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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7일 화요일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 웃는 사람은 덕심이 있다.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1월 신작으로 나와서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라 여러가지 평가를 받은 이 작품.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를 소개하게 되었다. 라이트 노벨 원작이고 상당히 인기를 모았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보기 시작했는데, 절반의 실망과 절반의 대단한 성공 이라는 느낌으로 감상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어쨌든 상당히 인기를 모은 것은 사실이고 조기에 국내에 판권까지 들어왔으니 이 정도면 객관적으로 봤을 때는 상당히 성공적인 작품으로 느껴진다. 물론 실제 감상 중에도 상당히 (배꼽 빠지게) 즐거웠음은 물론이고, 설정이나 구성도 상당히 우수하였다. 더불어서 이 작품에서 신보 아키유키 이후 새로 체크해야 할 감독이 생겼다는 사실을 미리 언급하고 싶다.

 

베스트 애니메 정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제목으로 모든걸 알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키워드는 다 나왔다.

 

제일먼저 마지막에 언급했던 감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오오누마 신(大沼心) –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다. 이 정보만 보더라도 어이쿠야 하면 당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팬이라고 말해도 좋다. 2006년 네기마!?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이다. 2007~2008년의 ef시리즈. 이 역시 감독은 오오누마 신이지만 신보 아키유키가 고문으로 참여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이 바로 이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이다. 이정도 되면 오오누마 신은 신보 아키유키의 제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소속 스테프로 시작하여 도움을 받아 성공작 하나를 낸 후 드디어 독립된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뭐, 그런 말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 작품에서는 여러가지 화면구성에서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음영이라던가 화면 전환, 평면 구성 등의 신보 아키유키적인 특징들이 자주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냄새를 좇아 감독을 확인한 결과 위와 같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어이쿠야 누가 아니랄까봐…

 

감독은 오오누마 신! 체크해야 할 감독이 늘었다! 가운데는 바보.

그래서 신보 아키유키적으로 그냥 비슷한 느낌이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다. 신보 아키유키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한가지가 러브코미디 불능(!?)이라는 점인데, 이 부분은 정말로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뭐 이렇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 중에 알아줄만한 러브 코미디 물이라고 한다면 네기마!?와 절망선생 정도, 넓은 의미로 보면 마리아 홀릭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며, 러브라인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따져도 댄스 인 더 뱀파이어 번드와 나츠노 아라시 정도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렇다 할 러브라인이 그려졌는가 라고 한다면 당신이라면 YES라고 말하겠는가? 콧방귀나 뀌지 않으면 다행이다.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들(포스팅 한것)

그에 반해서 이 오오누마 신 감독은 상당히 그부분에 기합이 들어가 있다. 러브 코미디로서의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는 수라장의 묘사나(수라장에 대한 설명은 하나마루 유치원 포스팅에 간략히 나와있다.) 그런 수라장을 헤쳐나가기 위한 여자아이들의 고뇌, 주인공의 수난 같은 부분이 정석적으로 그려져 있다. 더불어서 신보아키유키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패러디들이 만발하면서 즐거움을 더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한 줄 요약하면, 신보 아키유키랑은 다른 맛이 좋다! 라는 것이다.

 

 

잘 보면 구석 쪽에 병치혼합 스타일의 음영 연출이 있다.

뭐 이런 거 아니더라도 장면 자체에서도 신보 아키유키의 냄새가 난다.

 

베스트 애니메의 정보에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학원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에다가 특별한 학교라는 소재가 더하는 것 만으로 이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그 특별한 점이 정말로 특징적이기에 이 소설 및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는데, 그것은 바로 학력을 가시적으로 구현한 소환수로 다른 클래스와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싸움의 결과는 학교의 기재의 사용권한. A클래스는 스낵, 드링크바의 무제한 제공, 안락한 교실, 최고급 기자재가 제공되며, F클래스에는 낡은 다다미방, 다리가 부러지는 밥상, 닫히지 않는 유리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제공된다.

그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몸소 느껴지는 배경설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가운데 주인공을 포함한 F클래스가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더 좋은 기재를 얻기 위해 다른 반과 싸운다는 소재를 통해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에피소드는 단지 소년만화적인 전투만으로 이루어 지지는 않는다. 전형적인 러브 코미디적인 에피소드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물론, 학력이 과연 세상의 전부인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는 것은 옳은 것인가 등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에피소드도 존재한다. 단지 웃기는 만화로 치부하기에는 제시하는 질문의 무게가 생각보다는 묵직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그런 무게를 주인공은 ‘바보’라는 설정으로 더 좋은 점수를 치르기 위한 ‘시험’을 치르고 그것을 통해 ‘소환수’를 등장시키는 것으로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년만화적인 감각을 잊지 않게 해준다.

