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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6일 화요일

애니메이션의 장르 구분은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장르의 구분을 말하자면, 액션이니 드라마니, 느와르니… 다양한 말들이 있다. 굳이 구분을 한다면 작품 자체의 내용을 중심으로 구분하는 방법과 작품의 소재를 가지고 구분을 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액션이나 스릴러, 드라마, 코미디는 작품 내용 속에서 메인으로 잡고 있는 스토리전개방식을 구분 기준으로 보는 것일 테고, 느와르니, 서부물, 로봇물 등은 작품이 메인 소재로 잡고 있는 것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에서는, 특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중심으로 하는 아키바계열 쪽에서는 이들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장르 구분을 하는 일이 최근 10여 년 사이에 등장했는데, 이번 포스팅은 그런 것에 대해서 간단히 요약해 보는 기회를 가질까 한다.

 

(아키바계열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은 죄송하지만 검색을 부탁 드린다. 설명을 하자니 좀 길고, 포스팅을 하자니 좀 짧아서 보충설명을 할 지면이 없어, 이렇게 말씀을 드린다. 조만간 이러한 용어에 대해 모아서 한번에 정리하는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지금 언급하는 장르 구분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은 대부분의 경우 만화, 애니, 그리고 일부 포함이 되는 야겜들이 될 것이다. 아마도 영화 같은 작품들에는 이런 구분을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일본에서는 하는지 모르겠다.)

간단히 나열하자면, 치유계(癒し系), 최루계(泣き系) 등이 대표적으로 분류되는 이름들이다.

솔직히 이 말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사람은 분명히 덕심이 가득하신 분일 것이고, 모른다면 아예 관심도 없는 분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이런 말을 설명하는 것도 조금 조심스럽기는 한데,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느낌에서라도 한번 포스팅을 해볼 까 한다.

 

 

치유계(癒し系)

 

간단히 설명하자면 보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그런 장르를 말한다.

굳이 사전적으로 정의를 해보자면, 갈등이나 기승전결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소재로 하여 잔잔하게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을 분류하는 말 정도일까?

치유계 만화는 방금 언급했듯이 갈등이나 기승전결이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굳이 따지면 있기는 있는데, 만화책에서 느끼는 감성은 그 기승전결과는 약간 거리가 있어, 존재감을 느끼기 힘들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은 최근의 소년만화 등을 통해 자극적인 이야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안타까운 점이라 하겠다.

 

대표적인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카페 알파(요코하마 카이다시 기행)

 

카페 알파는 90년대 후반에 연재되기 시작한 만화로, 치유계라는 장르를 개척한 선구적인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먼 미래, 일본이 바다에 가라앉아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안드로이드 로봇이 구석진 시골의 카페를 운영하며 자신의 주인을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담은 이 만화는, 둥글둥글

한 그림체를 바탕으로 잔잔한 구성의 이야기를 펼치며 은은한 감성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보통 글자가 많지 않은 작품(럭….)들의 경우 한 권 보는 데에 10분이면 충분하겠지만, 이 만화는 글자가 많지 않고, 더욱이 책 자체가 매우 얇음에도 불구하고 만화책을 읽는 데에 긴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그것은 모 만화(럭….)처럼 액션이 다양한 그림이 아닌, 배경에서 풍겨 나오는 아련한 향기를 느끼기에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14권으로 완결이 되었으며, 화보집, OVA등으로 멀티 컨텐츠를 확장하고 있다.

 

 

ARIA

 

만화책으로 현재까지 12권, 외전으로서 AQUA라는 제목으로 2권, ARIA the Animation 1쿨, ARIA the Natural 2쿨(미투데이의 보노보노mk2 님의 지적으로 수정), ARIA the Origination 1쿨, ARIA the ARIETTA OVA 시리즈 등 발매된 작품의 다양성만 보아도 엄청난 이 작품은, 치유계 작품의 최대, 최고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화성에 사람들이 이주하고 살아가는 근 미래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화성 극지방에 있던 얼음이 생각보다 많아서 물의 행성으로 변모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너무나도 풍부한 물에 의해 마치 지구의 베네치아와도 같은 문화적 분위기를 갖춘 네오 베네치아. 이곳에서 손님들에게 곤돌라(수상 교통 및 관광 시설, 승무원 1명이 좁게 나 있는 수로를 오가며 관광객을 안내하거나 원하는 곳으로 이동해주는 역할을 한다.)를 태우는 수상안내원이 되고자 하는 주인공 아카리를 중심으로 개성과 감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펼치는 잔잔한 스토리는 말 그대로 보는 이의 가슴을 치유하고 정화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마노 코즈에의 부드럽고 깔끔한 그림체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특별할 갈등없이 등장인물간의 일상적인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로도 충분한 감성을 전달하는 데에 충분하다.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대부분 ‘아’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에 어떤 작가의 의도가 있었는지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드린다.

 

(치유계 작품들에 대한 정보는 다음뷰 만화카테고리의 1위 블로거인 아무리님의 블로그에서 참고하였다)

 

이 밖에도 작품들은 더 있다. 이전에 포스팅했던 히다마리 스케치의 경우에도 치유계로 분류될 수 있으며, GA 아트디자인 클래스 등의 작품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

 

(여담이지만, 파니포니에 등장하는 치유계 마법소녀 베호이미는, 이름만 치유할 뿐 전혀 치유되지 않는다.)

