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4일 수요일

그루밍 업! - 말과 함께 키우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 알려지지 않은 명작들을 이야기하자!]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원래 홈그라운드가 러브코메디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러브코메디를 이제야 올리게 된다. 그나마도 만들어놓은 애니/러브코메쪽이 아니고 만들지도 않은 만화책란인게 약간 아쉽지만 뭐 일단 잇몸으로라도 씹는 느낌으로 소개를 할까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루밍 업! 이라는 작품이다. 말을 키우는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할수 있을만한 내용의 작품이다.

 

그루밍 업! 말목장집 둘째딸과 도시촌놈과의 만남.

 

사실 이 만화는 최근의 뭐시기 만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98년도에 국내에는 처음 발매되어 당시에나 잠깐 신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보기는 했었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잊혀진 만화이기도 하다.

그 이유중에 하나는 이 만화가 매우 잔잔하다는 점에 있을것이다. 특별히 어떤 위기상황이나 긴장감을 주는 면이 거의 없다. 아니 뭐 딱부러지게 말하자면, 방심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굳이 소개하는 것은 지루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향기가 느껴지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요즘 만화들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향기가 말이다.

 

한망아지 키우실레예!

 

도시촌놈 고등학생인 순페이는 혼자 훌쩍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무려 훗카이도에서 기름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시골짝이라는 곳이 그러하듯 주유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하염없이 오토바이를 끌다가 설상가상으로 눈밭에 넘어지게 된다. 나는 이제 죽는건가 따위의 실없는 상상을 하며 한숨을 쉬는 그때 망아지 한마리가 순페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말을 끌고 왔던 목장집딸내미 히비키에 의해 '나름'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뒤로는 뭐 이러쿵저러쿵하게 되어(나름 길다. 이 내용만 2~3권정도) 학교를 그만두고 와타라이목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순페이의 하베스트문목장라이프가 시작된다.

 

스토리 자체에는 그다지 대단할게 없다. 알바를 시작해서 사장님 딸과 친해진다는 설정은 솔직히 말해 진부하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말을 타는것도 아니고 키운다는 소재는 분명 흔하지 않다.

만화책에서 등장하는 와타라이 목장은, 경마용 말을 키우는 영세 목장으로 목장에서 배출하는 말이 경마를 뛸때마다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나 말들을 관리하고, 한마리한마리를 세심하게 키우며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키워보지 못한 사람은 겪지 못하는 신선함을 가져온다. 사실 이 만화의 재미요소는 바로 이런 곳에서 얻을 수 있다.

 

경마도 못보고 구석에 쪼그리는 와타라이 사장님

 

사실 이야기의 스토리라는 것, 혹은 플롯이라는 것은 그 유형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억하기로는 고작 십수가지의 플롯으로 현존하는 모든 문학이라는 것이 구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질이나 재미요소는 스토리의 형태나 유형보다는 바로 소재와 작가의 구성능력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적어도 이 만화는 소재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말을 키운다는 설정은 (물론 내가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았다고는 할수 없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사실로 비추어 흔치 않은 소재임이 틀림없으니까. 게다가 마치 작가 본인이 말을 키워본듯한,(아마도 취재를 통해 익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감 있는 목장의 운영은 은근히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대단한것은 없지만 이 만화의 재미요소를 한가지 더 꼽자면, 잔잔히 흐르는 스토리속에서 소소히 발견되는 작은 개그들이다. 맹렬히 존재감을 어필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작품속의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이벤트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조금씩 녹아내리게 한다. 모 만화처럼 억지웃음을 주거나 부조리개그로 빵터지거나 하는건 전혀 아니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재미들은 은근한 매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솔직히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서비스컷이라면 서비스컷인걸까?

 

소재라는 것은 앞에도 언급했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소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좋은 소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이 만화는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매우 좋다. 그 소재를 살리는 방법도 상당히 좋았다. 내용자체가 큰 기복이 없어 지루함을 주는 작은 단점이 있지만 그것 또한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시기를 잘못 잡아(98년이다. 이때는 소년만화가 많이 출간되고 있었다)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한명이라도 더 이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음미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댓글 3개:

  1. 그림체가 참 정겹네요 ㅋㅋ 아무래도 한번 봐야겠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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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전율의신 - 2010/03/24 18:44
    아마 약간 오래된 책방이나 책 보유량이 많은곳을 가야 있을것 같아요. 98년 출간인데다 당시 인기가 별로여서 없는 책방이 많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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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trackback from: 공상화실따스밈님의 믹시
    유우키 마사미의 만화.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작가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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