 

 

이건 뭐 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귀여우니 OK

이 만화에서 주된 즐길 거리는 물론 에피소드를 꿰뚫는 작은 웃음들도 있겠지만, 덕심 가득한 분들에게 어필하는 다양한 큰 웃음 거리들이 사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사실 이부분이 웃음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등장인물들이 여자애들을 보고 코피를 흘리는 부분이라던가, BL코드, 백합 코드 등이 서슴없이 등장하면서 웃음을 주는 부분은 잘 모르는 분들이야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은 목 아프고 등 아프고 허리가 아플 때까지 웃을 수 있다.

더불어서 시험소환전쟁이라는 이름의 싸움이 시작되면 각종 소환수가 캐릭터의 SD로 등장하여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고, 더불어 전투는 마치 게임처럼 진행되는 모습 등은 간혹 지루해 질 수 있는 이야기 진행에 조미료가 되어 주기도 하는 부분 등은 감독의 연출력에 점수를 주게 된다.

 

백합코드가 노골적이라 불쾌감이 들 여지가 없다. 한마디로 그냥 웃기다.

 

 

츤데레, 얀데레, 야오이, BL, 백합, 어느 하나 초보자에게는 버거운 키워드 들이다. 하지만 그런 것과 관계없이 즐길만한 구성과 에피소드가 이 작품에는 잘 담겨있다.

연출, 구성, 스토리, 그리고 작품을 꿰뚫는 메세지 등 어느 면에서도 빠지지 않은 이 작품은 1월 신작들에서도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PS. 국내 판권이 걸려있는 작품이라 포스팅이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번이라도 더 보자고 하는 글인데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한다. 다섯 시간짜리 애니메이션에서 스샷 그까짓 열 장도 안 되는 거 찍었다고 고소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한다.

더불어서 내리라고 하면 내릴 테니 제발 고소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 나 돈 없는 학생이다.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6 - 10점
이노우에 켄지 지음, 김애란 옮김, 하가 유이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2010년 4월 26일 월요일

하나마루 유치원 - 치유계일까 러브코미디일까

 

사실 신작을 소개하는 것은 개인적인 원칙에 반하는 부분이다. 신작이야 뭐 내가 소개 안 해도 어차피 볼 사람은 볼 것이고, 내가 글을 쓴다고 안 볼 사람이 볼 것도 아니므로 포스팅에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메타블로그의 트렌드라던가 최근 올렸던 포스트의 반응같은것을 보자면 이거 그렇다고 너무 고집하다가는 도태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하여 한가지 신념을 살짝 굽혔다. 사실 굽혔다기보다는 방향성을 약간 틀었다고 할 수 있겠다. 굳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작 구작 관계없이 재미있는걸 소개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작품은 그런 취지를 가져온 첫 번째, 1월 신작이었던 하나마루 유치원을 소개할까 한다.

 

하나마루 유치원! 하나마루는 왼쪽에 있는 꽃 모양의 동그라미를 말한다. 참 잘했어요 같은 의미.

 

치유계에 대해서는 이전에 길게 길게 설명한 포스팅이 있으니 그쪽을 참고하시길 바란다.(치유계에 대한 포스팅) 러브 코미디라는 것이 하나의 별것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여러명의 여성이 들러붙는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전 몇몇 포스팅에서 했었고, 관련 작품들도 여럿 포스팅 한 바가 있다.

