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2일 목요일

마호라바 -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러브코메디

 
러브코메디라고 한다면, 90년대 이후에 인기를 얻은 장르다. 예전의 들었던 모 네티즌의 말을 인용하자면, 병신 같은 남자주인공 주위에 여자들이 꼬여서 일어나는 막장이야기.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뭐 서비스 컷이 등장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한 명의 여성에게 한마음으로 유지되는 주인공이라던가, 여자는 많아도 결국 모두 각자 커플링이 잘 되어있는 이야기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쪽보다 푸른’(국내 제목 : 천생연분)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양쪽 다 포함되는 작품으로는 바로 이 작품. 마호라바를 꼽을 수 있겠다.
 
   
국내에는 완결까지 연재되지 않은것 같다.
 
마호라바는 2001년 즈음 연재가 시작된 작품으로, 지금으로 친다면 약간 시대가 뒤떨어진 만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브코미디라는 장르가 현재의 그런 ‘야하고 웃긴’ 장르로 정착되려고 하던 무렵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여전히 감동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중의 하나이기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가치를 논할 만 하다.
2006년 연재가 종료되어 약 5년간 12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어쩌면 정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이라거나 꿈을 좇는 주인공이 좋아 같은 소재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정석이라고 할 만큼 오랜 기간 검증되어온 소재인 만큼, 이 만화에서도 보통 내지 그 이상의 감동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추억과 꿈이라는 소재가 적어도 수 백년 동안 인간의 눈물을 뽑아낸 사실은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기억하지 못하는건 예의
 
이 만화는 나루타키장이라는 하숙집 비슷한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화풍으로 지어진 소담한 건물인 나루타키장은 히로인인 아오바 코즈에가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곳으로 수십년 이상 이어져 온 곳이다.
주인공인 시라토리 류우시는 그림책 작가를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생으로 얼굴도 이쁘장, 여자같은 성(시라토리는 백조의 일본어와 발음이 동일), 처녀자리 출생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청년으로 너무나도 먼 학교에 통학을 문제로 도쿄에 상경하게 된다. 어머니의 사촌이 운영한다는 하숙집(작품에서는 아파트로 표현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상 하숙집에 가깝다)에 소개를 받은 류우시는 그곳에서 코즈에를 만나고, 나루타키장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루타키장의 생활이 평화롭게 이어질 거라는 예상을 깨고 소란스러운 동거인들과 함께 코즈에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다중인격이라는 게 참 무섭다.
 
나루타키장에 사는 사람은 모두 7명으로, 관리인인 코즈에를 비롯하여 남자 2명과 여자 5명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느 러브코미디마냥 주인공에게 몰려다니는 짓은 잘 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명은 코즈에 한마음, 한명은 이미 남자친구 있음, 두명은 엄마와 딸이므로 남녀관계와 상관 없음 등, 친하게 지내는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최근의 러브코미디를 읊어보자면, 로자리오와 뱀파이어라던가, 카노콘, 투러브 트러블(toLoveる)같은 작품들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런 작품들과는 정말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이 마호라바라는 만화가 나루타키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러브코미디 특유의 싸구려틱한 느낌을 지워주는 것이다.
 
자신의 추억을 간직하는 캐릭터들. 모 만화처럼 주인공에게 들러붙지 않는 게 참 좋다.
 
사실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러브코미디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주는 내용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나마 러브코미디중에서는 감동의 코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러브코미디는 좋아하지만 봇물처럼 흘러 넘치는 최근의 러브코미디물 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는 쉬어가는 분위기로 한번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마호라바 Mahoraba 4 - 8점
코지마 아키라 지음/시공코믹스

2010년 4월 20일 화요일

오! 나의 여신님 - 러브코미디가 소년만화를 거쳐 치유계만화로

 

이전 포스팅에서 치유계와 점프계등의 장르 구분에 대해서 언급을 했었다. (애니메이션의 장르 구분은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라이트 노벨에 대해 언급했던 포스팅에서처럼(라이트 노벨의 공통점을 꼽아 본다면?) 결론적으로 장르 구분은 큰 의미도 없을 뿐더러, 심지어는 장르를 구분하는 자체가 힘든 만화도 많다.

오늘 소개할 만화는 그 중에서도 장르를 여러번 갈아탄 작품이다.

여신님이 소원을 들어주러 찾아온다는 소재로 현재까지 무려 22년, 권수로는 40여권이 나온 이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이다.

 

20년째 이어진 역사에 남을 작품

 

앞에서 말했듯 이 만화는 장르가 여러 번 바뀐다. 초창기에는 여신님이 같이 산다는 단순한 러브코미디로 시작했던 이 만화는 5권을 전후해서 공포의 대왕을 쓰러뜨리는 소년만화적 구성을 따라간다. 하지만 공포의 대왕 그까이꺼 쓰러뜨리고 나니까 이번에는 다시 러브코미디로 변신,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추가하면서 재미요소를 풍부하게 만들어 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다양한 설정과 신비감을 조성하면서 치유계의 분위기를 자아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뭐 거의 치유계가 다 되어 버린 상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장르는 바뀌었지만, 베르단디와 케이는 여전히 순애물의 주인공 마냥 순진하기 그지없고, 타력본원사는 평화에 가득 차 있다.

 

언제나 평화로운 타력본원사

 

이 만화는 그림체에도 역사가 있다. 작가인 후지시마 코스케는 데뷔 후 3번째 작품인 ‘체포하겠어!’를 시작으로 인기 작가 반열에 오르면서 1988년 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는데, 이 당시의 그림체는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지저분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 당시의 트렌드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이었는데, 눈동자라던가 체형같은 부분이 특히 그렇다.

