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8일 토요일

늑대와 향신료 - 새로운 시도, 경제 판타지를 그리다.

 

우리나라는 판타지라고 하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판타지 치고 마법을 쓰지 않는 작품은 없다고 봐도 좋고, 정령, 엘프, 드워프, 드래곤, 신족, 마족, 이중 몇 가지가 등장하지 않는 작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의 이런 장르문학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퀄리티 저하에는 여러 가지 여건의 어려움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포스팅 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그에 비해 일본의 판타지는 정형화된 설정이라는 게 많지 않다. 물론 드래곤이니 마법이니 하는 건, 많은 작품에서 등장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설정을 가져다 베낀듯한 (그나마 베낀 것도 제대로 베끼지도 못한 듯한) 판에 박힌 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작품마다 특징과 개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눈에 잘 띄는 형태로 드러나있다.

늑대와 향신료라는 라이트 노벨은 이런 특징을 잘 가짐과 동시에 독특한 소재를 전면에 배치하여 독자를 사로잡았고, 그 결과 또한 눈에 보이는 형태로 드러났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늑대와 향신료, 전격 소설대상 은상에 빛나는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늑대와 향신료.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쓸쓸한 느낌은 단지 느낌만이 아니다.

짐마차와 상품, 그리고 돈만이 자신의 친구였던 행상인 로렌스. 그는 수확제가 한창인 마을에 들러 좋은 가격에 보리를 사들인다. 하룻밤 마을에서 신세 진 그의 옆에 있었던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 그녀는 바로 그 마을의 풍년을 가져다 준다는 늑대의 화신인 호로였다. 로렌스는 이제 마을을 떠난다는 호로와 함께 이곳저곳을 떠돌며 함께 장사를 한다. 때로는 매점매석이나 화폐가치를 좌우하는 위험한 거래도 마다하지 않으며 세상을 떠도는 그들이, 판타지 세계에서의 경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 한장의 그림이 이 애니메이션의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뭐 스토리야 길게 늘일 필요가 없을 만큼 명료하다. 이 작품에서는 경제 판타지를 표방하며 일반적인 판타지와는 궤를 달리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하는 화폐의 가치가 경제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그것을 통해 돈을 벌거나 노리며, 그것을 빌미로 목숨이 오가는 모습.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사회의 한 단면일지도 모른다. 이 작품에서는 단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가 아닌, 경제가 사회와 사람에게 끼치는 면면을 심도 있게 다루면서,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잔혹하게 판타지라는 배경에서의 경제적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잔혹한 것은 사람 그리고 현실이다.

사실 이 애니는,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모습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작화는 2~3편만 가도 붕괴하기 시작하고, 연출력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성우는 다수의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했던 후쿠야마 쥰과 코시미즈 아미가 맡고 있어 괜찮은 편이지만, 좋은 설정과 좋은 스토리가 애니메이션화 되면서 상당히 깎여나간 느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원래 라이트 노벨이 가지고 있던 반전과 심도 있는 소재만큼은 잘 가지고 있다. 아쉬운 면이 있는 연출이나 작화는 2기로 진행되면서 어느 정도 모습을 찾아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로렌스와 호로의 미묘한 감정이라던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다양한 복선과 암시는 잘 유지하고자 노력한 모습이 드러난다.

소설을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충분히 작품을 느낄만한 통로가 되어주는 것이다.

 

어떤 것이 반전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매우 좋다고 말하기에는 약간 부족함이 없지 않은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가치 있는 것은, 소재가 고갈되어 가는 장르 컨텐츠에 있어서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과, 그러한 시도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설정, 그리고 이야기들은 우리네 경제사회와도 많은 부분 연관이 되어있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 애니메이션을 볼 가치는 여러 가지로 충분하리라고 생각한다.

늑대와 향신료 12 - 10점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학산문화사(단행본)

댓글 6개:

  1. @자쿠투 - 2010/05/08 17:21
    분위기를 보아하니 나올것도 같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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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S용 늑대와 향신료도 1 2도 나름 스토리 잼나게 할만하더군요

    호로랑 러브스토리엔딩을... -.-;;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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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자쿠투 - 2010/05/08 23:07
    어잌후 제가 미처 게임으로도 나왔는지는 몰랐군요... 기회가 되면 한번 해봐야겠는데요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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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름 잼있습니다. 마차 끌고 이 마을 저마을 댕기면서 장사질하는게 ^^;

    마을마다 특산물 못외어서 노트에 적어댕기면서 보면서 팔로댕겼죠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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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자쿠투 - 2010/05/10 14:45
    지상판 대항해시대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상당히 해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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