 

 

최루계(泣き系)

 

일본에서는 나키계 즉, 눈물을 유발하는 작품들을 말하는 직관적인 단어로 만들어진 분류인데, 국내에 들어오면서 적당한 말을 찾는 과정에서, 혹은 누군가 센스있는 발안에 의하여 최루계라는 이름이 붙었다. 최루탄이 눈물을 뽑아내는 것에 착안한 작명으로 꽤나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루계는 원작이 미연시 게임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전에 미연시라는 용어에 대해서 설명한 포스트가 있었는데,(미연시, 갸루게, 야겜?) 이때 분류했던 미연시라는 단어 그대로의 작품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야겜이라는 속성보다는 스토리에 중점을 준 작품들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자주 보는 장르가 아니라 소개가 조금 부실할 수 있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클라나드(CLANNAD)

 

(죄송합니다. 안 봤습니다.)

KEY라고 한다면 아는 분은 알고 모르는 분은 이름정도는 들어본 유명한 미연시 게임 회사다. 대표작을 보자면 카논, 에어 등 걸출한 명작들을 제작해 온 회사이기도 하고, 제작된 대부분의 게임이 최루계인 점에서도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는 회사이다.

 

게임 쪽에서 들었던 이야기로는 클라나드를 완전히 클리어 해야만 실제 본론인 애프터 스토리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구성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모든 내용을 읽어가며 플레이 한다면 가뿐히 100시간 정도는 넘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들었다.

 

주위에 덕심 넘치는 모 선배의 말을 빌자면, 작품의 수준을 키와 비교 했을때, 크로스 채널등은 가슴께, 카논이나 에어는 머리 끝 근처라고 한다면, 클라나드는 인공위성 궤도쯤이라고 한다. 뭐,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클라나드가 별로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본적이 없다. 

 

 

최종병기 그녀(最終兵器彼女)

 

이 작품은 그다지 덕심이 가득하지 않은 분들도 두루 감상하였다고 알고 있다. 다른 작품들이라면 에이 그래도 애니인데…. 라고 말하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의심을 할 필요가 없는 일반적 기준으로서의 명작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평범함보다 약간 아래쪽인, 여고생 치세가 자신의 몸에 특이점이 어쩌고 하는 이유로 전쟁병기가 되어 주인공과 함께 현실에서 도망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야기. 내용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점점 참담해지는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두사람의 고뇌가 끊임없이 눈물을 짜내는 작품이다.

 

다카하시 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바 있지만,(좋은사람 - 다카하시 신의 그림체 그 자체의 만화) 이 만화에서는 그 둥글둥글하고 가는 선의 느낌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역설적으로 분위기를 더욱 슬프게 만든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말 바꾸는 것 같아서 좀 뻔뻔스럽게 느껴지지만…)

 

이 외에도 앞에서 언급했듯 KEY사의 게임들 대부분, 수많은 유명 미연시 게임들 뿐 아니라,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등의 소설 원작 작품, 최루계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에 나온 게임이지만,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점프계(ジャムプ系)

 

이 계열은 별로 할 말이 없다. 굳이 우리말로 한다면 소년만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장르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매우 잘 알려져 있으므로 소개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므로 장르에 대해서만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점프계 애니메이션은 사실 역사가 매우 길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점프계 라는 말에서 다른 최루계나 치유계라는 말이 나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원은 매우 간단하다. 일본 주간 만화 잡지인 소년 점프에서 연재되는 작품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만화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강해지면서 세상에 맞서 싸워나가는 것을 주 스토리로 잡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독자들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특히 청소년, 청년층의 막대한 지지를 얻는 장르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작품을 간단히 나열하면, 이전 포스팅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드래곤볼, 바람의 검심, 원피스 등이 있는데, 공통점을 굳이 찾지 않아도 쉽게 눈에 들어오는 특징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주인공이 점점 강해진다던가, 그보다 더 강한 적이 금방 나타난다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소년 점프에 이런 만화들만 연재되는 것은 아닌데, 내가 느끼기에는 일본사람들도 이러한 비주류 장르에 대해서는 졈프계 라고 부르지 않는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으로, 일부 인원들이 건담 시드를 건담이라고 부르길 거부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가 아닐까?(이건 농담입니다)

 

현재 최고의 점프계 만화라 할 수 있는 원피스. 게임, 만화, 애니 등 안나온 컨텐츠가 없을 정도.

사실 점프계 만화는 액션만을 대상으로 하시는 않는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명탐정 코난을 들 수 있는데, 스토리 라인은  소프트한 추리물을 기초로 하여 자신의 몸을 작게 만든 검은 양복 일당을 찾아 다니는 내용으로, 어느 정도 소년만화의 라인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작품은 충분히 점프계열로 넣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비록 추리만 하다가 전 일본 인구를 다 죽여버릴 기세를 보여도 말이다.

