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5일 목요일

라이트 노벨의 공통점을 꼽아 본다면?

 

라이트 노벨이라는 분류는 PC통신시절 일본의 SF 판타지 포럼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 참고)

시기로 따지면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논쟁을 거쳐 현재에 와서는 거의 일반적으로 정착된 용어로, 가깝게 보면 애니나 만화, 심지어는 뉴스나 미디어에서도 라이트 노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벼운 소설이라는 뜻의 light novel은 일반적으로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보통의 경우 읽기 쉽고 일러스트가 다수 포함된 소설을 라이트 노벨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용어의 정의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야겜, 갸루게, 미연시?) 분리하기 민감한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라이트 노벨도 어찌 보면 이런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단어일 수 있을것이다.

내용면으로 보면 가벼운가? 판형크기 작은가? 삽화는 일러스트 다수인가? 장르면에서는 환상류인가? 레이블이 전용 레이블인가? 이야기의 중심이 캐릭터인가?

라이트 노벨을 정의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들 모두를, 혹은 이중 일부를 정의에 편입시켜서 크고 작은 정의들을 내리는 모습들을 보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논쟁이 연상되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인간의 생각과 개념을 의미하는 상징 즉, 언어라는 것은 시간과 시대상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사실이고, ‘별로’나 ‘어처구니’ 라는 말이 수백 년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굳이 이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혹시나 해서 참고 삼아 이야기하자면, 별로는 예전에는 강조, 지금은 반 부정의 의미이다. 어처구니는 검색 ㄱㄱ)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현재의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성향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사멸되는 과정에서 언어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 하나의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내일 이맘때쯤 다섯 가지 정도의 의미를 중첩적으로 가지는 단어가 될 수 도 있고, 반대로 수많은 의미를 담은 하나의 단어가 한 순간에 사람들의 입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자, 나는 이 포스팅에서 라이트 노벨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현재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바, 혹은 어떠한 요소들이 모이면 라이트 노벨이라는 상징이 어울리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 포스팅은 어떠한 제안이나 정보도 아니며, 한 단어가 지니는 중첩적인 의미를 두루뭉수리한 범주내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차원의 정보 교환을 목적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힌다. (쉽게 말하면 딴지 걸지 말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는 말이다.)

 

이왕 앞에서 인용문 씩이나 만들었으니, 위의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내용이 가볍다

 

라이트 노벨은 기본적으로 성장소설이 대부분을 이룬다. 중고등학생의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 속에서 사회성을 기르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흐름은 이미 흔하다.

여기에서 ‘중고등학생’, ‘새로운 세계’, ‘이야기의 중심’같은 키워드는 상당한 문학적 상징성이 존재하는데, 이 포스팅에서 그런 부분까지 다루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저 소재들이 우리내 세상을 투영하여 독자를 흡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런 소재들을 사용하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읽기가 쉽다. 이를테면 스즈미야 하루히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30세를 전후하는 캐릭터이고 그러한 캐릭터를 반영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면, 이 이야기는 더이상 라이트 하지 않은 노벨이 될 것이다. 배경이 학교이고, 인물이 학생이기 때문에 그제서야 그 이야기는 가벼우면서도 심오한 구성을 지닌 라이트 노벨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판형이 작다

 

일반적으로 소설책은 가로 약 15센티미터 세로 약 22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물론 10여년 전 일반적인 장르문학소설, 말하자면 판타지나 무협들이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설책은 크기가 작다. 국반판 혹은 문고판이라고 부르는 이 규격은 약 가로 약 10센티 세로 약 15센티의 크기로 그야말로 손바닥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이다. 이 정도만 해도 소설책은 손가방이나 큼지막한 주머니 같은 곳에 쏙 들어가는 크기이지만 페이지수가 150~300여 쪽이면 어느 정도 알차게 분량을 채울 수 있다.(가격은 일단 신경 쓰지 말자) 일본의 라이트 노벨은 여기서 한층 더 작아서 세로가 약 13센티미터에 두께도 1.5센티를 거의 넘지 않는 크기이다.

이런 크기는 손이나 등에 많은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젊은이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소(이를테면 차별성이나 출판 원가 등의 문제)가 물론 고려되어 결정된 크기이겠지만, 적어도 크기가 작은 것은 가벼운 소설이라는 말답게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삽화가 많고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다.

 

사실 라이트 노벨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대표적인 만화 출판사이기도 하다.(아닌 경우도 물론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런 특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적극적인 크로스 미디어의 공략이다. 일본의 대부분의 출판사는 ‘팔리는’ 만화에 대해 절대로 만화만 파는 일은 없다. 애니메이션화나 캐릭터 상품, 나아가 드라마, 영화화 등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상업행위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추세이다. 라이트 노벨은 얼마 전부터 제기되어 온 소재고갈현상의 탈출구로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점이 바로 라이트 노벨에 대한 출판사들의 투자로 이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팔릴 가능성이 있는’ 컨텐츠에 대해 단지 출판하는 것 만으로 끝낼 이유가 없다.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행동이라면 얼마든지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일러스트에 투자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장르는 환상류.