이후 4권정도가 되면 머리카락 모양이 크게 바뀐다.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같은 머리카락에서 여신님 특유의 더듬이+가닥머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 7권정도가 되면 눈의 크기가 약간 작아지면서 안정에 접어든다. 여기서 15권 내외가 되면 선이 점점 엷어지고 그림체에 세련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25권 정도가 되면서 눈동자는 조금씩 커지고 턱선이 매끄러워지면서 현대적인 트렌드를 따라가기 시작하고, 이후 35권이 되면 눈의 크기로 보나 턱선, 체형을 보나 현대적인 느낌의 우아한 그림체가 되어간다.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에서 작가의 역사가 느껴진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20년이면 강산이 두번 바뀔 기간 아닌가!?

 

극적으로 변화하는 그림체. 머리카락, 눈동자, 얼굴선 등을 중점적으로 보자.

 

내용은 앞에도 말했듯 이리 튀다 저리 튀다 하지만, 됐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치유계의 느낌을 주기 시작하면서 부터인 20권 이후이다.

이 때부터 만화는 점점 삼천포로 빠지지만, 그에 반해 치유계로서의 느낌은 점점 강해진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은 점점 깔끔하게 확립되면서, 그 캐릭터의 깊은 감성을 꺼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때때로 소재가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신기한 소재가 너무 그리고 싶었는지는 몰라도 완전히 새로운 설정을 끌어들여(여신님이라는 이유로 다차원에 대해 관대하다) 신비감도 조성하고는 한다. 그렇게 한 단락 한 단락씩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은 순수히 치유계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사실 기획 자체가 러브코메디로 시작을 하기는 했지만, 당시의 그 장르는 코메디나 서비스 컷 양산형 장르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그 당시의 러브코메디는 오렌지로드 등의 작품들을 미루어 볼 때 현재의 치유계에 가까운 장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흐름에 트렌드가 바뀌어 치유계라는 장르가 확립되어가면서 이 만화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편입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머쉬너즈. 세계를 다른축에서 바라보았을때 발견할 수 있는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생명체 라고 한다.

 

작가는 이 만화에 여러가지로 애착이 많은 것 같다. 체포하지마! 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르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대표작은 바로 이 작품이다. 그런 부분이 작가의 애착을 만들었다고 본다면,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의외로 작가는 이 작품에 사심을 담아 그리는 경우가 많아 미소를 짓게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일본 위키피디아 언제나 그렇듯 자신 있는 사람만 확인하자) 그는 주위에서도 알아주는 바이크 매니아로, 주인공인 케이가 공대생으로 시작해 휠윈드에서 근무하는 과정이 바로 그의 이런 취미에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종종(아니 자주) 바이크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단행본에는 자신이 타는 사진을 실어 두기도 하는 등 취미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그런 내용도 절대 사심만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여러가지 요소와 소재들을 첨가하여 감성을 자극하는 구성으로 잘 포장한 단락들은 그의 바이크 사랑에 대한 거부감을 대부분 상쇄시켜준다.

 

쏟아져 나오는 신 캐릭터들. 이중에는 일회 캐릭터도 있고, 뒤에 계속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다.

 

만화가 25권정도에 이르면 새로운 캐릭터가 쏟아져 나온다. 여자아이형 안드로이드나 전투형 여신, 차원의 문 등 여러가지 소재가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쯤부터 만화가 지루해진다는 의견이 많은데,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불평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만화의 장르가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이 나타나는 분위기가 본인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기존의 러브코메디라는 장르는 당시 시작되는 러브코메디의 과격화에 따라 좀더 역동적인(이라고 쓰고 야한 이라고 읽는다) 스타일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를 기대하고 이 작품을 보던 분들이라면 오히려 잔잔하게 가라앉아가는(혹은 치유계로 변모해가는) 분위기에 당연히 실망감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작품이 가지는 브랜드감각에 대한 기대에 대한 배신감 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상을 역전해서, 이 만화는 원래 이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혹은 아예 새로운 만화를 보는 느낌으로 변화를 무시하면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충분히 부드럽고 아름답다.

 

6권 쯤에는 이렇게 액션도 등장하고 그랬드랬다.

 

뭐 좋다. 22년이나 된 만화책이다. 굴렁쇠 소년이 굴렁쇠를 굴리던 시절부터 시작되어 그 소년이 청년이 되어 1박 2일에 출연해 깜짝 인터뷰를 할 만큼 세월이 흘러버렸다.

기존의 느낌이니 새로운 변화니 다 무시하고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이 만화를 다시 한 번 손에 들어본다면, 여신님의 아름다움과 고요히 흐르는 감성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오! 나의 여신님 40 - 10점
후지시마 코스케 지음/대원씨아이(만화)

2010년 4월 18일 일요일

BUNNY BLACK - 소프트하우스 캬라 2010 여름 신작

항상 과거작품을 소개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프리뷰에 도전한다.

소프트하우스 캬라 라고 한다면, 다양한 장르의 야겜을 만드는 회사로 둥지짓는 드래곤을 필두로 하는 재미있는 게임들을 다수 발매해 온 명가라고 할 수 있다.

 

현재까지 출시되어 소개된 작품들

Level Justice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옛날옛날작품
(아직 소개를 못했지만 이 자리가 둥지짓는 드래곤)

(남국 도미니온은 안할꺼고, 이자리가 댄싱 크레이지)

그린스발의 숲속 - 그 숲에는 신기한 학교가 있었다.
왕적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명작인가 실패작인가
위자드 클라이머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정통 육성게임
대조난 - 조난의 스케일이 행성규모로!

忍流(시노비류)-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신작

바로 그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드디어 4월 13일, 2010년 여름에 발매할 신작 개발 소식을 발표하였다.

 

기다렸습니다!!!! 소프트하우스 캬라!!!