 

점프계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바로 돈벌이다. 소년 점프에 연재되는 작품은 하나같이 엄청난 부수의 단행본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와 동시에 다양한 멀티 컨텐츠화가 시도된다. 이것은 상업이 저변에 깔린 만화시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점프계의 만화들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수백 편의 애니메이션은 기본으로 OVA, 극장판, 다양한 캐릭터 상품, 게임 제작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어 그 작품 자체의 브랜드를 형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점은 여러 각도로 비판을 받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가 만든 작품으로 돈 벌어 주는데 마다할 작가가 어디 있겠는가!? 점프에 연재를 성공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진심으로 작가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일단 이 정도만 적어보았다. 지금 당장 다른 계열들이 생각이 안 나서 이번에는 짧게 적지만, 아마도 조만간 다른 계열들에 대해 언급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화, 애니, 게임, 소설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와는 한 차원 다른 문화를 가진 일본이니만큼, 그들만의 분류를 갖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그들의 문화가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에는 물론 어폐가 있지만, 적어도 그 다양성에 대해서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우리도 언젠가 다양하고 신선한 장르 컨텐츠를 폭넓게 창작해 내어, 일본의 위상에 지지 않는 위치에 설 수 있는 날이 올까?

 

PS

최근의 우리 나라의 장르문학이나 이러한 대중 컨텐츠 문화의 추세는 대부분이 일본의 모습을 가져오려는 움직임으로 점철되어 있다. 물론 벤치마킹이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정체성 만은 잃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Level Justice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옛날옛날작품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대표작이라고한다면, 그들의 게임을 해본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둥지짓는 드래곤이라고 답할것이다.

그 뒤에도 남국 도미니온, 댄싱크레이지, 그린스발의 숲속, 왕적, 위자드클라이머, 대조난, 시노비류 등 다양한 게임이 나왔지만, 제일 명작은 뭐니뭐니해도 둥지짓는 드래곤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작품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번에 소개하는 게임은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둥지짓는 드래곤이라는 명작을 만들기 이전에 만든 Level Justice라는 게임이다. 악의 조직이 되어 마을을 점령한다 라는 스토리는 이전 천체전사 선레드에서도 등장했던 구성으로,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장르로 구분되고 있다. 그 작품에서도 그러했듯, 악당이 단지 악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개연성과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어, 획일화된 컨텐츠속에서 신선함을 가져온다.

 

Level Justice! 가운데에 있는 소녀가 무려 두목님.

 

이 게임은 방금 말한 대로 악의 조직으로서 마을을 점령하는것이 주 목적이다. 만화/애니인 엑셀사가처럼 굳이 '한 도시'만을 타겟으로 잡고 있는데, 현실성이 반영된것 같아 쓴웃음을 준다. 주인공은 전의 직장에서 쫓겨난 자칭 '굳이 따진다면 천재'(どちらかと言えば天才)인 과학자다. 그는 계속되는 실황속에 직장에서 잘리고 갈곳없는 신세가 되어 떠돌고 있는데, 마침 숙식제공의 직장을 찾아들어갔더니 그곳은 악의 조직이었다는 설정이다.

 

젠장... 나도 직장... 부럽다... 아냐! 난 아직 학생이다!

 

조직은 아파트(일본식, 2~3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와 지하에 딸린 기지로 구성된 조촐한 규모로, 지원자에 한해 2층의 주거시설에 숙식이 가능하고, 1층에는 무려 카무플라쥬 성격의 기업체마져 존재한다. 주인공은 그러한 조직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을 수행하며 괴인을 만들어 조직의 중추적인 인물이 된어, 조직의 시가지 정복에 일익을 맡게 된다.

 

게임의 스토리는 보시다시피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주목할점 없는(!) 전개로 시작한다. 그렇게 게임은 몇가지의 명령메뉴만으로 구성된 기지내부의 전경이 덩그러니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이 할줄 모르면 조금 난감하다.

게임의 흐름은 알고보면 간단하다.

최초의 네토1호를 이용하여 시가지를 공격한다 -> 자원을 획득한다 -> 더강한 괴인을 만든다 -> 시가지를 공격하여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한다.

뭐 이런 구조다. 하지만 대충 이런구조라고 하면 소프트하우스 캬라답지 않고, 더우기 여기서 소개를 하지도 않는다.

 

괴인제작 -> 공격 -> 자원획득 무한반복

 

괴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한데, 한가지는 '이브시드'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원이다. 자원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이브시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괴인의 원천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처음에 시작하면 오프닝을 잘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모종의 방법(!)을 통해서 이브시드를 획득해야 하는데, 초반 게임으로는 이것을 획득할 방법이 없다. 최초의 이브시드 세개를 적절히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게임에서는 자원이 네가지이고 그것이 코인의 형태로 표현된다. 자원, 자금, 인재, 기술 네가지로, 각각 흰색, 금색, 회색, 갈색의 코인이다. 시가지는 10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구획안쪽에는 25개의 블럭으로 공격할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항상 25개 모두를 공격할수 있는 것은 아니며, 초반에는 10~15개의 블럭에 건물이 있어 이곳을 공격하게 된다. 건물은 구역마다 특징적인 종류가 있어서, 어떤곳은 숲이나 밭, 어떤곳은 바다, 어떤곳은 창고나 공장, 아파트, 고급주택, 빌딩, 상업시설 등 다양하다.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건물들은 각각 공격에 성공했을때 (물론 어느정도 랜덤이지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다르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자원을 얻기위해서는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하는데, 이게 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격을 집중하면 그만큼 그 구역의 경계도가 올라서 더 강한 적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문에 주인공의 설명으로는 가능하면 돌아다니면서 공격하기를 권장한다. 물론 이점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구획을 돌아다니면서 고르게 자원을 획득하고 경계도를 평준화 하는 편이 게임을 하기 편하다. 경계도는 휴식을 취하면 하락하는데? 이때 모든 구역이 공히 동일한 양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집한 자원코인은 다시 대형코인으로 변환하게 되는데, 이때 환전율이 적용된다. 기본은 자원코인 20개당 대형코인 1개이지만 대량의 자원을 획득할 수록 코인의 환전율이 변화하여 그 자원을 얻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복리후생과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그 환전율을 적당한 수치로 유지시켜주는 수고가 필요해진다.

