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4일 화요일

로토의 문장 - 전통과 왕도의 집합체

 

‘드래곤 퀘스트’ 단어는 게임의 제목을 말한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만든 전통 있는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는 현재까지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게이머들을 사로잡았고 20년이 지난 지금마저도 현재 진행형으로 사랑 받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 ‘드래곤 퀘스트’라는 단어는 단지 게임의 제목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거대한 세계관을 동시에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게임에서 등장하는 정형화되어 있는 마법들, 그리고 수많은 설정들은 여러 게임으로 리메이크 되었을 뿐더러 폭넓은 장르로 확장되어 적용되었고, 심지어는 스퀘어 에닉스와 관계없는 만화가나 소설가들에 의해 글과 그림으로 재탄생 되기도 했다. 그러한 트렌드가 물론 90년대 중반 정도 까지로 한정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 시대에는 하나의 코드로서 공감되는 ‘장르’로 구분될 수준이었다.

로토의 문장은 바로 그 드래곤 퀘스트의 세계관이 적용된 만화이다. 소재고갈이 시작되는 시대인 90년대 초반으로서는 마지막 끈을 잡는 느낌으로 나온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정형화된 왕도라고 부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대거 집합되어 있다.

 

 

로토의 문장. 이제보니 애장판이 출간중이었다.

 

로토의 문장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면이 있다. 한 왕국에 왕자가 태어난다. 용사의 피를 이어받은 그는 마왕의 음모로 악의 이름을 부여 받을 위기에 처하지만, 왕비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다행히 성스러운 이름을 받아 왕국에서 탈출하게 된다. 그리고 수련 끝에 다시 용사가 되어 세 명의 동료와 함께 마왕을 무찌르는 이야기. 하지만 이 속에는 이와 같은 에픽라인의 이야기로서 가질 수 있는 다양한 구성들이 함께하고 있다.

또 다른 용사의 자손이 주인공 대신 사악한 이름을 받고 악의 편이 되었다가 종래에는 주인공의 동료가 된다는 설정이나, 고대의 초과학문명에 의해 태어난 마왕에 대한 설정, 주위의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싸움에 나서는 용사와 결국은 그들을 따라 전투에 나서는 사람들, 아군의 몸을 인질로 삼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마왕, 마왕의 족속이라 생각했던 자가 사실은 정의의 편 등등 너무 많이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야말로 용사이야기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집결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착하구나 알스.

 

이러한 요소들은 전통적, 정석적인 감동을 가져온다.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 만들어지는 인연과 그 인연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모험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더욱 깊은 인연. 그런 것에서 만들어지는 감동은 사람의 눈물을 쉽게 끌어낸다. 물론 이 만화가 그런 면에서 강한 편은 아니다. 실제로 이 만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일은 많이 않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의 만화들은 그런 면에서 더욱 전문화(라는 말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되어 있어 굳이 옛날 만화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얻어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가치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이 만화가 다루는 이야기들의 광범위함에 있다.

만일 당신이 이야기를 만드는 스크립터나 소설가라면 이 만화는 공부가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다양성은 인정할 만 하다.

 

 

요런 장면 어느 판타지나 다 있다.

 

그림체로서 이 만화를 논한다면 사실 그렇게 할 말이 많지는 않다. 드래곤퀘스트를 소재로 하는 만화들은 타이의 대모험 같은 작품을 포함해서 대부분 어느 정도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체들은 공교롭게도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 볼)와 접점이 있다. 사실 이 이유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는데, 원작 게임 등에서 토리야마 아키라의 일러스트가 만들어진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사실 정말 잘 모른다. 이 부분에 대한 지식이 있으시면 댓글을 부탁드린다.) 어쨌든 로토의 문장 또한 그런 트렌드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어 가벼운 느낌은 들지만 토리야마 아키라식의 인물묘사가 종종 눈에 띈다. 좋은 점수를 줄 요소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나쁘게 평할 수준은 아닌 정도이다.

 

 

이쯤되면 90%정도 거의 드래곤볼이다.

 

포스팅하면서 이렇게 힘든 적이 없었다. 로토의 문장은 상당히 재미있는 만화이고, 전통적인 만화라는 점은 얼마든지 추천할 요소이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어필할 부분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토의 문장을 소개하는 것은 이 만화가 당시의 시대상, 특히 만화의 유행을 잘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군은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타이의 대모험과 세대교체가 되기 전까지 적어도 이 작품군의 최고의 작품은 로토의 문장이 맞다.

여러분이 만화에 대해서 지식이 있다고 자부한다면, 이 만화를 넘어가서야 안될 일이다.

 

※절판되었다고 생각해서 안 넣을까 생각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했는데, 애장판이 나오고 있군요.

드래곤 퀘스트 로토의 문장 11 - 10점
가와마타 치아키 지음/학산문화사(만화)

댓글 2개:

  1. 이거 재밌게 봤었지요. 타이의 대모험이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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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5/04 14:08
    재미있습니다! 너무 정석이라 뒤가 뻔히 보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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