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6일 목요일

미나미가 - 유쾌한 세 자매의 일상

 

일상 드라마를 소재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이미 다양하게 나와있다. 일상 드라마의 장르는 아무래도 이야기의 흥미를 끌 요소가 많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러브코미디로 기울어버리는 경우도 많고, 때에 따라서는 그저 미소녀를 소재로 하는 2류 만화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에 소개할 미나미가는 미나미가의 세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일상 드라마 작품이다. 하지만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미소녀를 전면에 등장시키는 것 보다는 세 자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리는 것에 주력한 일상개그에 가까운 애니메이션으로, 여타의 2류들과의 차별을 꾀한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M.I.N.A.M.I.K.E 미나미케!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치유계를 다시 이야기해본다.

 

 

치유계를 분류하는 방법은 사실 딱히 정해진 것이 없다. 사람에 따라서 분류기준이 다르기도 하며, 간혹 이에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주장들 중에서 넓은 의미로 치유계를 정의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상 드라마라는 장르는 치유계에 속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분명 치유계에 들어간다. 사실 논쟁의 일부를 차용해오지 않더라도 이 만화를 보면 치유 받을 부분이 많이 있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세 자매의 일상은 상식과 비상식을 오가는 세 사람의 성격이 어우러져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틈틈이 나이에 어울리는 발상과 생각을 보여주며 어린 소녀들의 감성에 한발 다가서게 해주기도 한다.

개그만화에 가깝기 때문에 감동이나 극적인 연출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이 작품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저 고타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점 중의 하나는 그림체이다. 작품의 인상은 사실 최근의 트렌드로 볼 수 있는 미소녀스타일의 그림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선이 가늘고 깔끔하게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만화와 크게 다른가 하면 별로 그렇지도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다른 만화와는 차별되는 그림체상의 특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입 모양이다. 이 만화에서 표현하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표정에서 우리는 그들의 입을 자주 주목할 수 밖에 없는데, 독특하게도 윗입술 가운데를 반드시 뾰족한 형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고양이의 입 모양일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거이 상당히 귀엽다.

사실 입 모양이 뭐 그리 중요하다던가, 고양이 입이야 흔한 거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만화를 본다면 그런 생각이 정말 무색해진다.

애니메이션이 진행되면서 자주 등장하는 이런 입 모양은, 평범한 얼굴도 작은 미소로 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놀라는 표정이나 크게 입을 벌린 표정이 무려 세모 모양 Δ!!이 되면서 입 모양 하나만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쓰나미처럼 몰고 온다. 일상 드라마 장르는 다른 장르보다 약간 지루한 감이 없이 않다는 점이 이 입 모양 하나만으로 커버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 세모 모양 입이 중독될 것만 같다.

 

만화이니만큼, 아니 어쩌면 21세기에 들어 나온 만화이니만큼, 캐릭터의 개성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 작품도 그런 부분은 착실히 지키고 있다. 어른스럽고 상냥하면서 의외로 다혈질인 첫째 하루카, 항상 엉뚱하고 사고를 몰고 다니는 둘째 카나, 그런 카나에게 언제나 냉소를 던지는 막내 치아키. 세 명의 개성은 뚜렷하게 구분되어 어떤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즐겁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치아키의 친구이면서 치아키 몰래 하루카를 만나러 오기 위해 여장을 선택한 마코토, 약간 바보 같아도 주위를 즐겁게 해주는 우치다, 카나를 좋아하면서도 마음을 몰라주는 카나덕분에 항상 고생인 후지오카, 그런 거 없어도 항상 고생인 케이코, 하루카를 좋아하면서도 항상 시츄에이션에 얽매이는 기분나쁜 호사카… 이 외에도 세 자매의 친구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히면서, 미나미가의 하루하루는 언제나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캐릭터가 엄청나게 많아도 못 외울것 같다는 생각은 할 필요 없다. 각자 개성이 너무 강하다.

 

이 작품은 사실 방영 당시 상당히 화제를 몰고 왔다. 1기가 방영을 시작한 2007년에 이미 2기 제작이 결정 나있었던 것은 그다지 화제거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두 시리즈가 서로 다른 제작진으로 제작된 점은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동일한 애니메이션이 서로 다른 제작자에 의해 나란히 제작된다는 일은 내가 10년이 넘게 애니를 보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으니, 나 같은 초보덕(이라고 한다고 돌을 던지지는 마세요…)이 아닌 분들에게는 얼마나 충격적인 소식이었을까?

미나미가가 몰고 온 또 하나의 화제는 바로 엄청나게 화려한 성우진이다.

첫째 하루카의 성우는 사토 리나. 이미 시작부터 레전드급이라 할 말이 없다. 여기에 이노우에 마리나, 치하라 미노리가 카나와 치아키를 맡아 다시 한번 놀라는 것은 물론, 미즈키 나나, 오노 다이스케, 치바 사에코, 요시노 히로유키 등, 레전드급 혹은 1류급 성우들이 대거 참여하여 덕심 가득한 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런 큰 이야기들 이외에도, 2기와 3기의 부제가 오카와리, 오카에리로 결정된 것에서 느껴지는 제작진의 센스라던가, 제작사가 도우무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엄청난 우려를 얻었다는 점 등등, 여하튼 이 작품은 이슈거리를 다양하게 낳으면서 방영되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걸로 페이지 때울 생각은 아니었는데, 성우진이 정말 대단하다.

 

눈치 빠른 분이라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맨날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소개할 때 끝맺음 말로 적은 것이 있었다. ‘자극적인 현대만화들만 보지 말고, 이런 거 보면서 쉬엄쉬엄 감상하자.’ 라는 취지의 말들이다. 보기만해도 즐거운 세 자매의 톡톡 튀는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즐기는 이 작품은, 이런 말을 첨언하기에 더없이 적합하다.

만화, 애니메이션 어떤 것을 감상한다 해도, 이 작품을 보고 즐기기만 하면 행복한 즐거움에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미나미가 6 - 10점
사쿠라바 코하루 지음/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