 

한방 터뜨려서 자원코인을 수십개 얻었다고 좋아할것이 아니다.

그다음에 기다리는건 환전율 60의 압박이다.

 

획득한 대형코인은 각 부서에 분배가 가능한데, 절반정도를 복리후생과에 밀어넣어야 환전율이 유지가 되고, 나머지 절반을 분배하는것이 좋다. 각 부서는 자원을 획득했을때 적용되는 이득이 다른데, 작전부는 전투에 유리해지거나 새로운 전투원을 얻는것 등이고, 참모부에서는 특별한 작전을 입안가능해지는 것 등이 있다.

강한 괴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연구부에 모든 코인을 고르게 분배하여, 한 괴인에게 몰아주는것이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게임을 조금 즐겨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인분배화면에는 각 부서의 대표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엔딩의 조건이 된다는 점은 눈치빠른사람이면 쉽게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코인을 한쪽에 몰아주게 되면 그 부서의 대표와 해피엔딩을 볼수 있다. 내 경우에는 필요에 의해서 전투원을 대량생산했는데 덕분에 그쪽 대표와 결혼하는 엔딩을 보았다.

 

아냐! 난 정의의 편에 있는 애들과 할렘엔딩을 보고 싶었어!

 

전투는 대단할 것이 없다. 마을을 공격하면 그곳에 숨어있던 정의의편쪽에 요원이 나타나 전투가 발생한다. 한턴에 세번의 행동을 다섯가지 패턴중에서 골라서 결정하면 상대방과의 상성 및 각자의 능력이 적용되어 공격력을 결정짓는다. 상성은 가위바위보랑 비슷해서,

대장공격>전투원공격>필살기공격>대장공격,

필살기 >> 총공격 > 대장/전투원,

완전방어 >>> 모든 공격

이런 식이다.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그것은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이다.

 

전투력이 강하면 상성 그딴거 없다.

 

그 외의 메뉴는 별것이 없다. 임시회의를 통해서 입안된 작전은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쉽게 수행할수 있는것들이고, 성공하면 조촐한 보상을 받는다. 보상은 보통 약간의 자원코인이나 전투원, 지배력 상승 등이다. 휴식을 하면 앞에서 언급했듯, 전투로 상승한 경계치가 하락한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역을 공격하여 건물을 함락시키면 약간의 지배력이 올라가는데, 그것을 누적시켜서 모든 구역의 평균 지배력이 50%를 초과하면 최종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과거행적이나 각 캐릭터의 비밀등이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게 된다.(이부분은 정말 할말이 없다. 게임성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하기 때문이다)

 

보시다시피 게임은 독특한 시스템으로 가득하다. 자원을 코인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라던가, 전투자체에도 사소하지만 여러가지 배려가 담겨져 있다. 스토리도 어지간히 괜찮기는 하지만 시스템의 다양한 면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은 이렇듯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게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방면에서 드러나고, 그렇기 때문에 야겜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얼마든지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간단한 소개에서 끝내려다 시스템 소개에 지면을 다 잡아먹었는데,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소개하기 위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실은 이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얼마전 부랴부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약 1주일을 빠져지냈다. 솔직히 둥지짓는 드래곤과 비교할때 매우 재미있는 게임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한번쯤 플레이 해 보기를 권한다.

2010년 3월 22일 월요일

네기마!? - 신보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 세번째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 그 세번째.

네기마!?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아카마츠 켄 이라고 한다면 러브코미디 만화의 거목이라고 할수 있는 만화가이다.

그는 러브히나, 아이러브서티를 통해서 덕심가득한 팬을 다수 확보하고 있고, 좀(이라 쓰고 엄청나게라고 읽는다) 부산스러운 내용속에서도 적당한 서비스컷과 꽤 흡입력있는 스토리진행으로 인기와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여전히 독특한 오프닝. 가사가 10절정도까지 있다면 누가 믿을까?

 

마법선생 네기마 또한 31명의 미소.....(말로하기 참 창피하다. 자세한 건 베스트 애니메를 봐주시길.) ......로 이미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이어서 애니화도 이미 끝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프트에서는 두번째 애니화를 결정했고 그렇게 나온것이 바로 이 작품 네기마!? 이다. 베스트 애니메 소개에도 나왔지만 이미 이 애니는 기존의 애니와는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마호라 학원'이라는 배경과 각 캐릭터의 정체성을 제외하면 같은점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고, 내용조차 3화 이후에는 학년까지 진급했다는 설정으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진행한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이 애니는 러브코메로 시작한 이야기지만, 이미 러브코메는 물건너 갔고, 그냥 여자가 많고 신보 아키유키의 오리지날 어레인지가 잔뜩 들어간 부조리만화정도로 결론이 나버린다.

