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금요일

좋은 사람 - 타카하시 신의 그림체 그자체의 만화

사실 작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보통은 작가보다는 그저 작품들을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다만 그림체를 보면 아, 이사람이 그때 그 작품을 그린사람인것 같다! 정도의 느낌을 가지는 정도가 보통이다.

그렇다면 그런 이들을 위해서 타카하시 신의 작품을 하나 예를 들어보겠다.

 

최종병기 그녀. 솔직히 말하면 이작품 개인적으로는 별로다. 그림체랑 안어울린다.

 

그렇다. 최종병기 그녀라는 작품이 바로 타카하시 신의 작품이다. 한명의 소녀가 하나의 병기가 되어 전쟁의 도구가 되어가고 그녀와 그것을 바라보는 한 소년의 애절한 이야기.

 

- 여기는 개인적인 의견

타카하시 신의 그림체의 특징은 바로 선이 가늘고 둥글둥글하다는 점일것이다.(꼭 선이 가는것이 펜선이 가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느낌의 이야기) 물론 최종병기 그녀의 느낌이 곧 쓰러질것만 같은 가녀린 병기를 그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처절하고 애절한 느낌은 그 가는 선으로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분위기 자체를 방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바로 타카하시 신이 최종병기 그녀를 시작하기 이전 완결되었던 작품. 좋은 사람이다.

 

사람좋은것도 정도껏...

 

이 만화는 전적으로 신념과 감동. 이 두가지 코드가 주를 이룬다. 기타노 유지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자신의 편함보다는 주위 모든 사람의 행복이 그 어떤것보다 우선하는 전형적인 착한 사람이다. 학창시절 육상을 했던 기억속에서 키웠던 스포츠메이커 라이텍스에 입사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에 오는 과정에서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다가 지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 착한 성격은 말릴수가 없다.

1차면접, 간부면접을 모두 지각하고도 어찌어찌 입사하게 된 그는 신입사원 연수마저도 지각하는 등의 행각을 벌인다. 운이 좋은건지 아니면 무언가가 그를 바라보고 있는건지 알수는 없지만 그렇게 입사한 라이텍스. 이부서 저부서를 돌아다니면서 한가지한가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수 있는 프로젝트를 완수해나가는 모습속에서 그의 이타주의적 신념과 인간적인 감동이 느껴지는 휴먼드라마 장르의 명작중의 명작이라고 할수 있는 만화이다.

이정도는 약과임.

 

사실 얼핏 초반부를 보면 최종병기 그녀와 그림체가 많이 비슷한듯하면서도 어설픈 면이 보일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타카하시신의 첫 장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전에는 단편정도만 그려왔기 때문에 아직 데뷔 초기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이다. 하지만 좋은 사람 20권 정도를 연재할 시기에는 이미 어느정도 그 그림체가 성숙한 느낌을 주고, 다카하시 신이라는 이름의 색깔을 충분히 갖추어 간다. 이후의 그의 작품, 최종병기 그녀 뿐 아니라 그대의 조각등의 명작들에서 이어갈 부드러우면서도 감성적인 색깔을 말이다.

 

좋은사람은 99년도에 연재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초창기에는 조금 알려졌지만, 정작 연재에 비해 늦었던 국내 발매때문에 초반부가 순식간에 여러권이 풀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완결까지 순식간에 출간이 끝나고 권수에 비해 짧은 연재기간때문에 독자들에 대한 노출기간이 부족했었다. 그 결과 (내가 소개하는 작품들이 그렇듯) 유감스럽게도 작품성에 비해서 독자들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작품이 되고 말았다.

 

여담이지만 츤데레 같은 '현대적 코드'도 없지는 않다.

 

개인적인 버릇으로, 재미있게 본 작품일수록 끝을 보질 못한다. 이전 몬스터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보다가 결국 끝권에 손을 대지 못하고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명작이고 감정이입이 잘되는 작품이 끝을 맺으면 그 순간 마치 작품에 이입한 만큼의 내 인생이 종료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 작품, 좋은 사람은 3번정도 끝까지 봤다. 그리고 10번 내외로 끝까지 보지 못했다.