과거 포스팅했던 러브 코미디 장르의 작품들

이 작품은 어떻게 구분하는 게 좋을지 조금 고민이 된다. 하나마루 유치원이라는 배경이다 보니 당연히 주요 등장인물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고, 아이들이 아니라면 학부형과 선생님들이 고작. 주인공이 유치원 유일의 남자 선생님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떠오르기에는 설정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이 상태로는 아이들을 보면서 치유 받는 느낌의, 넓은 의미의 치유계 정도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이런 걸 보고 치유 받으면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도 마음만큼은 깨끗해 진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면 볼수록 러브 코미디의 느낌이 강하다. 수라장(修羅場 : 슈라바 라고 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수라장이라는 말로 난장판을 이야기하지만, 일본어로는 사랑을 원인으로 하는 아수라장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을 만드는 캐릭터가 주로 유치원생(……)이라는 점을 잠시 잊고 보면, 네 명의 여자와 주인공 사이에서 여러 가지 트러블을 일으키는 것이 이 작품의 골자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주인공은 유치원생(2명)이나 여동생(…)에게는 딱히 관심이 없고, 동료 선생님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범죄의 영역으로 나아가지는 않는다.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하튼 그런 부분을 두고 본다면 이 만화는 넓은 의미에서 러브 코미디의 느낌을 받는다. 하기사 온갖 종류의 러브코미디가 범람하는 지금 시대에 유치원생이 얽히는 수라장 쯤이야 뭐 그냥 애교로 봐줘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도록 하자.

이런 것이 바로 수라장이다! 아아아… 이 뒤에 이어지는 것은 결국 질투와 굴욕의 싸움뿐…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여 유치원 교사를 시작한 신참 선생이다. 하지만 첫날부터 지각, 급히 출근하는 와중에 꼬마아이를 만나게 된다. 꼬마아이는 유치원에 가서 선생님이 꼬셨다(난파라는 일본어다. 헌팅이라고 보통 번역한다)고 소문을 내더니 급기야는 선생님의 신부가 되겠다고 나서기 시작한다. 한편 주인공은 동료 교사인 야마모토선생님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어택을 시작하는데…

6편쯤 지나게 되면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 명은 역시 유치원생인 히나기쿠로, 지역 야쿠자의 외동딸이다. 신발끈이 끊어진 히나기쿠를 주인공이 도와줬다는 이유인 모양이다. 또 한 명은 여동생. 원체 아이를 좋아하는(별로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 주인공이 어렸을 때부터 여동생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었는데, 아이들에게 오빠를 뺏기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질투 같은 걸로 시작한다.

여하튼 이렇게 주요 네 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을 두고 수라장을 만들어 간다.

 

일이 점점 커지네! 랄까 부럽기는 해 좀.

 

요렇게만 말하면 그냥 러브코미디로만 인식되기 쉽지만, 사실 이 만화는 치유계의 성향도 강하게 가지고 있는 편이다.

소극적이면서도 착하고 상냥한 코우메, 유치원 최고의 척척박사인 히이라기, 엄마를 쏙 닮아 추진력 하나는 기네스북 수준의 안즈가 벌이는 이야기와 소동들은 정말로 아이들의 시점에서 벌어나는 사건들을 자유분방하면서도 아기자기하게 그려내면서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게 해준다.

캐릭터가 한 명 씩 등장하면서 풍부해지는 이야기들도 그냥 보고 넘기기에는 잊혀지지 않는 인상이 남는다. 히나기쿠의 야쿠자들은 무려 지역밀착활동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겁준다던가, 출판사의 아르바이트인 야마모토 선생님의 동생이 담당하는 만화가 하나마루 선생님의 이야기 등은 자극적인 러브 코미디 보다는 잔잔한 치유계의 감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멋있는 거보다… 귀여운 게… 강해.

 

이 애니의 특징 중 하나를 더 꼽자면, 엔딩 클립의 베리에이션이다. 조만간 OST라던가 보컬 시리즈 앨범같은 게 나올런지는 몰라도, 엔딩은 모든 캐릭터의 캐릭터 송 개념의 노래가 한번씩 등장한다.

캐릭터의 특징을 잘 잡은 화면구성과 음악은 솔직히 좋은 수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 쫌 상술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기는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느낌이 잘 묻어나는 엔딩 클립을 보고 있자면, 여러가지 의미로 치유 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어 문득 넋을 놓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넋 놓고 보다가는 1분 30초가 훅 간다.

요즘의, 특히 올해의 애니메이션들은 치유계가 많지 않다. 트렌드라고는 하지만, 08~09년 노출이 줄어 들어 나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나에게는 갑작스레 노출이 늘고 대상연령이 높아지는 애니메이션들에는 눈살이 조금 찌푸리게 되는 면이 없지 않다.

하나마루 유치원은 (시각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 작품이지만^^;)이런 세태에서는 상당히 건전하면서도 잔잔한 느낌의 좋은 작품이다. 유치원생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위험하지 않은 의미로)보면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이런 작품이 적격이다.