 

신보 아키유키의 색감. 이쯤 돼면 슬슬 익숙해지는건 둘째치고 중독이 된다.

 

그리하여 시작한 이 애니. 역시나 신보 아키유키라는 말이 나오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은 원래 한편당 약 3000장의 그림을 필요로 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0분이라는 시간동안 1초당 평균 2.5장이라는 숫자인데, 사실 원래 애니라는것은 잘 알다시피 초당 4~8프레임정도로 유지되지만 정지화면등을 통해서 많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그나마 3천장으로 감당이 되는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보 아키유키의 다양한 시도는 이 애니에서 점점 그 마각(魔角!!!)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추측컨데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 또한 3천장정도의 그림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애니의 작화는 대체적으로 매우 좋다. 마치 한편당 5천장정도는 쓸것같은 교토애니메이션의 애니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는 3천장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정지화면의 활용이다.

이 애니에서는 정지화면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말하는 장면은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배경설명을 할때라던가 몇몇 장면에서는 정지화면 여러개를 만화의 칸 분할 마냥 섞어서 놓기도 하는 등, 엄청나게 긴시간을 정지화면으로 때운다. 그렇게 필요없는 장면을 '대충'때우고, 필요한 장면은 엄청난 그림을 투자하여 고도의 작화수준을 보여준다.

 

그림한번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솔직히 재미는 별로다. 아 쫌 샤프트는 왜 이런 내용을 항상 맡기는지 이해할수가 없다. 하지만 그걸 이런 작품으로 녹여내는 신보 아키유키는 경이롭다고 해야할지 신선하다고 해야할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재미있는 내용을 줘도 그렇게 썩 재미있게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애니에 포함되는 여러가지 엉뚱한 장면은 내용과는 상관없는 재미를 준다.

그저 영상으로밖에 보여줄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눈을 즐겁게, 마음을 풍요롭게(!)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파니포니 대쉬! 에서 보여줬던 배경의 글자들은 여전하다. 독특한 화면구성 또한 대단할 정도다. 월영 에서 본것, 그이상의 것들을 보여준다.

 

적절한 평면구성. 교실은 이장면말고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사실 네기마는 상당한 비판을 받는 만화다. 여자애가 31명이라니 이게 무슨 할렘도 정도껏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기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이 애니는 마법선생 네기마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고 연관성자체가 거의 없다. 러브코미디라고 부를수 있는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을 뿐더러, 서비스컷 또한 신보아키유키 특유의 엉뚱한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네기마라는 이름에 거부감이 있더라도 신보아키유키라는 이름에 이끌려서 한번 감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0년 3월 16일 화요일

파니포니 대쉬! -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작품세계 두번째


이전에 월영 - 月詠(츠쿠요미) ~Moon Phase~ 를 소개했던걸 기억하는가?

솔직히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재미요소는 대단치 않지만, 그 영상미와 색감에서 놀라운 연출이 주목할만 하다는 요지로 소개했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그 작품의 연출이 바로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손을 거쳤고, 향후 그 감독의 애니를 소개하겠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이번 작품은 신보 아키유키감독의 색깔이 나타난 두번째 작품인 파니포니 대쉬!이다.

(이전에도 그의 작품은 있었지만, 샤프트에서 작품활동을 하기 전에는 그다지 주목할만한 특징이 없었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파니포니 대쉬! 오프닝부터 색감이 범상치 않다.

 

파니포니 대쉬의 오프닝은 26화 두쿨의 기간중에 세가지 버젼이라는 다소 엉뚱한 라인업이다.

월영 - 月詠(츠쿠요미) ~Moon Phase~때도 언급했듯, 오프닝의 연출이 매우 독특한데, 이 작품에서 그러한 특징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알수 있다. 오프닝의 가사또한 엉뚱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어, 자세히 들을수록 머리위에 물음표마크가 진해진다(그렇다고 퀘스트를 종료할수는 없다, 죄송... 농담입니다)

이를테면 뭐,

붐붐 부부붐 노란색 바캉스야~  라던가,

정좌를 오래해도 나는 다리가 아프지 않아. 라던가,

아무튼 가사가 독특한건 알아줘야 한다.

이자리에서는 노래를 소개할 생각은 없으니 대충 넘어가기로 하겠다. 자세한건 직접 구해서 들어보도록 하자.

 

이젠 대놓고 세트다. 스텝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월영 - 月詠(츠쿠요미) ~Moon Phase~와 마찬가지로, 평면적인 구성도 다양하게 보이는데, 실내에서는 특히 그러한 연출이 자주 등장한다. 이전에 많이 언급했으니 자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하지만 주목할만한 점은, 이전처럼 낯설은 느낌이 아니라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평면구성이 삽입되고, 다양한 개그요소가 포함되어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작품중에서 특히, 매우 특별히 이 작품에만 꼽을수 있는 특징은 바로 패러디이다. 각 편마다 최소 수십가지의 패러디가 들어가 있는 것은 물론, 엉뚱하리만치 이곳저곳에 삽입해 둔 패러디들은 애니를 보면서 수십번 일시정지 하지 않으면 모두 확인하는것이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무언가 작게 쓰여있어 멈춰놓고 보면 '멈춰놓고 봐도 별거 없습니다'라고 쓰여있다)

일설에 의하면 마지막편에는 무려 100여가지가 넘는 패러디가 삽입되어 있다고 하니 덕심가득한 분들은 그러한 것들을 찾는것 만으로도 즐거울 것이다.

