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일 월요일

Dr. 코토 진료소 - 작은 섬마을의 의사이야기

 

만화의 소재는 약 60여 년의 시대를 거치며 인간의 환경 전반에 대해 다양하게 그려져 왔다. 90년대가 접어들면서 작품의 수가 포화기에 접어들며 소재고갈의 어려움에 처하게 된 만화산업은 ‘금기’라고 여겨졌던 정치와 바둑마저 만화의 소재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두기에 이르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당시의 과도기에 제시된 소재들은 일반인이 쉽게 접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위의 정치나 바둑이 바로 그런 예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과도기의 초반부에는 보통사람도 이해하기 쉬운 요리나 게임 등을 소재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신 중화일미, 닷 핵 시리즈의 성공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물론 ‘과도기’이기 때문에 두 가지의 특징을 모두 가지면서 차별화 되는 소재들도 있었으니,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료만화이다. 의료라는 분야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벽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들은 다수의 주석과 휴먼드라마를 접목하는 것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섰고, 그 결과 몇몇 의료 만화는 성공적으로 대중에게 읽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오늘 소개하는 만화는 전형적인 90년대 중반의 의료만화, Dr. 코토 진료소이다.

 

 

Dr. 코토 진료소. 잘 알려지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의료 만화 중에 얼마 안 되는 휴먼드라마이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외딴섬 코시키섬에 새로운 의사가 부임했다. 그의 이름은 코토 켄스케로 배 멀미가 심각하고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젊은 남자였다. 그는 주민이 고작 1천여 명 되는 이 작은 마을의 진료소에서 의사로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의욕에 가득 차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자 했지만, 그 길은 너무나도 험난하다. 아무도 그에게 진료받으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돌팔이로 매도하거나 그를 쫓아내려고 비난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 둘 환자를 생각하며 병을 고치는 그의 모습에 조금씩 녹아 드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는 점점 코시키섬의 주민이 되어간다.

 

하나 둘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간다. 하지만 모두의 신뢰를 얻기에는 멀고 험한 가시밭길이 있다.

 

스토리를 따지면 이 정도지만, 이 만화에서는 그의 과거와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의 등장으로 계속해서 긴장을 유지해간다. 단지, 그 긴장이 가늘고 길게 이어진다는 점이 이 만화를 피곤하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다.

이 만화는 한가지 문제가 끝나면 한가지 문제가 터지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속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이를테면 기-승-전-(결=기)-승-전… 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만화에서는 종종 ‘화자’로서 독백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이가 있는데, 그 주인공은 이 만화의 히로인인 호시노 간호사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날 때 쯤 등장하여 이야기를 맺어주는 그녀의 독백은, 언제나 ‘잘 끝났다~’ 가 아닌 ‘그러나 이후에 더…’ 의 형태로 끝을 맺는다.

별거 아니라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긴장감이 종료되지 않는다는 점은 만약 단행본을 정주행하는 경우 상당한 피로를 가져온다(지금 소개 하려고 21권까지 보다가 피곤해서 관둔 참이다) 이 만화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항상 이렇게 다음 편을 암시하면서 끝난다.

 

하지만 이 만화는 그런 부분을 살짝 덮어 두면 진정한 그 작품성을 드러낸다. 구석진 외딴섬에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사건들은 이 만화가 의료라는 소재를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휴먼 드라마로서 높이 평가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섬을 빠져나가고 싶은 아이들 같은 식상한 소재가 아닌(물론 그런 것도 없지는 않지만) 어업조합의 어르신들의 대립이나, 행정구역 갈등, 외딴섬에서의 고립감에 고뇌하는 초등교사 등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는 섬의 모습은 굳이 일본의 모습으로 한정할 필요 없는 평범한 시골의 모습 그 자체를 보여준다.

여기에 추가되는 코토 선생의 의료라는 소재는 외딴 섬의 평화로우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운 그들의 생활과 환경을 다양한 각도로 비추어 주면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다양한 메세지를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다.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만화는 그림체에 큰 개성이 없다. 랄까 정말로 개성이 하나도 없다. 90년대의 만화들은 정말로 특이한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거의가 비슷한 그림체인데, 이를테면 우라사와 나오키 류의 만화들(20세기 소년 등)이나, 갤러리 페이크, 플라이 하이 등의 작품들이 그렇다. 물론 작가마다 어느 정도의 개성이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고 선의 사용이 많고 투박한 느낌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은 그리기도 물론 힘들거니와 그림체로서 독자의 마음을 끌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의 얼굴을 적절한 수준까지 자세히 그린다는 말은 반대로 풍부하게 표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덕분에 감정이입도 쉽고 이야기에 대한 진실성도 어느 정도 확보 할 수 있는 그림체라는 말이기도 하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이런 트렌드는 다 이유가 있어 유행을 형성했다는 말이다.

 

 

이런 연출은 매우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

 

약간은 고전적인 그림체와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못한 휴먼드라마. 어떻게 보면 흥미를 끌 요소는 그렇게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료만화로 대표적인 의룡이나 갓핸드 테루 같은 작품이 소년만화적인 이야기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면, 이 만화는 잔잔한 감동을 가져오면서 독자를 끌어들인다.

언제나 포스팅 끝에 넣는 말이기도 하지만, 매일같이 뉴스에서 충분히 자극적인 개그를 보고 있는 판국에 굳이 자극적인 만화를 보기 보다는 이런 잔잔하고 감동이 있는 만화를 보는 것이 심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Dr.코토 진료소 24 - 10점
야마다 다카토시 지음/대원씨아이(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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