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12일 수요일

카미츄 - 중학생인데 신입니다.

 

치유계 작품들 중 어떤 작품들은 매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매번 예를 드는 카페 알파라던가 아리아 같은 작품들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작품 중에서도 분명히 명작은 존재한다.

사실 매번 치유계에 속하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독자의 어떤 분이 이 만화는 치유계가 아니다 라고 물으신다면 참 난감할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고는 한다. 장르의 분리는 언제나 모호성을 내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특히 최근에 치유계라고 말하며 쓴 몇몇 포스트는 엄밀하게 말해서는 치유계라고 부르기 힘든 특징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카미츄는 치유계가 아니면 분리하기 힘들 정도로, 그야말로 세상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신이 되어버린 여중생의 이야기. 카미츄를 소개한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신(카미)인데 중학생(츄우가쿠세이)이라서 카미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신이 되어버린 소녀, 유리에.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미츠에짱, 나 신이 되어버렸어’ 가 첫 대사이다. 어쨌든, 그렇게 신이 되어버린 유리에가, 어렸을 적부터 친한 친구인 미츠에, 신사의 딸인 마츠리와 함께 중학생과 신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의 생활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은, 유리에가 조우하게 되는 이런 저런 사건이나 사람들의 기원으로부터 시작하여, 한편 한편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평안을 되찾아 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옴니버스적인 구성이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몇 월에는 무엇, 몇 월에는 무엇 같은 이벤트들이 있고, 더불어서 유리에의 짝사랑인 니노미야군과의 관계가 조금씩 발전되어 간다는 점만이 이 애니메이션의 진행을 이야기해준다.

뭐, 결론적으로는, 첫 편과 끝 편을 제외하면 어느 편을 켜더라도 언제나 다른 이야기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신이 되어버렸어. 그것도 어제저녁!?

 

일본에서의 신은 기독교 등에서 말하는 유일신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마을마다 받드는 신이 따로 있으며, 각각의 토착신인 경우도 있고, 어떤 물건이나 동물에 깃든 신인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존재했던 위인을 신으로 받들기도 하는 등, 신을 정확하게 규정하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또한 신 뿐만 아니라, 요괴(모노노케) 등의 상식적이지 못한 생명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대하여, 물건에 깃드는 것, 동물이 신통력을 얻은 것 등 다양하게 존재하며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애니에서는 이런 점이 아주 잘 적용되어 있어, 마을의 토착신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신인 유리에를 동시에 받든다 해도 아무런 종교적 거부감을 가지는 이가 없다. 심지어는 신들의 휴양지 같은 것이 있어서, 그곳에 가면 엄청난 숫자의 신들이 존재하고, 그 속에서 신이란 만물의 숫자만큼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다.

 

신은 만물의 숫자만큼 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80년대 중반 무렵의 일본의 한 시골마을이다. 마을 한 가운데에 상당한 크기의 강이 있어, 멀리에 있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비잉 돌아가지 않는 한, 배를 타야만 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때문에 작품 속에서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 앞에서 기다리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고는 한다. 이런 한가하고 여유로운 배경 속에 등장하는 모노노케들은 그저 자신의 생활, 이를테면 낚시라던가, 산책이라던가, 캔을 굴린다던가 하는 행동들을 운치있게 즐기면서 유유자적한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들, 그리고 배경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또한 꽤나 아기자기한 것들이다.

오래 전의 추억을 다시 한번 되살려 잊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이야기라던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져다 주는 다양한 기쁨, 행복, 슬픔, 괴로움을 다루는 이야기들은, 이 작품이 치유계로 분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

 


장난을 좋아하는 모노노케들.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뗄 수 없다.

 

이 만화가 소중한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그림체이다. 이 만화에서 등장하는 인물의 대부분은 중학생이다. 물론 여자만은 아니고 남자아이도 종종 나오며, 부모님이라던가 아이들도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그런 캐릭터들의 모습은 어른이든 아이든 귀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체로 둥글둥글하게 그려진 선들을 비롯하여, 다른 만화들에 비해서 비교적 짧고 뭉툭한 느낌을 주는 인물 묘사는 여러 가지 의미로 귀여움이라는 코드와 잘 매치된다. 그러나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할 것 없이, 애니메이션이 진행될 때 보이는 유리에만 보더라도 그 귀여움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언뜻 보아도 앳돼 보이는 유리에의 외모에, 종종 표현되는 불룩한 볼테기의 모습은, 피★츄 같은 듣보잡 꺼져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들릴 정도이다.

 

깨물어주고 싶은 볼테기

 

그림체, 배경, 이야기, 캐릭터. 어느 면을 보아도 이 작품은 치유계로서의 요건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다만 애니메이션이 애매하게도 16편만에 끝났다던가, 후반부에 가면 약간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던가 하는 이상한 점이 눈에 살짝 띄인다는 점이 얼마 안되는 단점이기는 하다.

언급하지 않기는 했지만, 수수한듯 보여도 엄청난 공을 들인 느낌이 보이는 작화라던가, 분위기에 매우 적절한 OST등은 이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주고 있기에, 저런 단점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16편, 20분씩 320분, 6시간 정도를 투자하면 다 볼 수 있는 분량이다. 주말 뒹굴뒹굴 방구석을 긁기보다는, 이런 애니메이션을 감상하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카미츄 2 - 10점
베사메 무쵸 외 지음/학산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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