 

마호로매틱 엔딩과 킹게이너 오프닝

 

이 때문에 이 작품의 단점을 두가지꼽아보면, 내용은 그렇게 재미있는 편은 아니라는 점,(이점은 월영 - 月詠(츠쿠요미) ~Moon Phase~때도 언급했지만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패러디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가 꽤 줄어든다는 점이라고도 말할수 있다.

 

단점으로 꼽아놓고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안했는데, 애니의 내용은 참 간단한다. 꼬맹이가 외국에서 학위따고 와서 선생을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로인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다. 대단할 소재도 아니고, 아니 딱잘라 말하자면 좀 유치하기도 하다.

 

하우하우... 쓰담쓰담 해주고 싶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성자체는 범상치 않다. 지금껏 강조해온 신보아키유키의 연출력이 물씬 풍기는 구성은, 엉뚱하면서도 눈길을 잡아끄는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서 얼핏 재미없는 내용도 독특하게 보이게 해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보 아키유키 감독의 작품은 파니포니 이후에도 많다. 절망선생, 마리아 홀릭, 네기마 2기(네기마!?, 마법선생 네기마와 다르다), 히다마리 스케치, 여름의 폭풍 등, 애니를 두루 본 분들이라면 헐소리 나올만큼 독특하게 연출된 애니메이션들은 거의가 이 사람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소개할 작품은 아마도 네기마 2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2010년 3월 13일 토요일

성계의 전기 - 星界の戰旗

 

SF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연배가 있는 분들은 은하영웅전설이나 건담류, 어린 친구들이라면 나데시코라던가 각종 메카물들이라던가 그런 애니를 꼽는 것이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 SF 애니메이션을 꼽는다면 딱 두개, 은하영웅전설, 그리고 이 작품을 꼽을 것이다.

(건담은 장르를 불문한 그저 명작이다)

 

오프닝에 가사따위는 없다. 빠빠~~~~ㅇ

 

모리오카 히로유키(森岡 浩之)의 동명 SF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애니메이션은 프린세스 메이커의 원화가(이름이 기억안남)의 손을 거쳐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캐릭터 디자인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 느낌이 애니메이션에도 그대로 남아, 약간 고전적이면서도 정감가는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특히 엘프를 연상시키는 '아브'들의 그림은 애니메이션화로 많이 날카롭게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자체의 부드러움이 어느정도 살아있어 안정감을 준다.

 

엘프? 아니죠. 아브. 맞습니다.

 

스토리는 흔히 볼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체로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브의 침공에 동포들을 배신한 주석의 아들인 진트가 아브의 귀족이 되고, 당시 아브의 의무로서 군에 재직중이던 황녀 라피르와의 새콤달콤한 연애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정도면 SF를 소재로한 러브코메디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 연애플롯에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아브에 의한 인류제국'과 그 외의 4개국 연합의 전쟁이 이 이야기에 무게를 가한다.(전기라는 이름이 붙은것도 이것 때문이다)

 

두가지 스토리는 라피르가 함장으로 있는 돌격함이 전쟁에 참가하는 형태로 합류하지만, 진행자체는 마치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진행된다. 가끔 싸움에 참가할때를 제외하면, 함선이 파손되어 탈출캡슐에서의 대화라거나, 어떤 행성에 불시착하여 실종된 진트를 수색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전쟁과는 약간 괴리된 스토리라인을 가져간다. 원작자가 그 두가지의 플롯을 의도적으로 분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두가지 상반된 이야기의 진행으로 감상에 호흡을 조절할수 있다.

 

저쪽에서는 전쟁발발한다는데 이쪽에서는....

 

 

내용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은 과연 소설에서 시작한 작품인 만큼 매우 뚜렸하다. 상관과 신경전을 벌이는 부관이라던가, 적들과 유린하는것만이 지상목표인 여왕님등,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수 있는 전쟁파트도 매끄럽게 감상할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개인적으로는 은하영웅전설과 성계의 전기를 비교하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은하영웅전설의 경우는 마치 삼국지처럼 전쟁이라는 틀속의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 그 자체에 대한 스토리가 주라면, 성계의 전기는 좀더 캐쥬얼한 느낌으로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가 전쟁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느쪽이 취향인지를 묻는것은 의미가 없을것이다.

하지만 은영전같은 무거운 내용보다는 가벼우면서도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즐겨보고 싶은 SF팬이라면 이 작품을 한번 추천하는 바이다.

2010년 3월 12일 금요일

忍流(시노비류)-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신작

소프트하우스 캬라는 다양한 장르의 야겜을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다.

 

일전에 언급했던 둥지짓는 드래곤(야겜하면 생각나는건 무엇인가!?)부터 시작해서, 학교 운영게임 그린스발의 숲속, 무인도 조난게임 남국 도미니온, 마법사 육성게임 위자드 클라이머 등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게임일 뿐더러 파고들 요소도 다양한 작품들이 다수 라인업 되어있다.

