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일 토요일

현시연 -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인다.

 

굳이 매 포스팅마다 ‘덕심 가득한 분들’이라는 표현을 써왔다. 오타쿠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입각한 나름대로의 조심하는 방법이었지만, 이 포스팅에서는 어차피 소재가 오타쿠이기도 하니 간만에 신경쓰지 말고 표현해 볼란다.

오타쿠라는 말이 최초로 쓰인 경위에 대해서 다들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시초는 건담 시대에서부터였다. 건담 매니아들이 모여서 서로를 오타쿠(お宅 : 댁 ex) 댁이 김씨이십니까? 의 댁) 라고 부른 것이 오타쿠라는 말의 시작이다. 90년대 초 중반부터 일본에서 시작한 이 오타쿠라는 말은 21세기에 들어서 다양한 형태로 해석, 가공되어 왔고 일부에서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대두되는 단어이다.

현시연은 그러한 시점에서 더도 덜도 말고 오타쿠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당시 상당한 이슈가 되었으며, 실질적으로 흥행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작품이다. 이 후 오타쿠를 그리는 만화들, 이를테면 동인 워크 등의 만화가 이후에 만들어지는 데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종래에는 오타쿠를 그린 캐릭터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다양한 작품들에 등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되었다. 노기자카하루카의 비밀이라던가, 럭키스타 같은 작품들 말이다.

오늘은 이런 오타쿠라는 단어를 장르 컨텐츠의 전면에 세운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작품, 현시연을 소개한다.

 

현대 시각문화 연구회. 아래에 영어로 The society for the study of modern visual culture라고 써있다.

 

먼저 그림체를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한다. 만화의 그림체는 상당히 깔끔하면서도 공들인 모습이 눈에 띈다. 인물은 간결하면서도 절묘한 두께 조절이 상당히 인상적임에도 불구하고, 배경이나 사물에 대해서의 묘사는 상당한 수준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수준이 1권부터 시작되었던 건 아니다.

배경이야 사실 공을 들이면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물 쪽은 초반에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후반부에 갈수록 그림체가 매우 좋아졌다는 점을 보았을 때 어디까지나 비교적 이라는 점으로 말이다. 초반부에는 인물표현에 있어 쓸데없는 선이 ‘비교적’많아 몇몇 장면에서는 상당히 거추장 스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림체가 후반부에 가면 필요 없는 선을 제거하는 것 만으로 깔끔하면서도 둥근 선들을 강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오! 나의 여신님이나 앤젤 전설과 같이 그림체가 극적으로 변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잘 따라간 개선으로 볼 수 있겠다.

 

왼쪽의 그림체가 오른쪽으로 바뀐다. 큰 차이는 없어 보여도 선 처리가 상당히 깔끔하게 변한걸 알 수 있다.

 

현시연이 물론 오타쿠라는 소재로 화제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시연 그 자체의 재미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인기를 끌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현시연의 재미 요소를 꼽는다면, 단연 캐릭터성에 그 중심을 둘 수 있다. 사실 오타쿠라고 싸잡아서 도매급으로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오타쿠도 사람을 모아 만든 분류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는 각자의 개성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개성이라는 것은 비록 오타쿠라는 것이 전 인류의 부분집합일지라도 실제 사람들의 사회속에서 발견 할 수 있는 개성의 한 부분들로서 얼마든지 우리가 생각하는 대인관계와 유사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자신감은 없지만 매사에 긍정적인 소극적 낙천가 스타일의 사사하라라던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절대 한눈을 팔지 않는 코사카, 자신에게 자신감은 부족해도 그것을 표현으로 커버하려는 마다라메 등 각자의 캐릭터는 우리내 인간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그려져 있고, 그것은 오타쿠 또한 사람이라는 메세지를 은연중에 비치고 있다.

무게를 잡고 이야기를 했지만, 한 줄 요약하면, 오타쿠들이 개성있게 소동을 일으켜서 참 재미있다. 라는 것이다.

 

오타쿠는 의외로 마음이 약하다.

 

이 만화가 오타쿠에 대해 이해하는 정도는 일반인이 바라보는 오타쿠의 수준이 아니다. (아마도 작가 본인이 오타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 테지만) 본인을 포함한 오타쿠들이 보이는 흔한 행동패턴, 이를테면 재미있게 본 작품의 대화를 실생활에 적용시켜서 이야기한다거나 하는 것은 기본,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극단적일 정도로 완고해 지는 부분이라던가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음에서 나오는 아이러니에 고뇌하는 부분이라던가 에서 단지 오타쿠라고 사회부적응자로 몰아가는 것이 얼마나 무심한 행동인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 오타쿠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 일반인에게 받아들여지는 모습과 취향과 외모, 그 외의 것들간의 괴리에서 오는 여러 가지 소재를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자신이 일반인이든 오타쿠든 얼마든지 흥미를 끌만한 요소로 작용한다.

 

분명 무언가의 부자연스러움에는 이유가 있다.

 

현시연은 좋은 작품이다. 그것은 작품성에서 나오는 것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와 실질적인 재미에 있어서도 얼마든지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분명 내용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읽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게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오타쿠라는 성향은 활용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응용될 수 있다. 그것은 단지 좋아하기에 빠진다라는 표면적인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오타쿠라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한 사실을 이해시켜주는 것이 바로 이 현시연이라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현시연 9 - 10점
키오 시모쿠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댓글 2개:

  1. 글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두 현시연 재미있게보고 재미있게 모았죠 우리나라 9권에는 10권을 기대해주세요라는 말이 붙어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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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go - 2010/05/01 13:21
    저도 소개하려고 다시 읽으면서 발견했지요 ^^; 정말 치명적인!? 실수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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