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0일 화요일

왕적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명작인가 실패작인가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의 특징을 꼽으면 다음과 같다.

1. 지독할 정도의 야리코미(やり込み : 게임에 집중할 요소, 적당한 우리말을 잘 모르겠습니다.)

2. 스토리를 저해하는것 아닌가 할정도의 H신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게임성

*. 굵은 속눈썹과 뾰족한 눈꼬리!?(이건 여담입니다 ^^; 남국도미니온은 그림체가 다르더군요)

 

여기서 장르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 다르니까.

둥드 이전에 나왔던 (얼마전에 소개한) Level Justice부터 하나씩 장르를 살펴보면...

 

게임 참 다양하다. 저게 다 완전히 장르파괴성 게임들이다.

 

Level Justice : 일단은 시뮬레이션인것 같은데, 비슷한 게임이 없다. 대충은 점령 시뮬레이션과 제일 유사하다.

둥지짓는 드래곤 : 역시 비슷한게 없다. 굳이 따지면 디펜스류 게임과 비슷하지만 요소가 다양해서 구분이 무의미 하다.

남국 도미니온 : 무인도 탈출 시뮬레이션(제일 무난하게 분류가 가능하다)

댄싱 크레이지 : 이것도 장르 구분이 힘들다. 제일 비슷한건 그나마 레벨 져스티스인데, 그것도 좀 많이 다르다. 굳이 따지면 시뮬레이션인것 같다.

그린스발의 숲속 : 학교 경영 시뮬레이션. 이 게임은 다른 요소가 별로 없는 편이라 좀 낫다.

위자드 클라이머 : 제일 비슷한 게임으로 프린세스 메이커를 꼽을수 있지만, 다른 요소가 좀 많다. 육성시뮬레이션.

대조난 : 남국 도미니온과 비슷하지만 이것 역시 건설이나 야리코미류가 늘어난 이른바 행성 탈출 시뮬레이션이다.

시노비류 : 땅따먹기 시뮬레이션과 비슷하지만, 점령 대상이 다르다. 닌자집단 운영 시뮬레이션

 

뭐하나 비슷한 게임이 흔치 않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있음에도 하나하나의 게임에 (어느정도 편차는 있지만)게임성만큼은 혀를 내두를 만큼 좋다. 그렇기 때문에 야겜 좋아하는 사람은 이 제작사를 좋아하는것이 아닐까?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저 시류를 잘 따라가고 있으면서, 저기 이야기한 장르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장르의 게임. 왕적(王賊)이다.

 

오오조쿠! 그림에 딴지걸지 말아주길 바란다. 원래 포스터가 저모양임.

 

왕적은 무려 SRPG게임이다. SRPG. 일반적으로 턴제 시뮬레이션 RPG를 말하는 그 장르말이다. 비슷한 게임의 대표작으로는 파이어 엠블렘, 파랜드 스토리, 유사한 장르로 창세기전 시리즈, 샤이닝포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걸출한 작품들이 속해있는 장르다.

하지만 역시 이곳에도 장르파괴의 요소는 들어있는데, 턴마다 움직이는 요소가 단지 전투중에 유닛을 움직이는 것 말고도 다른 목적의 페이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둘다 SRPG의 모습이지만, 왼쪽에서 한 지역에 만나야만 오른쪽의 전투가 시작된다.

 

전쟁이 시작되면 지역 전체를 보여주는 간략한 맵이 나타난다. 이 맵에서는 모든 군대를 통틀어서 움직일 수 있는 횟수의 제한이 있고, 제한된 횟수 이내에 적절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전투를 대비한 장소에서 군을 집결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게 준비된 장소에 적과 아군이 동시에 위치하면 전투가 시작되고 새로운 페이즈의 전투가 시작된다. 전투에서는 전쟁맵에서 여러가지 요소가 영향을 끼친 포지션으로 적과 아군이 포진하게 되고, 이 상태에서 각자의 민첩성과 몇가지 요소가 결부된 순서로 턴이 돌아온다. 모든 유닛이 각 5회씩 행동하거나 한쪽이 전멸하면 전투 페이즈가 종료되고 다시 전쟁페이즈로 넘어간다.

이런 소규모의 전쟁이 한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기억하기로는 대충) 30여회의 전쟁이 플레이타임동안 진행된다.

 

은하영웅전설. 이거한다고 밤 얼마나 샜는지... 나중에 꼼수가 있는걸 알고 멧돌손잡이 상실.