 

BUNNY BLACK이라는 단어는 찾아봐야 소용이 없었다. 고작해야 위키피디아에 옛날 레슬링 선수의 프로필이 등장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모양이다 보니 일단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일단 보류하기로 한다.

일단 제작사쪽에서는 스토리와 캐릭터 소개 페이지 만을 공개하고 있어서 그다지 전해 드릴 정보는 적다. 하지만 일단 대략으로라도 공개한 게임 전반에 대한 정보들을 간략하게라도 미리 이야기 해드리고자 이렇게 포스팅을 한다.


소프트하우스 캬라 - BUNNY BLACK 특설페이지

 

사실 거의 대부분의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들이 그렇듯, 도입부의 스토리는 뭐 볼장 다봐버렸다.

주인공은 용사비스무리한 흉내를 내던 난봉꾼. 마왕의 근거지라고 알려진 마왕의 숲 속에 있는 다수의 미궁을 돌파하여 마침내 마왕을 마주하지만 그자리에서 바로 패배, 부하로 들어간다.

지금껏 미궁을 공략하던 게임들에서 벗어나, 미궁을 공략하는 용사들을 덮치자!


라는게 스토리의 요약이다.


요런 그림에 저런 막장 스토리가 쓰여있었다. 왼쪽이 주인공인 다크스, 오른쪽은 마왕님

 

이정도만으로도 신기한 게임들에 대해,(특히 자신이 악당이 되는 스타일의 게임들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살살 입질이 오실것이다. 장르는 스토리에도 대충 언급이 되었듯, 3D 던전 RPG라는데, 오히려 내가 몬스터가 되라고 하니 뭔가 감이 잘 안온다. 앞에서 포스팅했듯이(던전 크루세이더즈2~영겁의낙토~) 던전 RPG라고 한다면 대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구성, 마을과 던전 왕복이라던가, 던전에서 이용할수 있는 몇가지의 능력이라던가 뭐 어찌됐든 정형화된 패턴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여지껏 던전의 악역이 되보라는 게임은 고작해야 던전키퍼 정도일까? 생각나는게 한가지 더 있지만 워낙 마이너한 게임이니 다들 모르실테고...

도저히 상상이 가지를 않는 것이 오히려 더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더불어서 공개된 사항이 바로 캐릭터 소개.

주인공의 이름은 다크스. 모험자였지만 마왕에게 당해 부하가 됐다. 원래는 유능한 모험가였지만, 마왕에 의해 부활했을때 어찌어찌하여 약해졌다. 원래 변태였고, 마왕의 부하가 된다음에 더 변태가 됐다.


이정도만 보아도 대략의 시스템이 눈에 보인다. 주인공은 플레이 하면서 강해질터이고 주차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질 모양이다. 어쩌면 몇몇 게임의 목표를 완수하면 마왕님께서 좀 능숙해졌다 어쩌고 하면서 전승치가 늘어날런지도 모르겠다.

아직 해본건 아니지만,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일반적인 게임스타일이니 뭐 그렇지 않겠는가!?


메인 히로인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두번째로 소개된 인물은 시아라는 여성이다.

원래 모험자였지만 마왕에게 당한후 다크스에게 넘겨진 그냥 봐도 꽤나 불운할것 같은 여성이다.

덧붙여서 이르길 다크스의 하인 비슷한 위치가 되어 불만이 있는 모양인데... 아마도 위자드 클라이머의 세리스마냥 좋건 싫건 붕가당하는 위치가 아닌가 싶다.


다음에 소개된 인물은 메릴. 원래 마족인 모양이다.

원래부터 마왕의 직할 부하였는데, 다크스에게 배속이 되었다. 하지만 원체 성격이 드세서 다크스가 잘 못다루는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드셀지는 몰라도 의외로 여기저기 세심히 걱정해주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군림하는 스타일이 아닌 보조역에 알맞은 스타일이라는데, 뭐 대충 주인공의 츤데레 비서쯤 되는 모양이다.


이 외에 마왕측의 간부인 에카테, 마왕님인 포제로테 정도의 캐릭터가 더 소개되어있지만, 강하다! 혹은 뭐 머리의 뿔이 챠밍포인트 정도의 단편적인 이야기밖에 없어서 더 쓸 말이 없다.


원화는 대조난부터 소프트하우스 캬라에 합류한 아카무라 카루(라고 읽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 紅村かる)로 대조난에서 볼수 있었던 특유의 둥글둥글한 눈동자와 얼굴선이 이번 작품에도 두드러진다. 또한 서브 원화가라는 명칭으로 그동안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佐々木珠流(이분은 도저히 못읽겠다... 사사키 뭐시기야 대체)도 이름을 올리고 있어 기대가 된다.


이 그림체가 다시 돌아오신다.


장르로 보나 소개로 보나 이 게임은 상당히 기대가 된다. 물론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가끔은 남국 도미니온같은 괴작을 내는 경우도 있지만, 위자드 클라이머 이후 숨을 가다듬는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이번 작품은 기대를 걸게 만든다.

여름. 정확치는 않지만 7월 중하반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여름방학은 이 게임에 바쳐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2010년 4월 17일 토요일

반드레드 - 2D, 3D 혼합 애니메이션의 선구자

 

일반 일본 애니메이션에 3D 그래픽을 도입하기 시작한 건 2000년을 전후해서이다. 그 이전의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이라 하여 수 천장의 그림을 단지 책넘기기 애니메이션처럼 타임라인에 맞춰 배치한 형식이 주류였고, 3D는 아직 초보적인 수준의 도입이 시도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강력해진 3D툴의 퍼포먼스와 늘어나는 3D 그래픽 인력의 증가에 힘입어 애니메이션에 3D그래픽을 도입하는 것에 긍정적인 제작사들이 늘어났고, 이 당시 신생에 가까운(사실은 설립은 오래됐는데 이렇다 할 대표작이 별로 없었다) 제작사 브랜드인 곤조는 이러한 시도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렇게 등장한 애니메이션이 바로 이 작품. 반드레드다.