 

최근 작년말즈음 출시된 이게임 시노비류는 그러한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특징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작품으로, 기존의 작품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시노비류. 소프트하우스캬라는 그림체에 일관성이 있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엥간한 게임들과는 달리,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작품답게 게임의 목적은 명료하다. 자신의 닌자집단(닌슈우, 忍衆)의 우두머리가 되어 운영하여, 다른 닌자집단을 누르고 대륙 최고가 되는것. 스토리를 조금 빌자면, 전란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정보를 수집하여 그것을 토대로 닌슈에 들어오는 의뢰들을 해결하는것으로 돈을 벌어 살림을 꾸린다.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의뢰를 받을수 없다!

 

한 의뢰는 한명의 중인(슈닌, 中忍 하급닌자를 관리하는 중간직 닌자)에게만 맡길수 있고, 대체적으로 슈닌은 모자란데, 닌자의 알(말그대로 알, 슈닌이 될 자질이 있는 후보자)을 모아 교육을 시키고 슈닌으로 육성하여야 한다.

의뢰를 반복하면 슈닌의 레벨이 오르며 스킬을 배울수가 있는데, 이것때문에 육성의 재미도 톡톡하다. 스킬또한 다양해서 슈닌의 능력치나 전문 활동분야를 정해서 몇몇 스킬을 골라 배워야 하는 등 생각해야 할 점이 많다.

 

스킬은 잘생각해서 찍자. 수색의뢰 할 슈닌이 봉사심 같은거 찍어봐야 고자된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스토리를 위한 의뢰가 생기고, 이것을 수행하는 횟수에 따라서 스토리의 진행정도가 결정된다. 반대로 말하면, 스토리 의뢰를 진행하지 않으면 진행이 되지 않거나 다른 분기로 넘어가거나 한다. 궁극적으로 한명의 다이묘가 전토를 점령하거나, 모든 닌슈를 쓸어버리면 엔딩으로 넘어가는데, 그렇지 않도록 약간 방해를 하는것으로 게임을 무한정 즐길수도 있다.

엔딩때 플레이 등급이 매겨지지만 플레이턴수로는 점수가 하락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고, 클리어 데이터가 일부 전승되기 때문에 길게 늘여서 게임을 해서 닌자를 키우는게 다음번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


시간 그저 거들 뿐.

 

게임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재미에 그 의미를 두는것이 맞다. 그래픽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철없는 이야기는 제쳐두더라도 스토리라던가 분위기라던가 게임의 재미를 결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만약 긴시간에 걸쳐 육성, 성취를 통해서 재미를 느껴가는 과정이 확실하다면 그 게임은 분명히 좋은 게임이라 말할것이다. 야겜이라는 이유로 게임을 비하하거나 게임성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지만, 시노비류와 같은 게임은 그러한 이유를 제쳐두고 게임성을 논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선입견을 버리고 시간을 투자하여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이 게임은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다.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Plants vs. Zombies

미친 어항 이라는 제목의 게임을 아는가? 혹은 물고기 키우기라는 게임은?

Insaniquarium이라는 제목의 게임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해 보았을것이라 생각한다.

물고기에 먹이를 주고 물고기가 떨어뜨리는 돈을 모아 다른 물고기를 사고, 에이리언의 침략에서 물고기들을 지켜내면서 더 많은 돈을 모아 새로운 종류의 물고기를 사는, 단순하면서도 중독성 투철한 이 게임은 인터넷상에서는 매우 유명하다.

인세니쿼리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다면 이 게임을 만든 회사인 PopCap이라는 회사를 들어본적은 있는가?

게임을 관심있게 했다면 아마도 이름정도는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회사는 저 단순하면서도 끈질긴 게임을 만든 작은 팀에서 시작한 회사로, 여러가지 퍼즐이나 경영게임을 만들면서 인세니쿼리움같은 중독성을 창출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잘 하지도 않는 주키퍼 같은 것 조차도 말이다.

 

그 회사에서 만든 게임중에서, 디펜스 형식의 게임이 출시되어 한때 잠시 주목받은 적이 있었는데, 반짝하고 지나간듯 하여 여기서 한번 소개를 할까 한다.

식물과 좀비라니, 누가 생각했는지 얼굴 한번 보고싶다. 스승님....

 

게임의 흐름은 단순하다. 집에 좀비가 쳐들어온다. 막기 위해서 콩쏘는 식물을 심는다. 좀비에게서 새로운 씨앗을 얻는다. 더 많은 좀비를 처치하기 위해 다양한 식물을 심는다.

디펜스형식의 단순한 게임이다. 이런 게임은 플래쉬 게임사이트만 찾아가면 수백여가지는 있고 대부분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게임은 다른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다른 게임에서 찾을 수 없는 팝캡 특유의 중독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포스트에서 그러한 것들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처음 게임이 진행되면 튜토리얼 격인 레벨이 몇번 진행된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그래픽, 코믹하게 그려진 좀비들은 매끄러운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식물을 심으면 좀비가 쳐들어오고 식물이 콩을 날려서 좀비를 쓰러뜨린다는 흐름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식물은 햇빛을 모아서 심을수 있는데, 이어서 진행되는 튜토리얼에서 해바라기를 심으면 빠르게 햇빛을 모을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새로운 식물의 씨앗을 얻었다! 후광이비치는 호두(Walnut).

게임을 진행하면 다양한 식물을 얻을 수 있다.

