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9일 금요일

야겜, 미연시, 갸루게, 비쇼죠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본 18禁게임들은 보통 야겜이나 미연시 등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도 흔한 커뮤니티에서는 갸루게, 혹은 비쇼죠게라고 하고, 그 자체의 장르를 구분하면서 나키게, 로죠쿠게등 다양한 단어로 표현하고는 한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언어라는것은 그 표기의 형태와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의미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 뜻을 표현하기 때문에, 단어를 사용하는데에는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정보를 정확히 담기 위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 뭐라고 부르는지는 사실 우리 알바 아니니까, 우리나라에서 쓰는 단어들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야겜 - 미연시


두가지 단어는 어감부터가 매우 다르다.

야겜은 말그대로 야한게임의 준말, 미연시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의 준말로 그 어원부터 게임에 대한 표현의 여러가지 의도가 담겨져 있고, 또한 사용하는 사람도 비슷한 의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직관적으로 야겜이라는 말이 더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표현이 담긴 게임'이라는 뜻이 강하다는것을 알수 있는 것이다.


남이 쓰는 말이야 알바없다지만, 그래도 일단 짚고 넘어가는 선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일본에서 쓰는 갸루게라는 말은 girl game이라는 단어를 일본식으로 읽은 ギャルゲ-ム에서 축약된 단어다.(그 외의 단어는 그리 흔히 쓰이지는 않는 편이다.)

여자애게임. 말그대로 여자애가 나오는 게임이라는 뜻으로, 미연시보다는 야겜이라는 표현에 더 가깝지만, 기본적으로 어원 자체에서는 '야한 게임' 이라는 뜻 자체는 담겨져 있지 않다.

이러한 점은 일본이 성문화에 매우 개방적이라는 면을 고려해보면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앞에서 언급한 야겜-미연시 두가지 단어로 돌아와 보겠다.

단어의 의미로서 야겜은 말그대로 야한 게임이지만 미연시라는 단어가 야한 게임이라는 장르를 모두 포괄하고 있느냐고 한다면 썩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말의 약어로서 미연시라는 단어는 장르의 제한이 주어진다.


연애 시뮬레이션 아니면 어쩔껀대!?


이를테면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위자드 클라이머(육성시뮬레이션 - 프린세스메이커와 거의 동일)라던가 대조난, 남국 도미니온(둘다 탈출 시뮬레이션 - 무인도 이야기 같은것들)라던가, 혹은 앨리스 소프트의 전국란스(턴제 전략시뮬레이션 - 신장의 야망 야겜버전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쉽다)같은 게임들은 공공연히 미.연.시. 라고 불러도 되는걸까? 엄연히 연애가 주 스토리가 아닌데도?(물론 연애가 없지는 않다. 결국은 여자랑 붕가를 하니까. 그게 연애라고 할수 없다고 말하면 할말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야겜이라는 말을 공히 사용하자고 제안하기에는 약간 저항이 있다. 무엇보다 야겜은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게임'이라는 뜻이 강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불법적이고 음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실 불법적이고 음성적이기는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비슷한 논쟁이 벌어진바가 있는 다른 분야의 단어를 살펴볼까 한다.(실은 크게 다른 분야는 아니지만)


레즈물, 백합.


이 두 단어는 같은 내용을 의미한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간단하게 소개를 하자면, 레즈물이라는 것은 두명의 여성으로 커플을 형성하여 애정스토리 혹은 애정씬(!)을 풀어내는 장르를 말한다. 백합이라는 것은 예전에 레즈물의 잡지 이름에 백합~~뭐시기 하는 시리즈가 있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백합이라는 말이 레즈물을 대변하는 단어로 자리매김하였다고 한다.(정보출처 : Everything of Ani Review - 네이버 카페) 사실 어원 자체는 두가지 모드 큰 의미는 없다. 동성연애라는것은 원래 사회에서 음성적인 현상으로 치부되는게 사실이었고, 그에 따라서 레즈라는 단어 자체도 음성적인 이미지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리고 그것을 백합이라는 말로 포장했을 뿐, 그 자체의 의미는 크게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두가지 단어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할수 있는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님이 보고계셔 라는 작품(이 작품이 발단인지는 알수 없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확실히 잘 알려졌다)으로 인해 백합이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논란이 등장했다.

