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1일 화요일

햣코 - 웃긴데 치유 받는다고?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전 포스팅 했던 미나미가히다마리 스케치같은 작품을 나는 치유계로 분리를 했다. 사실 치유계를 좁은 의미로 본다면 단지 미소녀가 나와서 일상 드라마를 펼치는 정도로 치유계로 분류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한 면이 있다. 굳이 치유계를 핀포인트로 보고 예시를 들기에는 고작해야 아리아나 카페알파 정도의 작품 이상은 꼽기 힘든 게 사실이다. 미나미가나 히다마리 스케치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그 속에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웃음을 겹쳐낸다. 이런 연출과 이야기는 분명 팍팍한 삶 속에서도 스트레스를 씻어내며 작은 미소를 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점이 이런 작품들을 넓은 의미로 치유계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오늘 소개할 햣코는 그런 넓은 의미의 치유계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어찌보면 미소녀들이 나오는 별것 아닌 개그만화로 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캐릭터의 개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별것 아닌 듯 보이는 에피소드들은 비록 그 소재가 덕스러운 향기가 나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부담이 없다.

오늘은 치유계의 가장자리 언저리쯤 있는 개그만화, 햣코를 소개한다.

 

뭐가 백 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감사의 말을 전한다. 지난주 금요일, 알라딘에서 메일이 왔는데, 이주의 TTB(Thanks To Blog)리뷰에 선정되어 적립금 1만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책을 사는 것 말고는 거의 쓸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블로그를 통해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 상당히 의욕이 고취되었다.

여하튼 그렇게 얻은 1만원으로 무엇을 살까 고민하다가, 역시 만화책, 그것도 소개하지 않은 녀석을 사서 다시 한번 소개를 하는 것을 통해 독자와 알라딘에 환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구매하게 된 것이 바로 이 햣코이기도 하다. 물론 소개의 대상은 애니메이션이지만, 만화책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원작과의 비교를 위해 이 만화책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만화책도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겠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적기로 한다.

 

감사합니다! 알라딘!

 

햣코는 네명의 소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학원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언제나 하이텐션의 토라코, 말이 없지만 잘 먹고 힘센 스즈메, 대기업의 따님이자 네 명 중 태클(突っ込み : 만담에서 상대방의 개그를 지적하며 웃음을 끌어내는 것, 애니메이션에는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담당의 타카코, 천상 소녀인 아유미. 이 네 명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은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 만으로 웃음을 준다. 또한 네 명의 캐릭터 주위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매 편마다 틈틈히 새로 등장하면서 몇 편 되지 않는 이야기를 점점 풍성하게 만든다. 보통의 경우 캐릭터가 다양화되면 사장되는 캐릭터가 존재하면서 구성이 형편없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 만화는 그런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매 에피소드에 몇 명의 캐릭터가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에 무려 10여명의 캐릭터들은 ‘에피소드에 필요하면 넣고 아니면 만다’ 정도의 비중으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는 필요 없는 경우 주인공인 네 명 중에 한 두 명도 에피소드 내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은 방금 말했듯, 구성이 약화되는 면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을 무시한 채, 이러한 구성이 자아내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만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작품의 최고의 장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저 많은 캐릭터에 각자 개성이 부여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은 만화책의 1~3개의 에피소드를 한 편에 우겨 넣어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우겨 넣었다고는 해도 진행에 문제가 있을 만큼 억지로 집어넣은 것은 아니며, 에피소드의 길이에 따라 적당히 구성하는 것으로 완성되어 있다. 하지만 만화책과는 약간 다른 점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장면이 완전히 동일하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스크립트의 길이가 다르다는 점이다. 변했다고 말하면 쉽지만 그렇게 표현하지 않는 것은, 기존의 원작에 있던 부분에서 적당히 추가만 되거나, 일부를 자르기만 했을 뿐 사용하는 단어나 내용이 바뀌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만화가 애니화 되는 경우 원작을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기 쉬운데, 햣코는 이런 점을 회피하고 일부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도 간혹 보이고 있어, 원작을 훼손한 느낌은 거의 받기 힘들다.

 

저 16개째라는 말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에서의 에피소드 순서를 말한다.

 

이 작품을 보다 보면 등장하는 캐릭터의 개성이 매우 뚜렷, 아니 정정하면, 상당히 극단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착하면 엄청나게 착하고, 조용하면 귀신수준으로 말이 없으며, 남녀불문 친하게 지내느니 바이라고 당당히 외친다거나 하는 수준이다. 이런 부분은 앞에서 말했던 덕스러운 향기가 난다는 언급이 지적하는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런 덕스러운 느낌이 나는 부분을 확실하게 개방하는 것으로 덕심 가득한 분들 외에도 얼마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굳이 장면을 자극적으로 만들어 덕심 가득한 분들에게 더욱 큰 어필을 포기하고 소프트한 독자들을 위한 접근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비록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개그만화일지라도 그것이 단지 덕심을 자극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치유계의 일부로 볼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런 점에서 기인한다.

 

이 정도면 커밍아웃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하다.

 

아유미의 성우는 놀랍게도 히라노 아야다. 스즈미야 하루히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국민 아이돌의 반열에 오른 히라노 아야가 이 작품에서 등장한다는 점은 상당히 화제를 모은 바가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서 스즈메의 성우는 하세 유리나, 몇몇 출연한 바는 있지만, 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출연작이 적은 성우이며, 대사가 거의 없다고는 해도 주인공급임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연기에 아쉬움이 남는 배역이다. 천재 공학소녀 치에의 성우는 무려 호리에 유이, 그러나 반장인 네네의 성우는 후지타 마사요라는 신인. 이와 같이 성우의 캐스팅에 엄청난 편차가 존재한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이런 부분이 눈에 띌 정도로 드러나는데, 유명 성우가 질을 높이고 있는 것인지 무명 성우가 완성도를 깎아먹고 있는 것인지 알아먹기가 힘들 정도로 애매한 수준이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고르게 채용되었다.


여고생들이 일상의 사건들을 일으키는 이야기 햣코. 어떻게 보면 단지 덕만화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는 미묘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았을 때는 의외로 보는 이를 부드럽게 받아들이는 흡입력이 있는 좋은 작품임을 알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다.

만화책을 보든 애니메이션을 보든, 이 작품을 감상하는 이는 폭소와 미소 사이를 오가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햣코 Hyakko 5 - 10점
카토 하루아키 지음/중앙books(중앙북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