 

반드레드 뾰로! 라고 주장하는 뾰로(좌) 주인공 히비키 토카이(우) 그리고 슈퍼 반드레드(중)

 

반드레드는 청의 6호등의 OVA의 성공 이후 곤조에서 거의 처음으로 시도하는 TV 애니메이션이었다.(이전에는 고작해야 게이트 키퍼즈 정도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메카닉의 우주 전투신은 완벽하게 3D로 모델링 되었으며, 이는 이후의 애니메이션에서 메카닉에 대한 3D모델링에 있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작품으로 만들었다.

한 쿨씩 2번의 방영을 통해 완결을 맺은 반드레드는 이후 OVA 태동편과 격투편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이후 설정과 구성, 캐릭터를 대폭 변경하여 2권 완결의 만화책을 냈지만, 담겨있는 내용에 비해서 순식간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어찌됐든,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줄 정도는 남을 이 작품을 소개해보도록 한다.

 

아아 망했어요…

 

남자와 여자가 어째서인지 전쟁을 벌이는 곳. 남자의 행성 타라크와 여자의 행성 메제르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오랜 기간 전쟁을 거듭해 왔다. 그들은 서로가 살아남기 위하여 상대방을 죽이면서 오랜 기간을 살아왔고, 이미 그것이 삶의 가장 큰 이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행성 타라크. 그곳은 엄격한 신분제도가 존재하는 곳이다. 유전자의 씨앗을 이용해 공장에서 인간을 만들어내는 그들은 제조과정에서 이미 신분이 정해진다. 주인공은 그 중에서도 최하위인 3등민. 히비키 토카이 라는 이름의 소년이다.

그는 남자들의 인간형 병기인 만형을 제작하는 기술자다. 자존심이 극도로 민감한 그는 자신이 표시해 놓은 부품이 조립된 만형을 동료들에게 가져오겠다며 큰소리를 치고는 신형 전함이 진수식을 벌이는 장소로 숨어든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함은 우주로 솟아오르고, 그곳에서 여자들의 습격을 받는다.

메제르의 소속이 아닌 여자들만의 해적집단인 그녀들은 남자들의 신형 전함인 ‘천둥’을 습격하여 탈취를 감행하고, 그 와중에 전투는 격하게 진행된다. 남자들은 전함 파괴급 미사일로 천둥을 포기하고 여자들과 함께 날려버리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폭발과 동시에 신비한 힘에 의해 전함 ‘천둥’과 함께 여자해적들은 멀고먼 우주의 저편으로 날아가버리게 되는데…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나는 새로운 적.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미지의 적! 이런 게 있어야 뭔가 불타오른다.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 이거 러브코메디구나… 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러브코메디스러운 장면이 상당히 등장하는 건 사실이지만, 특별히 노골적으로 야한장면이 등장하는 수준은 아니므로 이런 장르에 거부감을 가진 분도 일단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작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작화붕괴랄 부분이 없이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건 스미스 캣츠 등의 액션작품에 조예가 있는 모리 타케시의 작품답게 연출에도 문제가 없다.

메카닉은 턴A건담의 미야오 요시카즈로(솔직히 잘 모름) 콧수염이 없는건 다행… 은 농담이고 흠잡을때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2D 비쥬얼적으로는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며, 주목할 점은 이런 것이 아니라 바로 3D그래픽이라는 점이다.

 

러브코메디라고 미워하지 마세요.

 

반드레드라는 제목은 남자들의 인간형 병기인 만형(반가타 : 万形)과 여성들의 전투기인 드레드(Dread)의 합성어로 제목만 보아도 뭔가 합체할듯한 기세를 풍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합체하는 장면에 대해서 그다지 자세하게 등장하지 않는데, 개인적으로는 변신신으로 엄청난 프레임을 절약하는 여타 애니들에 빗대어 비판 받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어찌됐든 이런 부분을 포함하여 메카닉이 등장하는 모든 부분, 막말로 우주에서는 완전히 3D로 도배가 되어있다. 3D 그래픽을 이용한 메카닉은 무게감이 부족하다 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보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는지 모르겠다. 얼핏 단적으로 들으면 이 애니가 무게감이 부족한 그래픽이다 라는 부정적인 의견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말하자면, 무게감을 제외한 3D그래픽 메카닉에 대한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성단계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석하는 것이 이 당시의 시대상으로는 맞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에서의 3D그래픽 수준은 선구적이었으며, 그 때문에 이후 사람들이 곤조에 대해 실망할 때마다 이 작품을 종종 거론하고는 하는 것이다.(슬프게도 말이다.)

 

실제로 보면 매우 매끄럽고 깔끔한 그래픽이다.

 

이 작품은 단지 그래픽 뿐 아니라 의외로 여러가지 면으로 인간 내면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히비키 토카이라는 소년에게서 투영하는 청소년 및 젊은이들의 자아실현 부분은 가장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 외에도 남자와 여자라는 대명사로 대립되는 갈등이나, 인간의 희생정신과 도덕적 기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진다. 곤조에서 1년이 넘게 기획했다더니, 그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있는 작품인 것이다.

하지만 OST말고, 오프닝과 엔딩은 참 말하자면 할 말이 많다. 뭐, 가사는 상당히 좋은 편이긴 한데… 솔까말, 그렇게 노래가 좋지 않다. 1기 엔딩은 좀 괜찮았다. Himegoto라는 제목으로 끈적끈적한 목소리와 엔딩 동영상이 (원작하고는 별 상관 없을지 몰라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하지만 나머지는 뭐… 그림은 잘 연출했는데 노래는 영 파이다.