한번에 두발의 콩을 쏘는 녀석, 세발 쏘는 녀석은 기본, 벽이 되어주는 녀석, 체리폭탄, 매운고추, 식물을 지켜주는 늙은 호박, 디펜스의 대명사인 얼음탄, 여러명에게 동시에 데미지를 주는 녀석 등, 약 4~50여가지의 식물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식물만 다양한가? 그렇지 않다 좀비들 또한 다양한 특징이 있다. 맨몸으로 오는 좀비는 그냥 애송이들에 지나지 않는다. 양동이나 콘(길막는 그것)을 쓰고 오는 녀석에서부터 트랙터를 타고 오는 녀석, 번지점프에서 식물을 훔쳐가는 녀석, 잠수해서 오는 녀석 등 다양하다.

호두알 볼링. 이게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자주 할수만 있으면 자주 하고 싶어진다.

그뿐인가. 게임 중간중간에는 볼링이라던가 두더지게임같은 미니게임도 곳곳에 있어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게임의 밸런스는 절묘하다고 할 정도로 좋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어려워져 가는것이 눈에 보이지만,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해서 도저히 못깰것 같은 수준이 절대로 아니다. 항상 조금만 더... 라는 수준의 난이도. 이러다 보니 중간에 멈출수가 없는것이다.

스테이지의 난이도 뿐 아니라 초반 빌드 타이밍도 절묘해서 햇빛이 모이는 속도와 식물을 키우는 타이밍이 매우 잘 맞아 떨어져서, 가끔은 스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라고 과장을 해본다)

 

더우기 게임은 낮레벨과 밤레벨이 있고, 이에따라 쓸수 있는 식물이 다르다. 적들또한 밤에만, 혹은 낮에만 나타나는 적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낮과 밤의 빌드오더가 판이해지는데, 어느 한쪽에 익숙해질만 하면 불쑥 다른 짓을 해야 하니 이게 난이도를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재미있게 만드는 능력이 PopCap에는 있다. (아마도 팝캡의 게임을 몇몇 더 소개한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중독성이라는 말이 얼핏 거부감이 느껴질지는 몰라도 그 속에 숨어있는 제작자의 노력을 상상하면 미안해서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걸 모두 떠나 세상모르게 모든걸 잊고 한바탕 게임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식물과 좀비는 그 대안으로서 충분하지 않을까?

천체전사 선레드

특촬물이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장르이지만, 일본에서는 현재에도 나이에 관계없이 매우 인기있는 장르중의 하나다.

우리에게 특촬물이라고 하면 어렸을적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대물은 후레쉬맨 정도, 히어로물은 울트라맨정도가 전부라고 할수 있고 조금 관심있는 사람이나 두세가지 작품을 더 봤을 정도로 다양성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레드(!)만 모아도 포스터 한장 가득일만큼 다양하고, 전대가 아닌 작품들은 그 수배는 더 많다.

레드만 모아도 1개 중대급

 

그런 배경이 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이런 애니가 나올 수 있는건가보다.

이번에 소개할 애니메이션은 천체전사 선레드. 전대물 부조리개그다.

 

특촬물의 흐름이란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모종의 이유로 히어로가 된 주인공이 악의 무리가 내세우는 괴인들을 하나씩 무찌르고 조직을 괴멸시키는 것.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플롯의 모든것에 의문을 품는다.

히어로는 하나뿐인가? 히어로가 왜 히어로인가? 히어로는 정말 히어로인가? 악의 무리는 정말로 악인가? 조직은 하나뿐인가?

반바지에 헬멧만 덜렁쓴 히어로와 두들겨 맞고 정좌하는 악의 무리.

누가 악이고 누가 영웅인가?

 

하나하나의 요소를 비꼬아 웃음으로 이끄는 이 작품은 과거 세토의 신부, 갤럭시 앤젤룬 등을 감독한 키시 세이지의 연출력이 은은히 드러난다.

 

동내 양아치와 깻잎 한장 차이인 히어로와, 마을 주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악의 무리가 모두 주인공인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대결만이 아닌 그들의 삶 자체를 바라보면서 특촬물의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단막극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루할일 없는 이 애니메이션에 맛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어, 고작 13분의 짧은 길이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단막극 고돔과 소도라. 내용은 없지만 웃기다.

 

하지만 특촬물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개그코드들도 있고, 일본 만담식의 코미디도 끼어있어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이 의도하는 웃음을 모두 얻어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가 재미있는 것은, 히어로나 악의 조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선입견을 속시원하게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의 선레드. 이때보다는 많이 착해졌다.

 

악의 조직의 간부인 뱀프 장군은 '주부의 카리스마'라는 이명이 있을만큼 생활에 충실하고, 양아치 히어로는 여자친구를(동거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졸라 파칭코 자금을 얻는다.

히어로의 여자친구인 카요코는 뱀프 장군에게 요리를 배우고 뱀프 장군은 히어로인 선레드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물론 말살하겠다고 항상 말하지만)

공주가 사실은 말괄량이라던가, 도둑이 사실은 의적이다 등에서 발전한 이러한 소재는 오래도록 내려오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요즘의 애니들은 성장이나 감동에 집착하여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천체전사 선레드는 엔터테인먼트로 고유의 본질로 돌아와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수 있는 단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몇 안되는 애니중의 하나다.

물론 소년만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것도 좋지만, 가벼운 웃음으로 돌아와 기분전환을 하기에 이 애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