나의 경험이 명작을 구분하는 척도라고 말하기에는 자만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인터넷 어딘가 굴러다니는 평범한 한마리 백수에게도 충분히 공감되고 마음을 끄는 이야기로 채워진 것임은 틀림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좋은 사람 1 - 10점
타카하시 신 지음/학산문화사(만화)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종단의 왕과 이세계의 기사들을 리코더로 불어보았다.

길고 숨차네요.

후반부에 이상하게 째지는 소리가 나는데 마이크가 문제가 있는건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귤과 작품은 까야 제맛일까?

슬슬 이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안할수 없습니다.

어느정도 벤치마킹을 해보기 위해서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역시 인기있는 블로그들은 작품들을 까는 경향이 크지요.


사실 까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깔 작품은 많은데... 사실 지금껏 올린것도 깔구석이 많은데...

그래도 가능하면 우호적으로 리뷰를 하려는 의도를 많이 깔고 포스트를 해 온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블로그 자체의 의도가 주목받지 못했던 명작을 소개하는 것이다보니...

같이 좀 해보자고 말하는건데 까면 좀 그렇잖아요(웃음)


그러다가 요사이 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깔부분은 까줘야 하는거 아닐까?

깔곳은 까줘야 진실성이 엿보이지 않을까?


뭐 그런거지요.


다음작품을 아직 정하지는 않았는데... 다음 포스트는 테스트성으로 좀 까봐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 잡담은 다음이나 미투데이 안보내는데.. 이건 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싶어 글보내기 한번 꾹 해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잠깐 시간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의견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_ _)


스킨을 바꾸어 보았다.

예전부터 기본스킨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아서 언젠가는 바꿔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생각난김에 바꾸게 되었다.

 

흑백톤의 깔끔한 느낌이 좋아서 선택했는데... 익숙해져 봐야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정말 마음에 들어서 좋다!

안녕 절망선생 - 신보아키유키의 심상치 않음의 절정

벌써 신보아키유키의 작품을 소개하는것도 네번째다. 사실 이 작품을 소개해야하는거 그렇지 않은가로 상당히 고민을 하면서 다른 작품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하는거 매도 빨리맞는게 낫다고(....) 그냥 질러버리기로 했다.

이 작품은 신보아키유키의 느낌이 극한으로 살아나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칙칙함과 발랄함의 중도를 걸으며 묘한 기분을 자아낸다. 색감은 더할나위없이 가라앉아 그나마 있는 색깔도 느끼기 힘들 정도고 내용은 매우 어수선한 인상으로 집중하기 힘들다고도 말할 수 있다.

실제로 나 또한 이 애니를 보다가 중간에 한번은 포기했던적이 있을정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애니는 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것이, 신보 아키유키의 그 작화만으로도 분명 많은 가치가 있을뿐더러, 사회를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절망선생의 스토리만으로도 상당히 주목할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 끝에 이자리에서 안녕 절망선생을 소개하게 되었다.


안녕 절망선생. 시작부터 죽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


이토시키 노조무(糸色 望) 선생님. 이름만으로도 절망(絶望)적인 그는 삶 자체가 항상 절망에 젖어있는 사람이다. 자신이 이름이 절망적인것 부터 하여, 세상이 말도 안되는 희망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던가, 뭐 하나하나 지적하는게 웃길정도로 뭐든지 다 절망적인 사람이다.

카후카 후우라는 세상 모든것이 희망적으로 보이는 소녀다. 나무에 목을 메는 것은 키를 늘리기 위해서고, 세상에 어떤 힘든 일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딱 잘라 말할수 있는, 세상에 희망적이지 않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두사람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라고 말하며 시작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내용은 절망하면서 시작하고 절망하면서 끝난다.)


처음에는 그래도 제자들이다. 이정도면 꽤나 정상적인 수준. 

참고로 이 아이의 이름은 코모리 키리. 다 이런식이다.