하지만 뭐 어떤가? 애니 보는 분들 매 편마다 오프닝 보는 분들 별로 없지 않은가? 넘기면 장땡이니 아무래도 좋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엔딩은 좀 괜찮다. 근데 실제 내용보다 조금 야하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은 눈, 귀, 감성이 동시에 자극되는 공감각적인 매체이다. 이중 한가지에만 치우치거나 한 두 가지를 무시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다가는 충격과 공포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이를테면 걸즈 브라보 같이 비쥬얼만 신경쓰거나 히미코전 마냥 귀(가 주로 즐거운 오프닝 클립)만 즐거운 애니메이션들처럼 말이다.

반드레드는 비쥬얼, OST,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애니메이션의 주제와 감성이 동시에 즐거운 좋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을 메카닉이라서, 혹은 러브코미디라서 치워두는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2010년 4월 16일 금요일

호문쿨루스 - 무의식을 발견하는 이야기.

 

예전부터 포스팅을 하고 싶었던 작품이 세가지가 있다. 오늘은 드디어 그 첫 번째 작품. 호문쿨루스를 포스팅하게 되었다.

조심스럽다.

인간에 대해 직면하고 그것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위에서 자신과 인간, 그것에 대한 동일시.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링크, 고뇌, 의심, 떨칠 수 없는 자아에 대한 성찰은 과연 나의 글재주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를 가져온다.

고작 만화 정도로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에서 나온 과거의 잔재에서 오는 호문쿨루스의 형상처럼, 적어도 나에게는 이 만화가 인간을 파헤치는 호문쿨루스처럼 보였다.

인간 그리고 자신에게 직면할 준비를 마치고, 호문쿨루스를 소개한다.

 

왼쪽 눈을 통해 자신과 마주한다.

위키피디아에서 호문쿨루스를 검색하면 라틴어로 작은 인간을 의미하 는 단어에서 출발한다는 말을 찾을 수 있다. (위키피디아 호문쿨루스) 그리고 이 말은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대체적으로 인간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어이다. 자세한 사항은 위키피디아를 참조하도록 하자.

이 정도의 간략한 설명으로도 호문쿨루스에 대한 간단한 이해를 돕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호문쿨루스는 그러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정확히 작품에서 표현하는 내용을 언급하자면,

 

인간이 경험하여 축적된 기억의 지도,

그것이 입체화 된 것이 바로 호문쿨루스

라고 정의한다.

 

괴물이란 바로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비추어진 그림자. 그것이 형상화 된 것에 불과하다.

 

주인공의 이름은 나코시 스스무, 일류 호텔과 노숙자들의 공원 사이에 차를 세우고는 양복을 입은 채로 카 홈리스를 하고 있는 미묘한 인간이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그에게 다가온 것은 이토 마나부라는 의대생. 그는 가발과 피어싱, 문신에 다수의 액세서리를 하고 있는 기괴한 모습으로 나코시를 찾아온다. 그는 트래퍼네이션이라고 말하는 개공술 혹은 천공술을 나코시에게 시술할 것을 제의한다. 실험적인 시술에 참여하는 것의 보수로 70만 엔을 제시하는 그는 나코시와의 신경전으로 어찌어찌 시술하는 것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천공술을 시술한 이후부터 나코시는 오른 눈을 가린 채 왼쪽 눈을 통해서 이상한 것을 보기 시작한다. 마른 나뭇가지로 이루어진 사람, 다리가 일곱 개인 사람, 로봇 속에 가려진 아이, 투명인간… 그는 시술을 제의 받을 때 이야기 들었던 육감에 대해서 떠올리고 자신이 보는 것이 진실인지 혹은 환각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한다.

 

수많은 괴물들이 거리를 걷고 있지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뿐. 그들의 모습의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코시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호문쿨루스라는 것을 마나부에게 듣고, 자신이 보고 있는 호문쿨루스와 적극적으로 마주서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보고 있는 호문쿨루스라는 것이, 사실은 바로 자기 자신의 과거와 투영되는 그림자임을 알게 된다. 한 명 씩 타인의 과거를 들추어 내면서 호문쿨루스는 점점 자신에게 옮겨 오고, 남의 과오를 격려할 지언정 자신은 점점 과거에 붙잡히는 모습은, 인간이라는 것의 본질과 겉모습은 얼마나 괴리감이 있으며, 그 속에 들어있는 자아가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것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만 같다. 또한 그렇게 자신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서는 모습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 고뇌와 더러움에 얽매여 왔는지를 성찰하게 되는 계기도 함께 제공해 준다.

 

호문쿨루스가 가지고 있는 과오는 바로 자신의 과오였다.

 

이 이야기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가의 손을 통해 그려졌는지는 아마도 작가 본인에게 묻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혹은 우리는 이 작품으로 많은 것을 생각해보고 느낄 수는 있다.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은 얽매여 있는 과거의 잔재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마음의 상처가 되어 어느 한 대상에 집착되는 경우도 있고, 혹은 어떤 일정한 행동 속에 무의식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호문쿨루스는 이러한 무의식 밑에서 잠자고 있는 ‘잔재’를 겉모습으로 표출시켜주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것은 과거의 한 사건과 자신의 내면을 재료로 모습을 형상화 하고, 그 잔재와 마주하는 자신의 감정을 기반으로 나코시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나코시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은 것으로 인간의 본질을 치유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과거와 항상 마주해야 한다는 대가가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자기 자신과 마주한 결과는 결국 상처를 되새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만화의 겉햝기식 소개는 가능하면 피하고 싶다. 매 소개마다 단골이었던 구성이니 그림체니 하는 것들 말이다. 굳이 언급을 하자면, 그림체는 1권에서 완벽하지 않았던 부분이 뒤로 갈수록 매끄러워 진다는 정도. 하지만 원래의 그림 스타일이 이미 구도나 데생 등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듯 상당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트집잡을 정도는 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 면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행이 약간 느리다는 점이다. 물론 빠져들어서 순식간에 다음 장을 탐닉하는 자신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좀더 빠르게 진행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아니, 어쩌면, 연재 좀 빨리 해달라는 욕구일 뿐일지도 모르겠다.(실제로 엄청 느리다. 2005년 국내에 처음 들어와 현재까지 고작 10권 미만, 잘 봐줘야 1년에 두 권 내는 꼴인데 이건 뭐 감질나서 미칠 것 같다)

