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7일 토요일

반드레드 - 2D, 3D 혼합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일반 일본 애니메이션에 3D 그래픽을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00년을 전후해서이다. 그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이라 하여 수 천장의 그림을 단지 책넘기기 애니메이션처럼 타임라인에 맞춰 배치한 형식이 주류였고, 3D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의 도입이 시도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강력해진 3D툴의 퍼포먼스와 늘어나는 3D 그래픽 인력의 증가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에 3D그래픽을 도입하는 것에 긍정적인 제작사들이 늘어났고, 이 당시 신생에 가까운(사실은 설립은 오래됐는데 이렇다 할 대표작이 별로 없었다) 제작사 브랜드인 곤조는 이러한 시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렇게 등장한 애니메이션이 바로 이 작품. 반드레드다.

 

반드레드 뾰로! 라고 주장하는 뾰로(좌) 주인공 히비키 토카이(우) 그리고 슈퍼 반드레드(중)

 

반드레드는 청의 6호등의 OVA의 성공 이후 곤조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도하는 TV 애니메이션이었다.(이전에는 고작해야 게이트 키퍼즈 정도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메카닉의 우주 전투신은 완벽하게 3D로 모델링 되었으며, 이는 이후의 애니메이션에서 메카닉에 대한 3D모델링에 있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작품으로 만들었다.

한 쿨씩 2번의 방영을 통해 완결을 맺은 반드레드는 이후 OVA 태동편과 격투편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이후 설정과 구성, 캐릭터를 대폭 변경하여 2권 완결의 만화책을 냈지만, 담겨있는 내용에 비해서 순식간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어찌됐든,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줄 정도는 남을 이 작품을 소개해보도록 한다.

 

아아 망했어요…

 

남자와 여자가 어째서인지 전쟁을 벌이는 곳. 남자의 행성 타라크와 여자의 행성 메제르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오랜 기간 전쟁을 거듭해 왔다. 그들은 서로가 살아남기 위하여 상대방을 죽이면서 오랜 기간을 살아왔고, 이미 그것이 삶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행성 타라크. 그곳은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곳이다. 유전자의 씨앗을 이용해 공장에서 인간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제조과정에서 이미 신분이 정해진다.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최하위인 3등민. 히비키 토카이 라는 이름의 소년이다.

그는 남자들의 인간형 병기인 만형을 제작하는 기술자다. 자존심이 극도로 민감한 그는 자신이 표시해 놓은 부품이 조립된 만형을 동료들에게 가져오겠다며 큰소리를 치고는 신형 전함이 진수식을 벌이는 장소로 숨어든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함은 우주로 솟아오르고, 그곳에서 여자들의 습격을 받는다.

메제르의 소속이 아닌 여자들만의 해적집단인 그녀들은 남자들의 신형 전함인 ‘천둥’을 습격하여 탈취를 감행하고, 그 와중에 전투는 격하게 진행된다. 남자들은 전함 파괴급 미사일로 천둥을 포기하고 여자들과 함께 날려버리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폭발과 동시에 신비한 힘에 의해 전함 ‘천둥’과 함께 여자해적들은 멀고먼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가버리게 되는데…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나는 새로운 적.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미지의 적! 이런 게 있어야 뭔가 불타오른다.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 이거 러브코메디구나…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러브코메디스러운 장면이 상당히 등장하는 건 사실이지만, 특별히 노골적으로 야한장면이 등장하는 수준은 아니므로 이런 장르에 거부감을 가진 분도 일단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작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작화붕괴랄 부분이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건 스미스 캣츠 등의 액션작품에 조예가 있는 모리 타케시의 작품답게 연출에도 문제가 없다.

메카닉은 턴A건담의 미야오 요시카즈로(솔직히 잘 모름) 콧수염이 없는건 다행… 은 농담이고 흠잡을때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D 비쥬얼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며, 주목할 점은 이런 것이 아니라 바로 3D그래픽이라는 점이다.

 

러브코메디라고 미워하지 마세요.

 

반드레드라는 제목은 남자들의 인간형 병기인 만형(반가타 : 万形)과 여성들의 전투기인 드레드(Dread)의 합성어로 제목만 보아도 뭔가 합체할듯한 기세를 풍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합체하는 장면에 대해서 그다지 자세하게 등장하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변신신으로 엄청난 프레임을 절약하는 여타 애니들에 빗대어 비판 받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이런 부분을 포함하여 메카닉이 등장하는 모든 부분, 막말로 우주에서는 완전히 3D로 도배가 되어있다. 3D 그래픽을 이용한 메카닉은 무게감이 부족하다 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다. 얼핏 단적으로 들으면 이 애니가 무게감이 부족한 그래픽이다 라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게감을 제외한 3D그래픽 메카닉에 대한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성단계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석하는 것이 이 당시의 시대상으로는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의 3D그래픽 수준은 선구적이었으며, 그 때문에 이후 사람들이 곤조에 대해 실망할 때마다 이 작품을 종종 거론하고는 하는 것이다.(슬프게도 말이다.)

 

실제로 보면 매우 매끄럽고 깔끔한 그래픽이다.

 

이 작품은 단지 그래픽 뿐 아니라 의외로 여러가지 면으로 인간 내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히비키 토카이라는 소년에게서 투영하는 청소년 및 젊은이들의 자아실현 부분은 가장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남자와 여자라는 대명사로 대립되는 갈등이나, 인간의 희생정신과 도덕적 기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곤조에서 1년이 넘게 기획했다더니, 그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는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OST말고, 오프닝과 엔딩은 참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뭐, 가사는 상당히 좋은 편이긴 한데… 솔까말, 그렇게 노래가 좋지 않다. 1기 엔딩은 좀 괜찮았다. Himegoto라는 제목으로 끈적끈적한 목소리와 엔딩 동영상이 (원작하고는 별 상관 없을지 몰라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하지만 나머지는 뭐… 그림은 잘 연출했는데 노래는 영 파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애니 보는 분들 매 편마다 오프닝 보는 분들 별로 없지 않은가? 넘기면 장땡이니 아무래도 좋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엔딩은 좀 괜찮다. 근데 실제 내용보다 조금 야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눈, 귀, 감성이 동시에 자극되는 공감각적인 매체이다. 이중 한가지에만 치우치거나 한 두 가지를 무시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는 충격과 공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걸즈 브라보 같이 비쥬얼만 신경쓰거나 히미코전 마냥 귀(가 주로 즐거운 오프닝 클립)만 즐거운 애니메이션들처럼 말이다.

반드레드는 비쥬얼, OST,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애니메이션의 주제와 감성이 동시에 즐거운 좋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메카닉이라서, 혹은 러브코미디라서 치워두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댓글 4개:

  1. 지금봐도 이때 곤조는 참 대단했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로 반드레드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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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4/18 00:36
    강산이 한번 변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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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도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밌게 본 에니메이션 입니다..^ ^ 각기 다른 드레드와 합체하기도 하고,모든 드레드와 합체하여 슈퍼반드레드가 되기도 하는등..메카닉 물로 보나,러브 코메디 물로 보나, 나름의 재미가 있었죠..그나저나 이게 곤조꺼인건 오늘 처음 알았네요..워낙 제작사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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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치베이 - 2010/05/05 12:52
    제작사나 감독에 관심을 가지시면 끝이 없습니다 ^^;

    신보 아키유키에 빠지다가 최근에 오오누마 신까지 체크하게 된데다, 쿄토애니메이션, 곤조를 바라보면서 차기작은 언제 나오는지 매일같이 체크하게 된 저처럼 되시면 안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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