(小林 切 -> 篭りっきり : 방에서 나오지 않는것, 히키코모리를 말함)


매화마다 절망에 젖는 절망선생님은 이 세상에 모든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서 한번씩 절망한다.(무려 세쿨 38화에 OVA까지 포함해서, 어떤편은 두번이상일때도 있다.) 처음 1기에서는 반에있는 학생들을 소개하는 겸해서, 아이들에게 흔히(흔치 않은것도 있지만)있는, 세상에서 말하는 중2병과 연관있는 소재들을 대상으로 절망을 한다. 하지만 적당히 편수가 지나가면 세상에 조금씩 시비를 걸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렇게 시비를 거는것이 완전히 대중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겪는 절망적(이지는 않은)인 것들에 대해서 절망하는 부분은 꽤나 공감가는 부분도 있을 뿐더러, 어떤것은 사회적인 문제를 정확하게 찌르고 있어서 나름 풍자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절망했다! 자세한 내용은 안녕 절망선생 참 3화를 보자.


여기까지만 소개했다면 별로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이라고 보기 힘들다. 색감과 화면구성. 여기에서 신보 아키유키의 느낌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던가!? 그렇게 생각했을때 이 애니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신보 아키유키의 애니메이션이 맞다.

1기 오프닝부터 세상에 이게 뭐야 싶다. 물론 속, 참에 이어지는 오프닝들 또한 말할 나위가 없다.

처음에는 오프닝이 아예 없다. 1기 5편정도까지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지 않아서인지 어떤 다른 의도된 무언가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적당히 나레이션성 글자들과 정체불명의 아저씨의 얼굴이 등장할 뿐, 이렇다할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없다.

그러다가 이후 나타나는 오프닝은 이게 또 충격적이다. 말로 하는건 좀 부족한 듯 하니, 아래의 동영상을 보자



할말이 없는 오프닝. 이게 무슨 내용인지 한눈에 알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게 노래를 듣다보면 나름의 중독성이 있다. 게다가 가사는 자세히 읽으면 꽤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장면들은 오프닝뿐이 아니다.(당연하지만)


뭔소리야 이게 대체...


작화부분은 말할것도 없다. 좋은 부분은 이상하리만치 좋고, 필요없는 그림은 아예 그리지도 않는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물론 그래왔지만, 이 작품에서는 특히 그런 면이 매우 강하다.


귀찮은 그림은 다 스킵


사실 이번에 리뷰하는 절망선생은 그림체나 작화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게 없다. 워낙에 신보 아키유키의 성향이 강해서 말로 표현할수 없을 뿐더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보아야 그런 임팩트를 느낄수 있다는 점도 있다.

절망선생의 포인트는 대충밖에 말하지 못했지만, 바로 사회를 꼬집는 점이다.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나 누구나가 이미 익숙해져버린 사실들에 대해 비틀어 보여주는 부분은 이 만화가 단순한 러브코메디나 어설픈 개그만화가 아니라는 모습을 종종 보여준다.

물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소년만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도 좋다. 하지만 무언가의 생각을 강요하는듯한 이런 애니도 새로운 감각으로서 다가올수 있다는 점은 감상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 꽤나 권장할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2010년 3월 24일 수요일

그루밍 업! - 말과 함께 키우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등 알려지지 않은 명작들을 이야기하자!]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원래 홈그라운드가 러브코메디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러브코메디를 이제야 올리게 된다. 그나마도 만들어놓은 애니/러브코메쪽이 아니고 만들지도 않은 만화책란인게 약간 아쉽지만 뭐 일단 잇몸으로라도 씹는 느낌으로 소개를 할까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그루밍 업! 이라는 작품이다. 말을 키우는 목장을 배경으로 하는 잔잔한 러브코메디. 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할수 있을만한 내용의 작품이다.

 

그루밍 업! 말목장집 둘째딸과 도시촌놈과의 만남.

 

사실 이 만화는 최근의 뭐시기 만화들에 비하면 그렇게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98년도에 국내에는 처음 발매되어 당시에나 잠깐 신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보기는 했었지만, 그 이후로는 거의 잊혀진 만화이기도 하다.