하나마루 유치원 5 - 10점
Yuto 지음/서울문화사(만화)

2010년 4월 22일 목요일

마호라바 -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러브코메디

 
러브코메디라고 한다면, 90년대 이후에 인기를 얻은 장르다. 예전의 들었던 모 네티즌의 말을 인용하자면, 병신 같은 남자주인공 주위에 여자들이 꼬여서 일어나는 막장이야기. 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순수성을 잃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뭐 서비스 컷이 등장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는 차치하고, 한 명의 여성에게 한마음으로 유지되는 주인공이라던가, 여자는 많아도 결국 모두 각자 커플링이 잘 되어있는 이야기라던가 그런 것들 말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그나마 ‘쪽보다 푸른’(국내 제목 : 천생연분) 정도가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양쪽 다 포함되는 작품으로는 바로 이 작품. 마호라바를 꼽을 수 있겠다.
 
   
국내에는 완결까지 연재되지 않은것 같다.
 
마호라바는 2001년 즈음 연재가 시작된 작품으로, 지금으로 친다면 약간 시대가 뒤떨어진 만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브코미디라는 장르가 현재의 그런 ‘야하고 웃긴’ 장르로 정착되려고 하던 무렵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여전히 감동과 순수함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중의 하나이기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 가치를 논할 만 하다.
2006년 연재가 종료되어 약 5년간 12권의 단행본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어쩌면 정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거의 추억이라거나 꿈을 좇는 주인공이 좋아 같은 소재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정석이라고 할 만큼 오랜 기간 검증되어온 소재인 만큼, 이 만화에서도 보통 내지 그 이상의 감동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추억과 꿈이라는 소재가 적어도 수 백년 동안 인간의 눈물을 뽑아낸 사실은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주인공이 기억하지 못하는건 예의
 
이 만화는 나루타키장이라는 하숙집 비슷한 곳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도심 한가운데에 화풍으로 지어진 소담한 건물인 나루타키장은 히로인인 아오바 코즈에가 증조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곳으로 수십년 이상 이어져 온 곳이다.
주인공인 시라토리 류우시는 그림책 작가를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생으로 얼굴도 이쁘장, 여자같은 성(시라토리는 백조의 일본어와 발음이 동일), 처녀자리 출생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청년으로 너무나도 먼 학교에 통학을 문제로 도쿄에 상경하게 된다. 어머니의 사촌이 운영한다는 하숙집(작품에서는 아파트로 표현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상 하숙집에 가깝다)에 소개를 받은 류우시는 그곳에서 코즈에를 만나고, 나루타키장에 함께 사는 사람들과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루타키장의 생활이 평화롭게 이어질 거라는 예상을 깨고 소란스러운 동거인들과 함께 코즈에의 비밀이 드러나는데…
 
다중인격이라는 게 참 무섭다.
 
나루타키장에 사는 사람은 모두 7명으로, 관리인인 코즈에를 비롯하여 남자 2명과 여자 5명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여느 러브코미디마냥 주인공에게 몰려다니는 짓은 잘 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명은 코즈에 한마음, 한명은 이미 남자친구 있음, 두명은 엄마와 딸이므로 남녀관계와 상관 없음 등, 친하게 지내는 정도 이상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최근의 러브코미디를 읊어보자면, 로자리오와 뱀파이어라던가, 카노콘, 투러브 트러블(toLoveる)같은 작품들을 꼽을 수 있겠는데, 그런 작품들과는 정말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부분이 마호라바라는 만화가 나루타키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러브코미디 특유의 싸구려틱한 느낌을 지워주는 것이다.
 
자신의 추억을 간직하는 캐릭터들. 모 만화처럼 주인공에게 들러붙지 않는 게 참 좋다.
 
사실 막말로 이야기하자면 러브코미디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주는 내용을 얻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나마 러브코미디중에서는 감동의 코드가 다수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러브코미디는 좋아하지만 봇물처럼 흘러 넘치는 최근의 러브코미디물 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게는 쉬어가는 분위기로 한번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마호라바 Mahoraba 4 - 8점
코지마 아키라 지음/시공코믹스

2010년 4월 3일 토요일

마리아 홀릭 - 장르를 넘나드는 신보 아키유키의 작품

신보 아키유키가 감독을 맡으면 무언가가 다르다는 사실은 지금껏 확인해 왔다. 하나같이 신기한 화면구성과 독특한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들 뿐이었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또 한층 격이 다른 괴작이다. 러브코미디, 개그, 생활드라마, 학원물…. 다양한 장르를 거친 그의 연출력이 이번에는 무려 백합물을 정ㅋ벅ㅋ한다.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마리아 홀릭이다.

