블로그에서 참고하였다)

 

이 밖에도 작품들은 더 있다. 이전에 포스팅했던 히다마리 스케치의 경우에도 치유계로 분류될 수 있으며, GA 아트디자인 클래스 등의 작품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파니포니에 등장하는 치유계 마법소녀 베호이미는, 이름만 치유할 뿐 전혀 치유되지 않는다.)

 

 

최루계(泣き系)

 

일본에서는 나키계 즉, 눈물을 유발하는 작품들을 말하는 직관적인 단어로 만들어진 분류인데, 국내에 들어오면서 적당한 말을 찾는 과정에서, 혹은 누군가 센스있는 발안에 의하여 최루계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루탄이 눈물을 뽑아내는 것에 착안한 작명으로 꽤나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루계는 원작이 미연시 게임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전에 미연시라는 용어에 대해서 설명한 포스트가 있었는데,(미연시, 갸루게, 야겜?) 이때 분류했던 미연시라는 단어 그대로의 작품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야겜이라는 속성보다는 스토리에 중점을 준 작품들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자주 보는 장르가 아니라 소개가 조금 부실할 수 있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클라나드(CLANNAD)

 

(죄송합니다. 안 봤습니다.)

KEY라고 한다면 아는 분은 알고 모르는 분은 이름정도는 들어본 유명한 미연시 게임 회사다. 대표작을 보자면 카논, 에어 등 걸출한 명작들을 제작해 온 회사이기도 하고, 제작된 대부분의 게임이 최루계인 점에서도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는 회사이다.

 

게임 쪽에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클라나드를 완전히 클리어 해야만 실제 본론인 애프터 스토리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모든 내용을 읽어가며 플레이 한다면 가뿐히 100시간 정도는 넘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들었다.

 

주위에 덕심 넘치는 모 선배의 말을 빌자면, 작품의 수준을 키와 비교 했을때, 크로스 채널등은 가슴께, 카논이나 에어는 머리 끝 근처라고 한다면, 클라나드는 인공위성 궤도쯤이라고 한다. 뭐,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클라나드가 별로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본적이 없다. 

 

 

최종병기 그녀(最終兵器彼女)

 

이 작품은 그다지 덕심이 가득하지 않은 분들도 두루 감상하였다고 알고 있다. 다른 작품들이라면 에이 그래도 애니인데…. 라고 말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 기준으로서의 명작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평범함보다 약간 아래쪽인, 여고생 치세가 자신의 몸에 특이점이 어쩌고 하는 이유로 전쟁병기가 되어 주인공과 함께 현실에서 도망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 내용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참담해지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두사람의 고뇌가 끊임없이 눈물을 짜내는 작품이다.

 

다카하시 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바 있지만,(좋은사람 - 다카하시 신의 그림체 그 자체의 만화) 이 만화에서는 그 둥글둥글하고 가는 선의 느낌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역설적으로 분위기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말 바꾸는 것 같아서 좀 뻔뻔스럽게 느껴지지만…)

 

이 외에도 앞에서 언급했듯 KEY사의 게임들 대부분, 수많은 유명 미연시 게임들 뿐 아니라,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등의 소설 원작 작품, 최루계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게임이지만,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점프계(ジャムプ系)

 

이 계열은 별로 할 말이 없다. 굳이 우리말로 한다면 소년만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장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잘 알려져 있으므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장르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점프계 애니메이션은 사실 역사가 매우 길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점프계 라는 말에서 다른 최루계나 치유계라는 말이 나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원은 매우 간단하다. 일본 주간 만화 잡지인 소년 점프에서 연재되는 작품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만화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강해지면서 세상에 맞서 싸워나가는 것을 주 스토리로 잡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특히 청소년, 청년층의 막대한 지지를 얻는 장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을 간단히 나열하면,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드래곤볼, 바람의 검심, 원피스 등이 있는데, 공통점을 굳이 찾지 않아도 쉽게 눈에 들어오는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점점 강해진다던가, 그보다 더 강한 적이 금방 나타난다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소년 점프에 이런 만화들만 연재되는 것은 아닌데, 내가 느끼기에는 일본사람들도 이러한 비주류 장르에 대해서는 졈프계 라고 부르지 않는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으로, 일부 인원들이 건담 시드를 건담이라고 부르길 거부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아닐까?(이건 농담입니다)

 

현재 최고의 점프계 만화라 할 수 있는 원피스. 게임, 만화, 애니 등 안나온 컨텐츠가 없을 정도.

사실 점프계 만화는 액션만을 대상으로 하시는 않는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명탐정 코난을 들 수 있는데, 스토리 라인은  소프트한 추리물을 기초로 하여 자신의 몸을 작게 만든 검은 양복 일당을 찾아 다니는 내용으로, 어느 정도 소년만화의 라인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작품은 충분히 점프계열로 넣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추리만 하다가 전 일본 인구를 다 죽여버릴 기세를 보여도 말이다.

 

점프계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돈벌이다. 소년 점프에 연재되는 작품은 하나같이 엄청난 부수의 단행본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와 동시에 다양한 멀티 컨텐츠화가 시도된다. 이것은 상업이 저변에 깔린 만화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점프계의 만화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수백 편의 애니메이션은 기본으로 OVA, 극장판, 다양한 캐릭터 상품, 게임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어 그 작품 자체의 브랜드를 형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점은 여러 각도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만든 작품으로 돈 벌어 주는데 마다할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점프에 연재를 성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진심으로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일단 이 정도만 적어보았다. 지금 당장 다른 계열들이 생각이 안 나서 이번에는 짧게 적지만, 아마도 조만간 다른 계열들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화, 애니, 게임, 소설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는 한 차원 다른 문화를 가진 일본이니만큼, 그들만의 분류를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물론 어폐가 있지만, 적어도 그 다양성에 대해서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도 언젠가 다양하고 신선한 장르 컨텐츠를 폭넓게 창작해 내어, 일본의 위상에 지지 않는 위치에 설 수 있는 날이 올까?

 

PS

최근의 우리 나라의 장르문학이나 이러한 대중 컨텐츠 문화의 추세는 대부분이 일본의 모습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으로 점철되어 있다. 물론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체성 만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 4개:

  1. 우정 노력 승리 -근육맨으로 대표되는 점프계

    라노베 전반에, 이능력자 배틀물 -전기물

    까페알파 저 8권까지 가지고 있는데 정말 재밌는 만화죠. 아리아도 그렇고.

    아리아는 만화책보다는, 음악이 있는, 애니가 낫더군요.

    전 클라나드 별로던데(...)

    마에다쥰의 억지감동이 드디어 그 끝이 보였달까요. 토모미 루트야 엄청나게 감동했었지만, 그 말대로 안되는 후코 시나리오는 진짜...

    솔직히 말해서 제 취향은 역시 일반적인 취향과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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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뭐 토모미 루트는 다른 시나리오 라이터가 작성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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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율의신 - 2010/04/06 02:51
    사실 저도 클라나드를 본건 아니라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치유계 작품들은 누가 봐도 아아.. 할 공감대가 있어서 참 좋은것 같습니다. 점프계는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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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클라나드는 최류계가 맞는 것 같기도 하구...후반부에 여행을 가면서 딸와 부등켜 안고 울때는 정말 같이 우었어여...ㅜㅜ
    근데 전반적으로는 다른 에니들에 비해서 길지 않았나...^^ 싶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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