그 이유중에 하나는 이 만화가 매우 잔잔하다는 점에 있을것이다. 특별히 어떤 위기상황이나 긴장감을 주는 면이 거의 없다. 아니 뭐 딱부러지게 말하자면, 방심하면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품을 굳이 소개하는 것은 지루함과는 별개로 나름의 향기가 느껴지는 만화이기 때문이다. 요즘 만화들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향기가 말이다.

 

한망아지 키우실레예!

 

도시촌놈 고등학생인 순페이는 혼자 훌쩍 오토바이 여행을 하다가 무려 훗카이도에서 기름이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시골짝이라는 곳이 그러하듯 주유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하염없이 오토바이를 끌다가 설상가상으로 눈밭에 넘어지게 된다. 나는 이제 죽는건가 따위의 실없는 상상을 하며 한숨을 쉬는 그때 망아지 한마리가 순페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말을 끌고 왔던 목장집딸내미 히비키에 의해 '나름'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 뒤로는 뭐 이러쿵저러쿵하게 되어(나름 길다. 이 내용만 2~3권정도) 학교를 그만두고 와타라이목장에서 일을 하게 되고, 순페이의 하베스트문목장라이프가 시작된다.

 

스토리 자체에는 그다지 대단할게 없다. 알바를 시작해서 사장님 딸과 친해진다는 설정은 솔직히 말해 진부하다고 할수도 있다. 하지만 말을 타는것도 아니고 키운다는 소재는 분명 흔하지 않다.

만화책에서 등장하는 와타라이 목장은, 경마용 말을 키우는 영세 목장으로 목장에서 배출하는 말이 경마를 뛸때마다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침에 5시 반에 일어나 말들을 관리하고, 한마리한마리를 세심하게 키우며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키워보지 못한 사람은 겪지 못하는 신선함을 가져온다. 사실 이 만화의 재미요소는 바로 이런 곳에서 얻을 수 있다.

 

경마도 못보고 구석에 쪼그리는 와타라이 사장님

 

사실 이야기의 스토리라는 것, 혹은 플롯이라는 것은 그 유형이 매우 제한적이다. 기억하기로는 고작 십수가지의 플롯으로 현존하는 모든 문학이라는 것이 구성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질이나 재미요소는 스토리의 형태나 유형보다는 바로 소재와 작가의 구성능력이라고 보는것이 타당할 것이다.

적어도 이 만화는 소재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말을 키운다는 설정은 (물론 내가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았다고는 할수 없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사실로 비추어 흔치 않은 소재임이 틀림없으니까. 게다가 마치 작가 본인이 말을 키워본듯한,(아마도 취재를 통해 익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현실감 있는 목장의 운영은 은근히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대단한것은 없지만 이 만화의 재미요소를 한가지 더 꼽자면, 잔잔히 흐르는 스토리속에서 소소히 발견되는 작은 개그들이다. 맹렬히 존재감을 어필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작품속의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작은 이벤트들은 보는이로 하여금 지루함을 조금씩 녹아내리게 한다. 모 만화처럼 억지웃음을 주거나 부조리개그로 빵터지거나 하는건 전혀 아니지만, 일상에서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재미들은 은근한 매력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솔직히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것도 서비스컷이라면 서비스컷인걸까?

 

소재라는 것은 앞에도 언급했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소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 이전에 좋은 소재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 이 만화는 그런 의미에서 시작이 매우 좋다. 그 소재를 살리는 방법도 상당히 좋았다. 내용자체가 큰 기복이 없어 지루함을 주는 작은 단점이 있지만 그것 또한 극복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 시기를 잘못 잡아(98년이다. 이때는 소년만화가 많이 출간되고 있었다)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은 통탄해 마지않을 일이다.

이 포스팅을 통해서 한명이라도 더 이 만화에 관심을 갖고 작품을 음미해보기를 바라는 바이다.

2010년 3월 23일 화요일

Level Justice -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옛날옛날작품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대표작이라고한다면, 그들의 게임을 해본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서슴없이 둥지짓는 드래곤이라고 답할것이다.