 

이 부분은 반드시 라고 할 수는 없다. 굳이 환상류가 아닌 장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라이트 노벨로 출판되고 있는 경우는 많다. 대표적인 작품은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배경이 f안타지(오타 아님)라서 그렇지, 내용에는 전혀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주류가 판타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처럼 판타지라면 드래곤, 엘프, 드워프가 나오는 그런 정형화된 세계는 아니지만, 판타지라는 단어의 본래의 의미에서 본다면 라이트 노벨의 대부분은 얼마든지 환상류의 장르로 포함되고 있다.

(어찌 보면 그 원류가 SF/판타지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레이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이블 이라는 것은 출판사의 브랜드이다. 이를테면 코발트 문고라고 한다면 슈에이샤(集英社)의 소녀취향 라이트 문고의 브랜드. 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수의 라이트 노벨 레이블이 존재하며, 당연히 본류인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레이블이 존재한다(하지만 최근 출판사들의 돈 욕심에 숫자 면에서는 일본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레이블에서 출판되는 작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 레이블이 추구하는 작풍을 메인으로 하는 작품들이 출판이 될 것이며, 이는 곳 이들이 라이트 노벨임을 의미한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레이블에 속하지 않으면서 라이트 노벨인 소설들에 대한 범주이다. 일본에도 그러하겠지만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의 판타지 소설 중에는 이런 레이블에 속하지 않은 소설들이 다수 있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대여점만 가면 레이블 안 달고 잘도 출판이 되고 있으니 찾아볼 필요도 없다.

과연 이 소설들은 라이트 노벨이 아닌 걸까? 일반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이기는 하지만, 뭐 일단 레이블을 달면 라이트 노벨인 건 확실한 것 같다.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

 

아…. 이건 좀 이야기하기 거시기 하다. 조금이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를 해보지 않은 분들은 잘 이해를 못하실 것 같지

만, 일단 간략하게 써보도록 하겠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소설을 쓰는 과정은 주제->소재->스토리의 순서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무엇을 이야기할지 정하고, 그것을 어떤 것을 매개로 표현할 지를 정하며, 그리고 나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확실하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과정임은 틀림없다) 이렇게 풀어놓고 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하지만, 라이트 노벨에는 이러한 비교적 정형화된 과정이라는 것이 없다. 원인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목격한 바로는, 작가가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특히 우리나라는 작가가 점점 저연령화 되는 경향이 어느 순간 찾아와 이런 특징이 매우 강해졌다. 내가 굳이 이것이 조아라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음)

원인이야 어찌됐든, 정형화된 과정이 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흐름이 대체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토리의 시작과 종결 정도만 정해놓고 ‘매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흐르게’만드는 스타일의 작문으로 귀결된다.

사실 이 점이 어찌 보면 출판사의 상술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캐릭터의 강세는 곧 캐릭터 상품으로 이어지며, 특이한 캐릭터가 곧 사람들의 주목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크로스미디어를 노리는 출판사들도 어느 정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뭐 이래저래 말을 주절주절 늘어놨지만, 요점은 이렇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굳이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크지만, 특징들을 쭉 살펴보면 위와 같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서두에 써 놓았지만, 이런 구분이 큰 의미는 없다. 쓰면서 그저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구나 하고 정리를 하는 정도의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이 논쟁에 종결을 지을 생각도 없고, 이야기를 질질 끌어 논쟁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한가지 이런 주제에 대해 의견을 가진 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을 뿐이다.

당신의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논쟁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댓글 5개:

  1. trackback from: 라이트 노벨이란 무엇일까?
    라이트 노벨의 어원은 가벼운 소설이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여러모로 가볍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크게 보자면 판형이 작아 들고 다니기가 가볍다. 내용이 가볍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있어 그 책을 이해하기가 일반 책보다 쉽고 가볍다. 정도가 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은 제일 먼저 이런 부류의 소설을 만들어낸 일본에서도 모호한 이야기입니다. 크게 보자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이야기이고 또한 그렇게 된다면 정말 라이트 노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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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솔직하게 말해서

    그냥 꼴리는대로 제목붙이면 라노베라는것에 한표 주고 싶습니다.

    내용의 가볍고 무거움이야 상대적인것이고,

    라노베 중에서도 삽화없는것 있고,

    일본 편집자가 말하길

    "그냥 레이블 붙이면 끝임^^"이라고 언급도 했으니까요.

    뭐든 예외라는건 존재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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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율의신 - 2010/04/15 22:37
    말그대로 분류 자체가 의미 없는 짓이죠 =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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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이트 노벨도 무겁고 껄끄러운 내용이 좀 있습니다. ㅡㅡ;

    다만, 위에서 설명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반드시 라이트 노벨의 특징입니다.



    제가 읽은 책도 내용이 무겁고 난해함에도... 삽화가 무지 많았죠. ㅡㅡ; 챕터당 삽화가 적어도 2~3개, 흑백 삽화까지 따지면 거의 3~4페이지에 천사/악마 그림 하나씩... ㅡㅡ;

    그림책인지 소설책인지 모를... 오히려 삽화 때문에 내용 이해가 어려웠던 황당한 경험을 했더랬지요. (안 그래도 신이 어쩌니, 영혼이 어쩌니 하면서 난해했던 내용이 더욱 난해해져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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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류청파(koc/SALM) - 2010/04/21 09:38
    어차피 소설이라는 장르는 워낙에 틀이라는게 거의 존재하지 않다보니 라이트 노벨이라고 특정지어 구분하는것 자체에 의미가 별로 없지요.

    그냥 보니까 라이트다 아니다를 스스로 판단하는 정도가 충분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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