후에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는 소개할 일이 있을것이라 생각하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중요한건 이 애니가 잔잔한 백합스토리라는 점.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레즈물과는 달리 '여자아이들간의 플라토닉한 애정'을 메인 소재로 들고와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플라토닉' 이 성질이 바로 논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아님이 보고계셔로 인해 '백합'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 수많은 라이트유저들은 마치 백합이라는 단어가 플라토닉의 대명사인양 이해하게 된다. 기존에 레즈라는 단어를 누구나 그렇듯 노골적인 표현이 포함된 장르로 이해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새로운 장르와 그 장르를 표현하는 단어를 접하고는 두가지에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것이다.

그로인해 백합=레즈 라는 전통적인 주장과 백합<->레즈 라는 새로운 주장이 상충되게 된 것이다.


(여기서 개인적인 의견을 적자면 후자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세상에 완전히 같은 말이 서로 다른 단어를 사용한다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이를테면 많이와 대단히라는 말은 같은 뜻이지만 그 용법이 다르듯이 말이다. 물론 저 예와 같지 않다고도 말할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백합을 플라토닉한 관계로 정의하고 말을 사용하는데에 있어서 '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특징을 들었을때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미연시와 야겜으로 돌아왔을때, 미연시와 야겜중 어느쪽을 쓰는게 '우아한가'를 따진다면 물론 미연시쪽이 좀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누가 내가 하는 게임이 '야겜'이라고 자신있게 공공연히 떠들수 있겠는가?

둘중에 하나를 떠들어야 한다고 하면 미연시를 말하는 편이 그나마 덜 쪽팔린다.


둘다 사실 쪽팔리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야겜이라는 말을 사용하길 권하고 싶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야하잖아.


불법이잖아.


덕후냄새 나잖아.


미연시게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미연시라고 말하는건 전혀 문제가 없다. 클라나드. 미소녀 나오지, 연애도 하지, 시뮬레이션이지. 흠잡을데 없는 단어선택이라고 말할수 있다.

하지만 장르가 확실히 있는 게임을 한번에 통틀어 말할때에도 미연시라는 단어를 쓰는건 글쎄...



간만에 포스트를 하는데 리뷰는 어디에 팔아먹었냐고 물어보신다면,


죄송합니다 장염이 왔습니다. 일주일동안 화장실 가느라 죽는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배가 꾸르륵거려요.


하지만 내가 장염이든 리뷰를 어디에 버리고 왔든, 이 내용만큼은 한번쯤 포스트를 하고 싶었다.

가끔 몇몇 '빠'들이 미연시와 야겜을 구분할줄 모르고(혹은 그 외의 다양한 업을 지니고) 이땅에 덕문화를 뿌리내리게 하신 어르신들을 욕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그들은 정신 없음, 개념 없음, 싸가지 없음의 삼무정신으로 무장하여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귀찮게 한다.


그렇다고 이 포스트가 여러사람(특히 삼무정신이 투철한 '빠'들)이 읽고 내가 생각하는 바른 용법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게임 하는 입장에서 내가 무슨 게임을 하는가에 대해 의심스러운 단어를 사용하는것 자체에 대해 한번쯤 의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마음에 이렇게 포스트를 마무리 한다.

댓글 2개:

  1. 사실 걸게임(뭐...이렇게 예를 들죠)의 미연시라는건 예전에 나우누리였나? 아니면 하이텔이었던가. 피시통신 시절에, 어느 분이 말씀하신게 전래 됐던걸로 기억합니다. 일본에서는 이 어원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야겜이든 미연시든 뭐, 거기서거기고 부르는 단어가지고 꼬투리 잡는건 글쎄...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하군요^^;

    "클라나드보고 야겜이라 하지마! 섹스씬이 안나오잖아"

    이러지만말이죠.

    뭐 일본식으로 따지면 갸루게니 뭐니 쓰여도 된다지만 딱히 단어가지고 싸우는건 괜히 진빼는걸로 보이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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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실 저도 전혀 의미없는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클라나드보고 야겜이라 하지마! 섹스씬이 안나오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나 좀 시끄럽다고 이야기하는거 뿐이죠 ^^;



    결국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마지막에 나와있듯,

    "너나 나나 같은 놈이니까 착한척 해봐야 소용없어"

    라는 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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