그 뒤에도 남국 도미니온, 댄싱크레이지, 그린스발의 숲속, 왕적, 위자드클라이머, 대조난, 시노비류 등 다양한 게임이 나왔지만, 제일 명작은 뭐니뭐니해도 둥지짓는 드래곤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 이전의 작품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번에 소개하는 게임은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둥지짓는 드래곤이라는 명작을 만들기 이전에 만든 Level Justice라는 게임이다. 악의 조직이 되어 마을을 점령한다 라는 스토리는 이전 천체전사 선레드에서도 등장했던 구성으로, 비주류임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장르로 구분되고 있다. 그 작품에서도 그러했듯, 악당이 단지 악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개연성과 자연스러움을 가지고 있어, 획일화된 컨텐츠속에서 신선함을 가져온다.

 

Level Justice! 가운데에 있는 소녀가 무려 두목님.

 

이 게임은 방금 말한 대로 악의 조직으로서 마을을 점령하는것이 주 목적이다. 만화/애니인 엑셀사가처럼 굳이 '한 도시'만을 타겟으로 잡고 있는데, 현실성이 반영된것 같아 쓴웃음을 준다. 주인공은 전의 직장에서 쫓겨난 자칭 '굳이 따진다면 천재'(どちらかと言えば天才)인 과학자다. 그는 계속되는 실황속에 직장에서 잘리고 갈곳없는 신세가 되어 떠돌고 있는데, 마침 숙식제공의 직장을 찾아들어갔더니 그곳은 악의 조직이었다는 설정이다.

 

젠장... 나도 직장... 부럽다... 아냐! 난 아직 학생이다!

 

조직은 아파트(일본식, 2~3층 높이의 다세대 주택)와 지하에 딸린 기지로 구성된 조촐한 규모로, 지원자에 한해 2층의 주거시설에 숙식이 가능하고, 1층에는 무려 카무플라쥬 성격의 기업체마져 존재한다. 주인공은 그러한 조직에서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역할을 수행하며 괴인을 만들어 조직의 중추적인 인물이 된어, 조직의 시가지 정복에 일익을 맡게 된다.

 

게임의 스토리는 보시다시피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주목할점 없는(!) 전개로 시작한다. 그렇게 게임은 몇가지의 명령메뉴만으로 구성된 기지내부의 전경이 덩그러니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이 할줄 모르면 조금 난감하다.

게임의 흐름은 알고보면 간단하다.

최초의 네토1호를 이용하여 시가지를 공격한다 -> 자원을 획득한다 -> 더강한 괴인을 만든다 -> 시가지를 공격하여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한다.

뭐 이런 구조다. 하지만 대충 이런구조라고 하면 소프트하우스 캬라답지 않고, 더우기 여기서 소개를 하지도 않는다.

 

괴인제작 -> 공격 -> 자원획득 무한반복

 

괴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한데, 한가지는 '이브시드'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원이다. 자원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이브시드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괴인의 원천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처음에 시작하면 오프닝을 잘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모종의 방법(!)을 통해서 이브시드를 획득해야 하는데, 초반 게임으로는 이것을 획득할 방법이 없다. 최초의 이브시드 세개를 적절히 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게임에서는 자원이 네가지이고 그것이 코인의 형태로 표현된다. 자원, 자금, 인재, 기술 네가지로, 각각 흰색, 금색, 회색, 갈색의 코인이다. 시가지는 10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구획안쪽에는 25개의 블럭으로 공격할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항상 25개 모두를 공격할수 있는 것은 아니며, 초반에는 10~15개의 블럭에 건물이 있어 이곳을 공격하게 된다. 건물은 구역마다 특징적인 종류가 있어서, 어떤곳은 숲이나 밭, 어떤곳은 바다, 어떤곳은 창고나 공장, 아파트, 고급주택, 빌딩, 상업시설 등 다양하다.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건물들은 각각 공격에 성공했을때 (물론 어느정도 랜덤이지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다르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자원을 얻기위해서는 한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하는데, 이게 또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격을 집중하면 그만큼 그 구역의 경계도가 올라서 더 강한 적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문에 주인공의 설명으로는 가능하면 돌아다니면서 공격하기를 권장한다. 물론 이점은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여러 구획을 돌아다니면서 고르게 자원을 획득하고 경계도를 평준화 하는 편이 게임을 하기 편하다. 경계도는 휴식을 취하면 하락하는데? 이때 모든 구역이 공히 동일한 양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집한 자원코인은 다시 대형코인으로 변환하게 되는데, 이때 환전율이 적용된다. 기본은 자원코인 20개당 대형코인 1개이지만 대량의 자원을 획득할 수록 코인의 환전율이 변화하여 그 자원을 얻기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복리후생과에 자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그 환전율을 적당한 수치로 유지시켜주는 수고가 필요해진다.