 

마리아 홀릭. 정말로 홀릭하게 만드는 작품.

 

베스트 애니메 정보

 

일단 애니메이션의 첫인상이라는 것은 오프닝에서 좌우된다. 물론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의 공통점중의 하나가 오프닝은 첫편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들이 종종 오프닝을 먼저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래도 첫인상이라는 말이 전혀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오프닝은 무언가……. 비틀려있다.

마리아 홀릭이 말하는 마리아라는 이름은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이자 성모마리아를 모시는 천주교 미션스쿨인 아메노키사키학원을 상징하는 면도 없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작품의 ‘남자’주인공인 마리아를 상징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 마리아를 중심으로 연출되는 오프닝의 분위기는 무언가, 사뭇 괴기스럽다. 인형처럼 만들어져 있는 인물들이 마리아를 따라다니며 코피를 쏟거나, 마리아의 마음대로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은 마리아와 카나코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다만 분위기가…, 조금 이상할 뿐이다. 자세한 건 직접 보는 것을 권장하겠다.

 

오프닝. 직접 보자. 뭔가 괴이하다.

 

오프닝만이 아니라 이 애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비로운 점들이 있다. 이를테면 OST. 사실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은 OST에도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다. OST 라는 것은 애니 자체의 느낌을 살리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들의 OST는 작화와 연출과 함께 독특한 점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느낌을 잘 살리는 느낌이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기는 하지만, 실제로 주의 깊게 들어본다면 무언가 느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특히, 주인공인 카나코가 백합꽃 만발하는 망상을 일으킬 때마다 성당스러운 느낌(!)의 OST가 흘러나오는데, 그때마다 배경에 흐르는 정지화면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일조한다.

 

그림체나 포즈는 신경 쓰지 말자. 신경 쓰면 지는 거다.

 

애니는 크게 대단한 내용이 없다. 주인공 카나코는 부모님이 다니셨던 아메노키사키 여학원에 편입해 온 범상치 않은(!) 여고생으로 새로운 인연을 만들겠다는 목표 하에 학교생활을 시작하려 한다. 그때 만난 카나코의 이상형의 여자(!)애에게 자신의 여성향(!)을 들키게 되고 알고 보니 그 여자애, 마리아는 집안의 사정 때문에 이 학교에 다니게 된 남자(!)애였음을 알게 된다. 마리아에게 약점을 잡힌 카나코는 주위에 만발한 미소녀들 사이에서 코피를 쏟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새로운 인연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가 이 애니의 스토리다.

뭐, 주인공이 남자가 아니고, 약간 호들갑스러운 점을 제외하면 어찌 보면 그저 러브코메디 일수도 있다.

하지만 ‘백합’이라는 장르는 이전에 몇몇의 작품들이 성공과 실패의 희비가 엇갈렸던 만큼 신보 아키유키의 연출력에 있어 새로운 시도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주위에 만발한 미소녀들. 아아… 근데 주인공도 여자인데…

 

신보감독의 작품들마다 또 한가지의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중간중간 스토리와 별도로 웃음을 주는 (혹은 웃음을 주는 행동 ‘만’을 하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다. 월영때에는 할아버지가 그랬고, 파니포니 때에는 외계인 일행이 그랬으며, 네기마때는 시치미 같은 캐릭터가 그랬다. 이 애니에서도 그런 캐릭터가 있는데, 그것은 우리 기숙사감님, GOD!이다.

이런 캐릭터들은 자칫 한가지 스토리로 집중하여 지루해 질 수도 있는 분위기를 중간중간 전환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대단히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보 감독은 이런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들의 비중을 다른 (그러한 캐릭터가 있는)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훨씬 높여주고 있다.

