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1일 목요일

맵스 - 여신전사 MAPS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만화책이다.

만화책으로 시작하여 OVA까지 발매가 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번역본이 출간되었을뿐,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작품은, 당시의 만화들이 가지고 있던 특징과 유행이 잘 드러나는 견본과도 같다.

이러한 작품이 대중에(특히 우리 나라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것은 개인적으로는 통탄할 일이라 생각하여, 이렇게 소개를 하게 되었다.

솔직히 이 만화의 그림체는 그다지 잘그렸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사실 이 시기의 만화들은 대부분 그림체의 수려함 보다는 그림의 디테일이나 내용 그자체를 표현하는데에 더욱 주력하는 경향이 컸는데, 대표적인 것이 3X3아이즈 같은것이 있겠다.

 

만화는 서론이라는게 따로 없다고 느껴질 만큼, 처음부터 우주규모의 싸움으로 시작한다.

 

1권 첫번째 ACT가 이모양이다.

 

천사형태의 우주선이 나타나 주인공 켄을 납치하고 우주의 보물을 찾기 위해 켄의 몸에 숨겨진 지도를 찾으려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다른세력또한 켄을 노리고, 어찌어찌 우여곡절끝에 찾게된 보물이란 우주지도에 불과했다.

라고 시작을 해서 어처구니 없게 여기까지가 서론에 불과하다.

(사실 만화 전체의 스케일을 따지만 겨우 지구가 갈라지거나 하는 부분(!)은 서론에 지나지 않는것이 맞다. 이 만화는 우리 은하 전체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스케일이 거대한 만화지만, 그 거대한 스케일속에서 거시적인, 그리고 미시적인 세계관은 (그림체와는 다르게) 매우 디테일하게 짜여져 있다.

우주에서 만나는 여러 종족들은 각각의 개성과 특징이 잘 짜여져 있는것은 물론, 과학적으로도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는 설명이 담겨져 있다.

이를테면 우리같은 탄소 생명이 아닌 규소 생명체가 존재하고, 그러한 존재가 자연스러운 이유로 박해를 받는다는 설명 등은 과학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면이 존재한다.

설명이 이상하지만, 결론만 말하면 규소 생명체는 불쌍하다는 말.

 

또한 비메이더(Be Mader)라고 불리는 사이보그, 인조생명체들로 이루어진 집단이 나타나고 그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모습은 과학적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현실을 반영한 설정과 스토리가 드러난다.

 

이러한 세계관은 사실 당시의 시대상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데, 만화가 연재될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을 생각하면 공감이 간다.

당시 일본의 장르컨텐츠의 유행은 메카가 주도하고 있었다. 범람하는 로봇물,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같은 하이브리드. 그 중심에는 건담시리즈나 파이브스타스토리등의 광대하고 장렬한 세계관이 그 작품들을 탄탄하게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맵스 또한 이러한 세태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고, 그러한 성향과 설정의 디테일이 잘 녹아 있는 것이다.

 

당시의 세태를 반영한 요소는 더 있는데, 그것이 항상 좋은 방향인것은 아니다.

맨처음에 올린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이 만화는 국내에 18禁으로 들어왔다.

이유는 단순하다. 야하니까.

아니 이게 무슨소리야. 가슴 가리개가 고자라니!

 

뭐 특별히 붕가하겠다는 건 아니고, 심심하면 옷이 찢어지거나 맨살로 돌아다니거나 하는 정도인데, 당시 일본의 만화계는 여러가지 시대적 배경에 의해 흔히 차용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번역판에서는 이런 것을 열심히 가리기 위해서 열심히 먹칠을 했는데(다행히 여주인공을 비롯한 잘찢어지는 옷의 소유자들은 검은옷을 즐겨 입었다) 그것 때문에 웃지못할 장면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이 또한 당시 번역 만화들의 특징이라면 특징일수도 있을것이다.

 

 

이런 만화에서 빠지지 않는 스토리는 역시 소년만화적인 구성이고, 이 만화또한 그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캣치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소년만화의 구성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갈까 한다.

사실 이런저런 포스트에서 소년만화구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요전 사키를 소개할때도 잠깐 언급이 됐다. http://primaryc.textcube.com/3)

이것은 사실 많은 만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하나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몇가지 특징을 꼽자면,

1. 주인공은 점점 강해지거나, 영향력이 커진다.

2. 캐릭터들은 개성이 매우 강하다.

3. 스케일이 점점 커진다.

등이 있고, 더 있는것 같지만, 당장 생각이 나질 않으므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대표적인 만화는 드래곤볼, 블리치, 원피스 등이 있고, 이러한 구성은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시작된 전통있는 구성이기도 하다.

전설의 용사 십귀도 켄. 병신같지만 멋있다.

 

맵스 또한 이런 특징을 잘 가지고 있어서, 주인공은 평범한 고딩에서 우주해적, 우주 해결사를 거쳐 우주의 영웅이 되어간다.

이러한 구성이 다들 그러하듯, 나름 병맛나고(...) 나름 감동을 주면서 스토리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대학교시절에 동아리 동기였던(만화 동아리였다) 한 녀석은 이 만화가 왜 유명하지 않은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한적이 있다. 전형적인 소년만화고 총 17권 정도의 분량이면 인기가 없었던것도 아닐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것은 본인으로서도 꽤 의아하기는 하다.

다행히 이렇듯 소개할 기회가 생겼으니, 이 포스트를 본 분이라면 어떻게든 구해서 한번쯤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 1개:

  1. 뜬금없이 시작하는 첫장에서 당황하겠지만, 사실 이 만화는 이 이전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해적본 난립의 시대에 접한 만화중에 이 만화의 전반부(리프미라가 지구에 도착하고 남자주인공과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들부터 시작하며 이야기의 진행은 확실히 정식출간 된 1권의 부분과는 다릅니다. 보다 세밀하고 길었습니다) 정확한 정황은 모르지만, 아마도 초기 이야기 연재하던 출판사가 망하고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시작한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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