 

한방 터뜨려서 자원코인을 수십개 얻었다고 좋아할것이 아니다.

그다음에 기다리는건 환전율 60의 압박이다.

 

획득한 대형코인은 각 부서에 분배가 가능한데, 절반정도를 복리후생과에 밀어넣어야 환전율이 유지가 되고, 나머지 절반을 분배하는것이 좋다. 각 부서는 자원을 획득했을때 적용되는 이득이 다른데, 작전부는 전투에 유리해지거나 새로운 전투원을 얻는것 등이고, 참모부에서는 특별한 작전을 입안가능해지는 것 등이 있다.

강한 괴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연구부에 모든 코인을 고르게 분배하여, 한 괴인에게 몰아주는것이 필요하다. 자세한 사항은 게임을 조금 즐겨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인분배화면에는 각 부서의 대표자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이 엔딩의 조건이 된다는 점은 눈치빠른사람이면 쉽게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코인을 한쪽에 몰아주게 되면 그 부서의 대표와 해피엔딩을 볼수 있다. 내 경우에는 필요에 의해서 전투원을 대량생산했는데 덕분에 그쪽 대표와 결혼하는 엔딩을 보았다.

 

아냐! 난 정의의 편에 있는 애들과 할렘엔딩을 보고 싶었어!

 

전투는 대단할 것이 없다. 마을을 공격하면 그곳에 숨어있던 정의의편쪽에 요원이 나타나 전투가 발생한다. 한턴에 세번의 행동을 다섯가지 패턴중에서 골라서 결정하면 상대방과의 상성 및 각자의 능력이 적용되어 공격력을 결정짓는다. 상성은 가위바위보랑 비슷해서,

대장공격>전투원공격>필살기공격>대장공격,

필살기 >> 총공격 > 대장/전투원,

완전방어 >>> 모든 공격

이런 식이다.

 

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그것은 강약약 강강강약 강중약이다.

 

전투력이 강하면 상성 그딴거 없다.

 

그 외의 메뉴는 별것이 없다. 임시회의를 통해서 입안된 작전은 대부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쉽게 수행할수 있는것들이고, 성공하면 조촐한 보상을 받는다. 보상은 보통 약간의 자원코인이나 전투원, 지배력 상승 등이다. 휴식을 하면 앞에서 언급했듯, 전투로 상승한 경계치가 하락한다.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역을 공격하여 건물을 함락시키면 약간의 지배력이 올라가는데, 그것을 누적시켜서 모든 구역의 평균 지배력이 50%를 초과하면 최종 이벤트가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의 과거행적이나 각 캐릭터의 비밀등이 밝혀지면서, 스토리가 진행되게 된다.(이부분은 정말 할말이 없다. 게임성에 비하면 지극히 사소하기 때문이다)

 

보시다시피 게임은 독특한 시스템으로 가득하다. 자원을 코인으로 환산하는 방식이라던가, 전투자체에도 사소하지만 여러가지 배려가 담겨져 있다. 스토리도 어지간히 괜찮기는 하지만 시스템의 다양한 면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다.

소프트하우스 캬라의 게임은 이렇듯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게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다양한 방면에서 드러나고, 그렇기 때문에 야겜이라는 사실과는 별개로 얼마든지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간단한 소개에서 끝내려다 시스템 소개에 지면을 다 잡아먹었는데, 그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는 부분을 소개하기 위한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

실은 이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얼마전 부랴부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약 1주일을 빠져지냈다. 솔직히 둥지짓는 드래곤과 비교할때 매우 재미있는 게임은 아닐지라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한번쯤 플레이 해 보기를 권한다.