 

소개하기 부끄러운 옛날 그림체. 잇힝~

 

좀 더 극적으로 소개를 하고 싶었지만, 나의 필력은 이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나의 어중간한 글 솜씨로는 도저히 이 만화에서 얻을 수 있는 숨막히는 자신과의 대면을 어필할 자신이 없다.

이 만화는 지금껏 내가 봐온 만화들 중에, 인간과 그 무의식이라는 소재를 가장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에 대해 적극적인 간섭을 시도하고 나코시라는 어중간한 존재를 통해 우리에게 투영시키는, 매우 자극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만일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거나, 무언가 삶에 답답함이 느껴지는 성인이시라면, 이 만화를 보고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호문쿨루스 11 - 10점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대원씨아이(만화)

2010년 4월 15일 목요일

라이트 노벨의 공통점을 꼽아 본다면?

 

라이트 노벨이라는 분류는 PC통신시절 일본의 SF 판타지 포럼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 참고)

시기로 따지면 9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논쟁을 거쳐 현재에 와서는 거의 일반적으로 정착된 용어로, 가깝게 보면 애니나 만화, 심지어는 뉴스나 미디어에서도 라이트 노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벼운 소설이라는 뜻의 light novel은 일반적으로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지만, 보통의 경우 읽기 쉽고 일러스트가 다수 포함된 소설을 라이트 노벨로 정의하고 있다.

 

사실 용어의 정의라는 것은 매우 민감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야겜, 갸루게, 미연시?) 분리하기 민감한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라이트 노벨도 어찌 보면 이런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단어일 수 있을것이다.

내용면으로 보면 가벼운가? 판형크기 작은가? 삽화는 일러스트 다수인가? 장르면에서는 환상류인가? 레이블이 전용 레이블인가? 이야기의 중심이 캐릭터인가?

라이트 노벨을 정의하기 위해 이런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들 모두를, 혹은 이중 일부를 정의에 편입시켜서 크고 작은 정의들을 내리는 모습들을 보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논쟁이 연상되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인간의 생각과 개념을 의미하는 상징 즉, 언어라는 것은 시간과 시대상에 따라 미묘하게 바뀌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사실이고, ‘별로’나 ‘어처구니’ 라는 말이 수백 년에 걸쳐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각해보면 굳이 이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혹시나 해서 참고 삼아 이야기하자면, 별로는 예전에는 강조, 지금은 반 부정의 의미이다. 어처구니는 검색 ㄱㄱ)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현재의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성향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 가지의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사멸되는 과정에서 언어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이순간에 하나의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내일 이맘때쯤 다섯 가지 정도의 의미를 중첩적으로 가지는 단어가 될 수 도 있고, 반대로 수많은 의미를 담은 하나의 단어가 한 순간에 사람들의 입에서 멀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고자, 나는 이 포스팅에서 라이트 노벨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현재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바, 혹은 어떠한 요소들이 모이면 라이트 노벨이라는 상징이 어울리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 포스팅은 어떠한 제안이나 정보도 아니며, 한 단어가 지니는 중첩적인 의미를 두루뭉수리한 범주내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차원의 정보 교환을 목적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밝힌다. (쉽게 말하면 딴지 걸지 말고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자는 말이다.)

 

이왕 앞에서 인용문 씩이나 만들었으니, 위의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내용이 가볍다

 

라이트 노벨은 기본적으로 성장소설이 대부분을 이룬다. 중고등학생의 주인공이 어떠한 계기로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 속에서 사회성을 기르고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간다는 흐름은 이미 흔하다.

여기에서 ‘중고등학생’, ‘새로운 세계’, ‘이야기의 중심’같은 키워드는 상당한 문학적 상징성이 존재하는데, 이 포스팅에서 그런 부분까지 다루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저 소재들이 우리내 세상을 투영하여 독자를 흡입할 수 있는 대표적인 키워드임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런 소재들을 사용하는 작품들은, 대체적으로 읽기가 쉽다. 이를테면 스즈미야 하루히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30세를 전후하는 캐릭터이고 그러한 캐릭터를 반영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면, 이 이야기는 더이상 라이트 하지 않은 노벨이 될 것이다. 배경이 학교이고, 인물이 학생이기 때문에 그제서야 그 이야기는 가벼우면서도 심오한 구성을 지닌 라이트 노벨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판형이 작다

 

일반적으로 소설책은 가로 약 15센티미터 세로 약 22센티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물론 10여년 전 일반적인 장르문학소설, 말하자면 판타지나 무협들이 그랬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설책은 크기가 작다. 국반판 혹은 문고판이라고 부르는 이 규격은 약 가로 약 10센티 세로 약 15센티의 크기로 그야말로 손바닥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이다. 이 정도만 해도 소설책은 손가방이나 큼지막한 주머니 같은 곳에 쏙 들어가는 크기이지만 페이지수가 150~300여 쪽이면 어느 정도 알차게 분량을 채울 수 있다.(가격은 일단 신경 쓰지 말자) 일본의 라이트 노벨은 여기서 한층 더 작아서 세로가 약 13센티미터에 두께도 1.5센티를 거의 넘지 않는 크기이다.