 

이런 구성은 굳이 비슷한 게임을 따지자면 은하영웅전설3 SP, 4 EX와 비슷하다. 전략페이즈에서 적절한 군대의 위치를 정하고 적과의 조우를 통해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을 생각했을때 말이다.

 

요정도만 이야기해도 게임성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SRPG의 제일 중요한 게임성이라고 한다면, 전투와 전투사이의 호흡을 잘 조율하는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말하자면 속도 조절이라고 할까? 게임 진행중에 수없이 일어나는 전투에서 상대를 타격하는 순간, 이펙트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짧으면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된다. 명작 SRPG를 보면 이 부분을 매우 섬세하게 조절했다는 점을 느낄수 있다.

타격감이 강하다면 전투의 호흡을 늦춰 통쾌함을 주고, 타격감이 작다면 순식간에 전투가 진행되어 속도감을 만든다. 보통의 경우는 두가지의 모드를 선택할수 있다. 그런 점을 가장 잘 표현한 게임이라고 한다면 단연 슈퍼로봇대전을 꼽을 수 있겠다. 애니메이션 원작의 로봇들에게 강한 타격감을 표현하기 위해 엄청나게 긴 이펙트 연출을 보여주지만, 그 호흡이 지겨워지면 언제든 툭, 쾅!의 이펙트로 돌아갈 수 있다.

 

샤이닝핑거 한방이면 라면 한그릇은 문제없다. 다른 의미로...

 

왕적은 긴 이펙트따위는 없다. 짧지만 인상적인 전투 이펙트로 충분한 타격감을 주면서 제한된 턴이라는 요소로 속도감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빠른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전쟁페이즈에는 얼마든지 쓰러뜨릴 적이 전략적으로 퍼져 있으므로 빠르다는 사실을 느낄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SRPG로서의 게임성은 충분히 살렸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호흡 말고도 SRPG의 다른 요소가 있다고 하는 당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것이 7~80%는 먹고 들어간다고 본다. 나머지는 게임상의 설정, 세계관, 각종 포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스트의 제목에서는 실패를 언급했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적으로 이 게임은 실패라고 말하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무엇보다 야리코미가 너무 적다.

 

게임은 위에서 말했듯 2~30개의 전쟁을 치르면 끝이 난다. 소프트하우스 캬라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수 있는 전승은 이 게임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SRPG의 스토리를 다 봤는데 멀티엔딩도 아닌 이 게임을 뭐하러 다시 하겠는가? 물론 야겜의 궁극적인 목표인 100%를 달성하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분들을 위한 배려, 전승 시스템 자체가 매우 약하다. 클리어했던게 한참 전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전승되는 데이터가 거의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확실치 않은데, 기억나는 부분은 다시 시작했다가 아오 뭐야 하고 껐던 것 뿐이다)

 

이것은 오래도록 게임을 즐기는 데에 크나큰 장애요소로 부각된다.

단적인 예로 일반적으로 게임을 충분히 즐길만한 플레이타임을 살펴보면...

 

레벨 져스티스 : 약 50시간(1주차 클리어야 약 3~40시간, 이후는 취향따라 한두번 더 깬다고 했을때)

둥지짓는 드래곤 : 100시간 이상(이거 빠지면 끝없음. 난 100%클리어 해놓고도 또 플레이했음)

남국 도미니온 : 약 30시간(클리어타임은 짧지만 그만큼 엔딩이 다양해서 3~4개는 보게 된다)

댄싱 크레이지 : 노코멘트(클리어해본적이 없음, 플레이해본 예상으로는 50시간 내외가 아닐까 추측한다)

그린스발의 숲속 : 약 100시간(1회차가 약 30시간은 될듯, 게임이 재미없어서 오래 못하더라도 3~4번은 재도전 하게 된다)

위자드 클라이머 : 약 200시간(오마케의 궁극의 탑을 깨려면 이정도는 해야지.... 100%는 의미없다)

대조난 : 50시간 이상(한번 클리어도 어렵지만 게임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몇주를 할지는 예상할수 없음)

시노비류 : 100시간 이상(내가 2주차 하다 다른거 하느라 못잡고 있는것 뿐, 계속 하라그러면 얼마든지 할수 있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리라. 하지만 대충 게임간의 비율은 위와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장르 호불호에 따라서 다를수 있겠지만 그부분은 일단 개인적인 견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왕적은 어느정도냐고 한다면,

단 30시간. 그이상은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1회차 클리어만 30시간이면 충분히 떡을 치고도 남는다. 현재 소개를 위해서 다시 플레이중인데, 2주간 주말에만 했으니 20시간정도 했다고 할수 있다. 그것도 반복 가능 맵을 기억에 30번정도는 들락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10시간이면 스토리는 종료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리고는? 다시 할 이유가 없다!