한가지만 첨언하자면, GOD역의 성우는 사와시로 미유키로, 그 옛날 디지캐럿에서 푸치코로 데뷔한 성우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성우인데, 살짝 더듬는 듯, 발음을 흐트러트리는 말투가 상당히 인상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이런 점은 GOD의 개성을 더욱 살려주고 있어, 신보 감독의 캐스팅 능력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GOD! 무서운 분이다. 고양 이 귀 같은 건 신경 쓰지 맙시다. 더불어 요괴설도 있으니 주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준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뭐 작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야기는 이전 소개에서 이미 언급했다. 신보 아키유키는 정말 다양한 방면으로 그 마수를 뻗치면서 여러가지 형태로 자신의 연출력을 극대화 시키는 법을 아는 감독이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한다) 아직까지 대표적인 방영작이 10가지 내외인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지만, 이번 시즌에도 새로운 작품을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2010년 3월 24일 수요일

그루밍 업! - 말과 함께 키우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 알려지지 않은 명작들을 이야기하자!]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원래 홈그라운드가 러브코메디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러브코메디를 이제야 올리게 된다. 그나마도 만들어놓은 애니/러브코메쪽이 아니고 만들지도 않은 만화책란인게 약간 아쉽지만 뭐 일단 잇몸으로라도 씹는 느낌으로 소개를 할까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루밍 업! 이라는 작품이다. 말을 키우는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할수 있을만한 내용의 작품이다.

 

그루밍 업! 말목장집 둘째딸과 도시촌놈과의 만남.

 

사실 이 만화는 최근의 뭐시기 만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98년도에 국내에는 처음 발매되어 당시에나 잠깐 신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보기는 했었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잊혀진 만화이기도 하다.

그 이유중에 하나는 이 만화가 매우 잔잔하다는 점에 있을것이다. 특별히 어떤 위기상황이나 긴장감을 주는 면이 거의 없다. 아니 뭐 딱부러지게 말하자면, 방심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굳이 소개하는 것은 지루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향기가 느껴지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요즘 만화들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향기가 말이다.

 

한망아지 키우실레예!

 

도시촌놈 고등학생인 순페이는 혼자 훌쩍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무려 훗카이도에서 기름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시골짝이라는 곳이 그러하듯 주유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하염없이 오토바이를 끌다가 설상가상으로 눈밭에 넘어지게 된다. 나는 이제 죽는건가 따위의 실없는 상상을 하며 한숨을 쉬는 그때 망아지 한마리가 순페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말을 끌고 왔던 목장집딸내미 히비키에 의해 '나름'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뒤로는 뭐 이러쿵저러쿵하게 되어(나름 길다. 이 내용만 2~3권정도) 학교를 그만두고 와타라이목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순페이의 하베스트문목장라이프가 시작된다.

 

스토리 자체에는 그다지 대단할게 없다. 알바를 시작해서 사장님 딸과 친해진다는 설정은 솔직히 말해 진부하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말을 타는것도 아니고 키운다는 소재는 분명 흔하지 않다.

만화책에서 등장하는 와타라이 목장은, 경마용 말을 키우는 영세 목장으로 목장에서 배출하는 말이 경마를 뛸때마다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나 말들을 관리하고, 한마리한마리를 세심하게 키우며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키워보지 못한 사람은 겪지 못하는 신선함을 가져온다. 사실 이 만화의 재미요소는 바로 이런 곳에서 얻을 수 있다.

 

경마도 못보고 구석에 쪼그리는 와타라이 사장님

 

사실 이야기의 스토리라는 것, 혹은 플롯이라는 것은 그 유형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억하기로는 고작 십수가지의 플롯으로 현존하는 모든 문학이라는 것이 구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질이나 재미요소는 스토리의 형태나 유형보다는 바로 소재와 작가의 구성능력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적어도 이 만화는 소재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말을 키운다는 설정은 (물론 내가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았다고는 할수 없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사실로 비추어 흔치 않은 소재임이 틀림없으니까. 게다가 마치 작가 본인이 말을 키워본듯한,(아마도 취재를 통해 익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감 있는 목장의 운영은 은근히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대단한것은 없지만 이 만화의 재미요소를 한가지 더 꼽자면, 잔잔히 흐르는 스토리속에서 소소히 발견되는 작은 개그들이다. 맹렬히 존재감을 어필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작품속의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이벤트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조금씩 녹아내리게 한다. 모 만화처럼 억지웃음을 주거나 부조리개그로 빵터지거나 하는건 전혀 아니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재미들은 은근한 매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솔직히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서비스컷이라면 서비스컷인걸까?

 

소재라는 것은 앞에도 언급했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소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좋은 소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이 만화는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매우 좋다. 그 소재를 살리는 방법도 상당히 좋았다. 내용자체가 큰 기복이 없어 지루함을 주는 작은 단점이 있지만 그것 또한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시기를 잘못 잡아(98년이다. 이때는 소년만화가 많이 출간되고 있었다)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한명이라도 더 이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음미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