이런 크기는 손이나 등에 많은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젊은이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요소(이를테면 차별성이나 출판 원가 등의 문제)가 물론 고려되어 결정된 크기이겠지만, 적어도 크기가 작은 것은 가벼운 소설이라는 말답게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삽화가 많고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한다.

 

사실 라이트 노벨을 출판하는 출판사들은 대표적인 만화 출판사이기도 하다.(아닌 경우도 물론 있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지만, 적어도 일본에서는 이런 특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적극적인 크로스 미디어의 공략이다. 일본의 대부분의 출판사는 ‘팔리는’ 만화에 대해 절대로 만화만 파는 일은 없다. 애니메이션화나 캐릭터 상품, 나아가 드라마, 영화화 등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인 상업행위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추세이다. 라이트 노벨은 얼마 전부터 제기되어 온 소재고갈현상의 탈출구로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점이 바로 라이트 노벨에 대한 출판사들의 투자로 이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팔릴 가능성이 있는’ 컨텐츠에 대해 단지 출판하는 것 만으로 끝낼 이유가 없다.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행동이라면 얼마든지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그들에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일러스트에 투자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장르는 환상류.

 

이 부분은 반드시 라고 할 수는 없다. 굳이 환상류가 아닌 장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라이트 노벨로 출판되고 있는 경우는 많다. 대표적인 작품은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배경이 f안타지(오타 아님)라서 그렇지, 내용에는 전혀 판타지적인 요소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주류가 판타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처럼 판타지라면 드래곤, 엘프, 드워프가 나오는 그런 정형화된 세계는 아니지만, 판타지라는 단어의 본래의 의미에서 본다면 라이트 노벨의 대부분은 얼마든지 환상류의 장르로 포함되고 있다.

(어찌 보면 그 원류가 SF/판타지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레이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레이블 이라는 것은 출판사의 브랜드이다. 이를테면 코발트 문고라고 한다면 슈에이샤(集英社)의 소녀취향 라이트 문고의 브랜드. 라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수의 라이트 노벨 레이블이 존재하며, 당연히 본류인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숫자의 레이블이 존재한다(하지만 최근 출판사들의 돈 욕심에 숫자 면에서는 일본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레이블에서 출판되는 작품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그 레이블이 추구하는 작풍을 메인으로 하는 작품들이 출판이 될 것이며, 이는 곳 이들이 라이트 노벨임을 의미한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레이블에 속하지 않으면서 라이트 노벨인 소설들에 대한 범주이다. 일본에도 그러하겠지만 잘 모르겠고 우리나라의 판타지 소설 중에는 이런 레이블에 속하지 않은 소설들이 다수 있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대여점만 가면 레이블 안 달고 잘도 출판이 되고 있으니 찾아볼 필요도 없다.

과연 이 소설들은 라이트 노벨이 아닌 걸까? 일반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생각해 볼 문제이기는 하지만, 뭐 일단 레이블을 달면 라이트 노벨인 건 확실한 것 같다.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

 

아…. 이건 좀 이야기하기 거시기 하다. 조금이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를 해보지 않은 분들은 잘 이해를 못하실 것 같지

만, 일단 간략하게 써보도록 하겠다.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소설을 쓰는 과정은 주제->소재->스토리의 순서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무엇을 이야기할지 정하고, 그것을 어떤 것을 매개로 표현할 지를 정하며, 그리고 나서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작가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확실하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과정임은 틀림없다) 이렇게 풀어놓고 나면, 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하지만, 라이트 노벨에는 이러한 비교적 정형화된 과정이라는 것이 없다. 원인이라는 것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내가 목격한 바로는, 작가가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특히 우리나라는 작가가 점점 저연령화 되는 경향이 어느 순간 찾아와 이런 특징이 매우 강해졌다. 내가 굳이 이것이 조아라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음)

원인이야 어찌됐든, 정형화된 과정이 없이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흐름이 대체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이는 스토리의 시작과 종결 정도만 정해놓고 ‘매우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흐르게’만드는 스타일의 작문으로 귀결된다.

사실 이 점이 어찌 보면 출판사의 상술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캐릭터의 강세는 곧 캐릭터 상품으로 이어지며, 특이한 캐릭터가 곧 사람들의 주목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생각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크로스미디어를 노리는 출판사들도 어느 정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다.

 

 

뭐 이래저래 말을 주절주절 늘어놨지만, 요점은 이렇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굳이 구분하기 어려운 면이 크지만, 특징들을 쭉 살펴보면 위와 같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서두에 써 놓았지만, 이런 구분이 큰 의미는 없다. 쓰면서 그저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구나 하고 정리를 하는 정도의 자기 만족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이 논쟁에 종결을 지을 생각도 없고, 이야기를 질질 끌어 논쟁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한가지 이런 주제에 대해 의견을 가진 분들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을 뿐이다.

당신의 생각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도 있으며, 논쟁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2010년 4월 14일 수요일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 - 춤추자! 흡혈귀들아!

 

이 애니를 본 계기는 단지 하나, 신보 아키유키였다. 하지만 애니를 보고는 한번에 훅 갔다.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는 신보 아키유키의 연출력이 집결된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색감, 연출력, 때때로 보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작화. 그 어떤 것 하나 기존의 작품들과는 그 완성도에서 궤를 달리한다.

신보 아키유키가 그리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은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이 포스팅에서 뱀파이어와 춤추는 이 작품을 자세히 소개해 본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 오프닝이 좀 거시기 하지만 17금이라는 것으로 그냥 넘어가자.

