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천체전사 선레드

특촬물이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인지도가 없는 장르이지만, 일본에서는 현재에도 나이에 관계없이 매우 인기있는 장르중의 하나다.

우리에게 특촬물이라고 하면 어렸을적 어렴풋이 기억나는 전대물은 후레쉬맨 정도, 히어로물은 울트라맨정도가 전부라고 할수 있고 조금 관심있는 사람이나 두세가지 작품을 더 봤을 정도로 다양성은 거의 없다고 할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레드(!)만 모아도 포스터 한장 가득일만큼 다양하고, 전대가 아닌 작품들은 그 수배는 더 많다.

레드만 모아도 1개 중대급

 

그런 배경이 있는 일본이기 때문에 이런 애니가 나올 수 있는건가보다.

이번에 소개할 애니메이션은 천체전사 선레드. 전대물 부조리개그다.

 

특촬물의 흐름이란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모종의 이유로 히어로가 된 주인공이 악의 무리가 내세우는 괴인들을 하나씩 무찌르고 조직을 괴멸시키는 것.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플롯의 모든것에 의문을 품는다.

히어로는 하나뿐인가? 히어로가 왜 히어로인가? 히어로는 정말 히어로인가? 악의 무리는 정말로 악인가? 조직은 하나뿐인가?

반바지에 헬멧만 덜렁쓴 히어로와 두들겨 맞고 정좌하는 악의 무리.

누가 악이고 누가 영웅인가?

 

하나하나의 요소를 비꼬아 웃음으로 이끄는 이 작품은 과거 세토의 신부, 갤럭시 앤젤룬 등을 감독한 키시 세이지의 연출력이 은은히 드러난다.

 

동내 양아치와 깻잎 한장 차이인 히어로와, 마을 주민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는 악의 무리가 모두 주인공인 이 작품에서는 그들의 대결만이 아닌 그들의 삶 자체를 바라보면서 특촬물의 뒷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다.

그러면서도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단막극들은 그렇지 않아도 지루할일 없는 이 애니메이션에 맛을 풍부하게 해주고 있어, 고작 13분의 짧은 길이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단막극 고돔과 소도라. 내용은 없지만 웃기다.

 

하지만 특촬물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개그코드들도 있고, 일본 만담식의 코미디도 끼어있어 실제로 이 애니메이션이 의도하는 웃음을 모두 얻어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가 재미있는 것은, 히어로나 악의 조직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선입견을 속시원하게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의 선레드. 이때보다는 많이 착해졌다.

 

악의 조직의 간부인 뱀프 장군은 '주부의 카리스마'라는 이명이 있을만큼 생활에 충실하고, 양아치 히어로는 여자친구를(동거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졸라 파칭코 자금을 얻는다.

히어로의 여자친구인 카요코는 뱀프 장군에게 요리를 배우고 뱀프 장군은 히어로인 선레드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물론 말살하겠다고 항상 말하지만)

공주가 사실은 말괄량이라던가, 도둑이 사실은 의적이다 등에서 발전한 이러한 소재는 오래도록 내려오면서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요즘의 애니들은 성장이나 감동에 집착하여 무거운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천체전사 선레드는 엔터테인먼트로 고유의 본질로 돌아와 가벼운 마음으로 웃을수 있는 단순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몇 안되는 애니중의 하나다.

물론 소년만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감동을 받는것도 좋지만, 가벼운 웃음으로 돌아와 기분전환을 하기에 이 애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2개:

  1. 랄까 사족이지만 이 애니의 성우분들은 실제로 지역 개그맨들이 했죠. 그런데도 어색하지 않은게 참. 대단하달까요. 보통 이런류의 애니는 일반적 상식을 깨는데서, 재미를 찾는 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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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게다가 DVD판에는 지역야구팀의 마스코트가 괴인으로 나와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도 했지요. 2기의 엔딩에서는 지역 공무원들이나 기업체의 직원들이 나와서 엔딩을 부르기도 하구요.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애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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