 

물론, 게임이 재미있으니 상관 없는거 아니냐고 말할 사람들 많다. 그건 '게임'이니까 그렇게 말할수 있는 것이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으로서는 실격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야리코미가 없는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은 이미 그 가치를 많은 부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약간 억지를 쓴 면이 없지 않은것 같아서 조심스러운 감이 있다.

강조하지만, 게임으로서의 왕적은 대단한 완성도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소프트 하우스 캬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점이라고 말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이 게임은 높게 평가할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격이라는 자극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소프트하우스 캬라에 너무 길들여저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그런것에 익숙해져버린 내가 이자리에 있는 것을.

 

잡설은 그만두고, 그저 게임이 좋아서, 재미있는 게임을 즐기고 싶어서 라는 이유로 현재의 게임 고갈상태를 통탄하는 분들에게는 이 게임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왕적은 그 게임성 만으로 둥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소프트 하우스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SRPG 장르에서 만으로도 그 다양한 게임 요소로 충분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픽이 게임의 재미다 라고 말하는 뭣모르는 철부지들에게 진정한 게임의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 이런 게임을 해보게 해는 것은 어떨까!?

댓글 7개:

  1. 일단 세계관 거의 전체가 연결되어있는것과 또, 주인공이 게임상에서는 헤타레(멍청이, 바보,덜렁이)등으로 묘사되는데 실제 설정상으로는 대단한 녀석이라는거죠.

    예로드신 게임중에 제가 해본 게임 주인공을 열거 해보면

    닥터헬나이트(레벨 저스티스):H로 괴인 만들어내는 괴물에 혼자서 조직을 경영한다고 생각될정도

    대조난:전설적인 파일럿.

    그린스발:오오 교장

    위자드 클라이머:H씬 하면 상대를 강하게 해줘요!

    시노비류:님 몸으로 여성 닌자 꼬신다면서요?

    왕적:음... 그나마 얘가 제일 약한네요

    둥드:주인공 무지하게 약하게 묘사되지만 남자 용이 여자용에 비해서 설정상에서 약한거지. 실제로는 거의 모든 드래곤들의 혼혈이기떄문에 그렇게 많이 약하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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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3/30 01:28
    캬라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중의 하나가, 주인공이 육체적으로는 그닥... 이라는 점이죠. 둥드의 경우도 여자용에 비해서 뿐 아니라 용중에서는 최하중의 최하급이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사실 설정이고 다 집어치우더라도, 용사 한명만 방에 들어오면 브래드는 그대로 사망했던걸 생각하면....(먼산을 볼 뿐입니다)

    하지만 이여자 저여자 다 찝적거리고 다니는거에 비해서는 그나마 꽤 착하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하죠. 앞에도 말했듯 작품성을 저해할듯이 그렇게 붕가질을 하지만... 의외로 '자신의' 여자에게는 굉장히 따뜻한 면을 다들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특징을 구하자면 끝이없지만...

    결론은 재미있다는 겁니다! 재미있으면 장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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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왕적은 야리코미의 요소가 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패작이라고 치부받을정도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게임적인 요소도 괜찮았고. 난이도가 쉽다고 하는데, 오히려 1회차 2회차정도만 즐기는 유저라면 오히려 왕적이 괜찮았죠. 캐릭터간의 개성도 뚜렷했구요. 전 오히려 남국 도미니온이 쓰레기다.에 한표 주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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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전율의신 - 2010/03/30 21:53
    실패작이라는 말은 글 밑에도 쓰여있듯 그냥 반장난으로 한 말이구요. 사실 재미있으면 장땡인게 이 바닥이죠(웃음).



    남국 도미니온은 아마도 소프트하우스 캬라에서 조차 흑역사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조난이라는 작품을 굳이 만들 이유가 없었던것 같아요.



    그 엄청난 실패를 딛고 만들어진 대조난은 꽤나 재미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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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왕적이..30시간..?
    난 .. 뭘 한거지.. 너무 어렵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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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두 왕적 1회차 깨는 것만으로 진이다빠져서 2회차포기.... 댄싱 크레이지는 비교적 엔딩을 금방봐서 2회까지 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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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캬라 작품으로써는 실패라는데 동의합니다
    야리코미성이 너무 없어요
    그런데, 그냥 게임 자체만 놓고보면 이게 또 물건이라 깔래야 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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