 

뱀파이어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매우 다양하다. 당연히 그에 따른 주제도 다양한 편인데, 이에는 시대에 따른 흐름이 존재한다. 과거의 뱀파이어는 대부분 호러의 소재였다. 어찌 보면 이것이 바로 뱀파이어라는 장르의 시작이고 ‘괴물’의 이미지를 가진 흡혈귀가 호러라는 것은 매우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이후 시대가 지나면 뱀파이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는 주제가 나타난다. 90년대 중반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같은 스타일이 그렇다. 뱀파이어의 길과 인간으로서의 길에 고뇌하고 그것으로 어떤 선택을 강요 받거나, 혹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고뇌하거나… 뭐 그런 흐름이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뱀파이어라는 대상에 대한 경외, 혹은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힘과 능력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다. 만화 헬싱이 대표적인 그러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도 바로 최근의 유행을 따르는 스타일이다. 뱀파이어의 공언, 그리고 국가의 설립. 이러한 이야기들이 바로 이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라는 작품의 발단이다.

 

어려 보이지만 여왕님.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이 작품의 메인 테마는 사실 이종족 간의 사랑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인간과 뱀파이어가 아닌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 더불어서 인간이 끼어 삼각관계까지 이루니 놀랍지 아니한가.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 정도야 흔하다 싶을 정도다. 근래에 나온 영화 뭐시기? 그 뭐냐, 트와일라잇? 그런 작품들이 바로 이런 것에 속할 것이다. 그런 흔하디 흔한 주제의 뱀파이어 소재의 작품들과는 한 차원 더 나아갔다고 할 수 있다.

늑대인간 소년 아키라와 뱀파이어의 여왕 미나의 어렸을 적의 약속, 기억을 잃은 소년 아키라와 그를 좋아하는 인간 소녀 유키. 기억을 되찾은 아키라는 미나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위해 그녀에게 가지만, 유키는 떠나가는 아키라를 붙잡지 않고 오히려 한발 다가서며 더욱 치열한 삼각관계를 만드는 모습은, 배경과는 관계없이 마치 러브 코메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러한 러브라인과는 별개로 세계 속에서 하나의 국가로 독립하는 뱀파이어의 여왕의 모습은 그녀가 하나의 생명체로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한다. 종족의 존립을 위해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결정을 고뇌하는 모습은 어둠을 걸어온 절대자의 단면을 보여주며 작품에 무게를 더한다.

 

여왕의 고뇌는 우리 같은 우민들에게는 너무나도 숭고하다.

 

이렇게 무게감 있는 작품에 신보 아키유키가 감독을 맡았다. (바케모노가타리를 제외한) 그의 작품을 둘러 보았을 때, 이 작품은 솔직히 그와 맞지 않는 듯 보였다. 호러 액션물인 이 애니가 과연 독특한 개그와 풍자를 선보인 그에게 잘 어울릴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1편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애니메이션이 정말 신보 아키유키인가 한번 의심을 해 보았다. 비교적 색감이 독특한 편이기는 하지만, 또 상당히 작화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뭐 1편 효과라는 게 있으니까 이 정도로 신보 아키유키의 이름에 걸맞다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특유의 평면구성은 거의 없었으며, 색감도 매우 특이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편이 거듭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중간중간 엄청난 프레임을 자랑하는 제스쳐와 꼭 필요한 그림으로 이루어진 액션은 신보 아키유키의 효율적인 작화에 정확히 부합하는, 오히려 매우 강력해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장면, 얼핏 보아도 초당 24프레임 정도는 쓴 듯 보인다.

 

음향효과는 어떠한가? 연출에 맞추어 나타나는 음향효과는 놀랍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음향효과가 대단하다는 말만 했지 신보 아키유키의 색깔이 어떤 것이다 라고 규정짓기에는 미흡한 감이 있었는데, 이 작품에서의 음향은 실로 놀랍다고 말하는 것이 부족하지 않다. 특히 비가 오는 장면에서 빗소리와 대화소리가 교대로 이어지면서 중간중간 페이드 아웃 되는 사운드는 그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기 위한 숨김 맛이 되어, 그 순간의 긴장감을 서슴없이 끌어내며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지금껏 본적이 없는 신선한 느낌의 음향 연출이라는 점과 함께, 이러한 그의 청각적 자극은 이것이야 말로 신보 아키유키의 색깔임을 충분히 각인시키고 있다.

 

이 장면에서의 사운드는 직접 안보면 모른다.

 

이 애니메이션은 성우진이 굉장히 낯설어서 꽤나 헤맸다. 수많은 캐릭터들의 성우들이 지금까지 신보 아키유키와 함께 일했던 성우들과는 다른 코드로 포진되어 있다. 네기마!?가 본래 마법선생 네기마의 성우를 끌어 왔기 때문에 공유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외하면, 사이토 치와가 여왕님이 아닌 유키에게 배역된걸 포함하여, 마리아 홀릭에서 함께한 카이다 유코, 코바야시 유우 말고는 완전히 그의 코드와는 동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와 괴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런 캐스팅은 신보 아키유키의 성우 배치능력을 다시 한번 인정할 수밖에는 없다.

 

베스트 애니메에 들어가서 직접 성우들의 출연작을 확인해 보자.

기회가 되면 내가 헛소리 썼다고 댓글에 지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 차례 이 애니를 보고 나서 이 애니의 원작이 라노벨이 아닌가 한번 추측을 해 보았다. 스토리의 전개나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다양한 설정들은 라노벨정도 수준의 전문적인 스토리 작가가 아니라면 쉽지 않으리라는 작은 선입견이 작용한 결과였다.(하지만 확인해보니 이 작품은 만화책 원작이었다) 작품의 무게감, 이야기의 전개, 작화, 연출, 사운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 작품이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결말이었다. 신보 아키유키의 성향으로 볼 때, 가을 내지 겨울 시즌에는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보며 김칫국 마시는 기분으로 즐겁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